관리자메뉴 관리자 글쓰기

notice

category

전체 (3465)
Notice (24)
Introduction (47)
Writing (1122)
Translation (816)
Through Another ... (268)
Hobby (23)
Notes (772)
Column (closed) (91)
Scrap (261)
Closed (40)
툴바 보기/감추기
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USA'에 해당되는 글 1

  1. 2010/02/14| 피디| 조금 편해진 여행기,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6점
오영욱 지음/예담
여행작가, 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오기사가 그림으로 쓴 여행 스케치. 바르셀로나를 거점 삼아 저가 항공을 활용하여 여행한 16개국 50여 개 도시의 기록을 담고 있다. 각 나라에서 마신 커피와 특별하지 않아서 더욱 특별한 하루를 스케치북과 카메라에 담았다.

오기사의 전작인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가 여행기를 가장한 스페인 생활의 적응기記라고 한다면, 이번 작품인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는 한결 가벼워진 스페인 생활기 + 주변 도시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가벼워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부연 설명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적응하기 위한 몸부림이 그려졌던 전작과 달리 이미 익숙해진 곳에서의 생활과 여행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내용이든 느낌이든 조금 힘이 빠지고 부드러워진 느낌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전에 진지했던 책의 주제가 가벼워졌다거나 하는 뜻은 아니란 얘기다. 오히려 한결 편해진 생활 속에서 그의 아픔과 외로움은 더욱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한국에 있을 때와 똑같은 사랑과 이별의 아픔은 물론, 외로움이나 괴로움 같은 소소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감정들까지도.

이래저래 말이 많아도 여하튼
고작 지구라는 작은 행성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뿐이다.
- p.138

그렇다보니 이 책의 내용은 여행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분명히 배경은 유럽, 혹은 미국의 어느 곳인데도 오히려 집 앞에 있는 카페에서 끄적거린 소소한 일기 같은 느낌까지 든다. 여행이 주는 처음의 당혹감이나 설렘 같은 것들이 한꺼풀 벗겨지고 나니, 사람 사는 곳은 어느 곳이다 다 비슷한 것이라는 별 것 아닌 명제가 다시금 확인되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 어느 곳에 있든 고작 지구라는 작은 행성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한결 편해진 이야기들 속에 오기사 특유의 화풍으로 스케치 된 건물들과 재조합된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디에 있든 우리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은 그냥 덤이고.

그저 그곳에서도 맛있는 것을 먹으며 행복해하고
어느 화창한 날 고대와 중세와 근대의 길을 걸으며 뿌듯해하며
새로운 만남에 많이 설레고,
다시 찾아온 이별에 조금 슬퍼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행복해하면 될 뿐이었다.
- p. 356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2/14 22:03 2010/02/14 22:03
www.flic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