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재발견, <APA Award 2009>
얼마 전에, 바로 근처인 에비스恵比寿에 도쿄도사진미술관東京都写真美術館(이하 TMMP)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가 되어버렸다. 몇 주 동안이나 갈 날을 재고 있다가, 마침 이번 주에 살짝 비가 와서 어차피 밖으로 돌아다니며 사진 찍는 것이 힘들 것 같아, 무슨 전시를 하고 있는지조차 알아보지 않고 무작정 갔다. 그냥 갔다. 어차피 해외 여행(?)에서 무대포 정신이 조금은 필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웬만한 일들은 (범법행위가 아니라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특혜(?)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물론 나중에 집에 와서 찾아 본 것이지만) APA는 일본광고사진가협회Japan Advertising Photographers' Association의 약자다. 그것도 모르고 쭐래쭐래 들어간 나는 처음엔 사진 외에 인쇄 광고들도 쭉 전시되어 있어 조금 놀라기도 했다.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이랄까? 사진과 광고를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보다 더 운이 좋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일본 들어올 때 얻어 온 쿠폰북에는 TMMP 할인 쿠폰도 있어서 500엔짜리 전시회를 400엔에 볼 수 있었으니, 여러모로 일이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렸다. (초반에 입장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살짝 쪽팔린 것만 빼면.)
사진 부분과 광고 부분, 두 가지로 나뉘어서 전시회가 진행되었다. 사진 부분의 주제는 생활活이었다.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일상과 관련된 부분들에서 작가들이 그들의 눈과 표현으로 나타낸 모습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평범한 삶의 모습에 의미를 부여하는 그들의 능력을 조금이라도 좇고 싶어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연작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생활사生活史>라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노인 분들의 등 모습을 촬영한 작품이었다. 사람을 볼 때 얼굴과 전체적인 몸매나 스타일, 분위기 위외의 것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평소에는 잘 못하게 된다. 하물며 평평하게만 생긴 등이 사람마다 달라봐야 얼마나 다를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아, 하는 탄식을 내지르게 된다. 누구 하나의 등도 똑같은 모습인 것이 없다. 저마다의 고난과 역경이 새겨져 있는 모습들. 몸의 어느 한 구석도 그 사람의 인생을 반영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닫는다.
광고 부분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는데, 다름아닌 지하철 광고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국철 외에 사철도 많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일본 지하철은, 아무래도 경쟁도 치열한 듯 싶다. 예전에 키치조지에 갈 때 중앙선中央線을 탔었는데, 거기에서 처음으로 지하철 광고를 봤다. 넓은 들판 같은 곳에 사람들이 한 두명씩 서 있고, '중앙선이 좋다.中央線が好きだ。'라는 짤막한 카피가 쓰여져 있는 광고였다. 광고 자체도 상당히 고즈넉한 느낌인 것이 마음에 쏙 들었고, 아무래도 처음 본 지하철 광고여서 그런지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그 광고 시리즈를 <APA Award 2009>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봤던 것 이외에도 몇 가지 다른 버전들이 더 있었다. 아, 보고 있자니 정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느낌만 든다.
<APA Award 2009>는 뜻하지 않았던 생활의 다른 발견이었다. 사진 부문의 주제가 생활이었던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나치면서 쉽게 보고 넘어가게 되는 광고들을 한자리에 모아 이렇게 다시 본다는 것이 더욱 그런 느낌이 들게 했다. 출퇴근 길에 지하철 역사에서, 혹은 옥외 광고나 지하철 내부 광고 등으로 보던 것들에 이제 좀 더 눈이 가고 의미를 부여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진다.
tip 1. 도쿄도사진미술관東京都写真美術館홈페이지: http://www.syabi.com/
가는 길: JR山手線 恵比寿駅 동쪽출구, sky walk를 따라 나온 후 정면
개관 시간: 10:00 ~ 18:00, 목/금요일은 20:00까지.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
tip 2. <APA Award 2009> 전시
전시 안내문: TMMP의 안내문, APA의 안내문
전시 일정: 2009.03.07 ~ 03.22
비고: 교토에서도 교토시미술관京都市美術館에서 2009.04.07 ~ 04.12에 전시합니다.





댓글
2009/03/15 23:35
오오 좋은 거 보고왔구나 @.@
이것이 바로 외국여행(?)
2009/03/15 23:58
ㅋㅋㅋ
이것이 바로,
외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