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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희로애락'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6/23| 피디| 가슴으로 느끼는 지식, <지식e>

지식 e 세트 - 전2권 - 10점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지식e>가 출간 1년 만에 10만부를 넘었다. ‘구분하기/밀어내기/기억하기/돌아보기’로 구성된 시즌1에 이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키워드로 한 시즌2까지, 10만 명의 독자가 이 책을 통해 EBS <지식채널ⓔ>를 다시 만났다.
10만부 세트는 시즌 1, 2권과 더불어 독자의 지식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 개개인의 지식이 이 노트에 담겨 세상을 보는 창이 되기를 바란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장면. 다큐멘터리도 아닌 것이, 쇼프로도 아닌 것이, 그동안 텔레지번을 통해 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화면 사이로 흘러다니는 텍스트, 그리고 귀를 자극하는 배경 음악.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내 나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후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되었다. EBS의 '지식채널e'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식, 숫자, 통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머리를 썩는다. 작년 실업률이 몇 %이고, 지난 몇 년간 몇 건의 전쟁이 일어났으며,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받는 농민의 수는... 지식과 숫자. 그것은 일말의 감정도 없는 메마른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 생각했었다. 학교에 다닐 때 그런 지식과 숫자들은 입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어야 할 총탄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부조리하고 힘든 인생을 너무도 간략하게 압축해주는 뉴스의 헤드라인이 되었다.

단지, 그 뿐인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흔히 듣는 관용어이다. 지식과 숫자와 같은 것들은 차가운 이성으로 대변되곤 한다. 숫자는 무미건조하고, 지식은 암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짐. 차가운 이성 속에 그것들을 담고, 한번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새로운 지식을 입력하도록 강요받는 지식과 정보 과다의 세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의 패러다임.

정말?

그 지식들을 꺼내어 한 번 곱씹어 보는 데에는, 하루에 5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담배와 커피 한 잔에 상사 뒷담화를 까는, 연예인의 새로운 화보를 클릭하며 히히덕거리는, 버스, 혹은 지하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5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지.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게만 그껴지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하나로 엮는데 걸리는, 단 5분의 시간.

그리고.

그 짧은 5분의 사색이 활자로 넘어왔다. 이야기마다 아주 약간, 조금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활자 속에는, 우리가 살면서 구분할 것division, 밀어낼 것exclusion, 기억할 것memory, 돌아봐야 하는 것reflection과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가장 차가운 숫자 한 줄에, 가장 뜨거운 눈물과 웃음이 나온다.

문득, 가슴이 하는 말이 들린다.

머리속에 있는, 차갑기만 한, 가슴을 뜨겁게 하지 못하는 지식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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