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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호러'에 해당되는 글 2

  1. 2007/08/11| 피디|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기담> (2)
  2. 2007/05/02| 피디| 광기로 하나 된 사람들 (2)

이 영화의 제목은 <기담>이다. 제목만 놓고 보자면 오래전에 본 영화인 <기묘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지만 <기묘한 이야기>가 말 그대로 '기묘한' 이야기들인 것에 반해, <기담>은 호러물에 가깝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뇌수술 장면이나 시체의 온 몸을 뒤덮고 있는 달팽이, 목이 툭 떨어지고서도 묵묵히 걸어오는 귀신을 마주하고 있자면 기묘하기는 하나 소름이 쫙 돋을 정도의 공포가 온 몸을 휘감는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기담>을 가장한 '무서운 이야기'이다.

1942년 경성의 안생병원에서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세가지의 (어쨌거나) 기묘한 이야기들은 사랑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다. 딸의 억울한 죽음을 어떻게든 보상하고자 산 사람을 희생시킨 어머니의 광적인 사랑, 어머니의 남자를 사랑한 딸의 어긋난 사랑, 그리고 죽음조차도 가를 수 없었던 부부의 사랑. 이들의 사랑은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수 (혹은 완성될 수) 없었기에 그만큼 더 애절했고, 그렇기에 더욱 끔찍할 정도로 아름다워질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그저 '무서운 이야기'라고 볼 수는 없어지게 된다. 아무리 잔인하고, 놀라고, 끔찍한 장면이 나와 온 몸에 소름을 한사발씩 뿌려놓더라도, 결국 왜 그래야만했는지, 왜 그런 상황에 처해야만 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또 다른 종류의 소름이 돋아나게 된다. 다른 공포 영화와 달리 <기담>의 세 이야기의 결말은 끔찍하지만 슬프고, 눈부시게 아름답다.

동원(김태우 분)은 강의 중에 한 학생이 "그럼 선생님은 귀신의 존재를 믿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영혼의 존재는 믿고 싶어요. 인간에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요?"

이 말은 세가지 이야기의 주축을 이루고 있기에, 보는 동안에는 호러스러운 장면들에 놀라느라 신경쓰지 못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머릿속을 서늘하게 만든다. 영혼이 없다면 쓸쓸하다는 것이 누구를 향한 말인가, 남겨진 자들이 죽은 사람을 더이상 추억할 수 없기에,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추억할 수 있는 한줄기 희망조차 남겨지지 않기에, 그렇게도 쓸쓸해진다고 하는 것 아닐까.

그렇기에 인영(김보경 분)의 마지막 대사가 그렇게도 마음을 쓸쓸하게 하고, 아사코(고주연 분)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이 아름다우며, 정남(진구, 전무송 분)의 호소가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기담
감독: 정식, 정범식
출연: 김보경, 김태우, 진구, 이동규, 고주연
제작사: 영화사 도로시
배급사: (주)스튜디오 2.0
상영시간: 98분
개봉일: 2007.08.01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극락도 살인사건

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임춘애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직전, 한 낚시꾼이 말 그대로 사람 머리를 낚으면서 극락도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17명의 섬주민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기이한 사건.

오프닝 시퀀스에서 막 섬에 도착한 경찰들에게 어부(로 보인다.)가 '귀신 들린 마을이니 조심하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나, 열녀가가 되기 위해 잔혹한 일을 저지른 김노인(김인문 분)의 과거는 '혈의 누'를 생각나게 하고, 고립된 섬에서 차례차례 벌어지는 살인 사건과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남녀 한쌍의 모습은 '소년탐정 김전일'을 생각나게 한다.

그러나 극락도 살인사건은 좀 다르다. '혈의 누'에서처럼 집단무의식을 살짝 드러내고, '소년탐정 김전일'에서처럼 총명한 이의 그럴싸한 추리를 살짝 드러내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집단무의식을 통해 스크린에 간간히 나타나는 호러적인 장면은 이 영화의 뿌리가 스릴러인지 호러물인지 의아하고, 추리는 완전하지 못한 채 흘러가 관객을 불안하게 만든다. 모든 추리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드러나면 그 모든 논리를 따라가기 위해 영화의 스토리를 모두 기억해야 할진데, 도대체 어쩌려고 마지막까지 추리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

영화의 결말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한번에 설명해주며, 추리 역시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이 영화는 '소년탐정 김전일'과 '혈의 누' 중에서, '혈의 누'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아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김전일이고 차승원이고간에, 이 영화는 독특한 스토리와 결말로 관객을 끌어간다. 도대체 글을 마음대로 풀어갈 수 없는 건, 결국 왜 극락도 사람들이 광기로 하나되었는가를 말하려 했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는 건, 리뷰의 핵심이 되어야 할 영화의 결말 때문이나, 이를 드러내면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토해내본다.

극락도 살인사건
감독: 김한민
주연: 박해일, 박솔미
제작사: 두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MK 픽처스
상영시간: 112분
개봉일: 2007.04.12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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