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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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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30| 피디| 혁신의 조건 <씽크 이노베이션>

씽크 이노베이션 - 10점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남상진 옮김/북스넛

경쟁자가 생각하지 못한 혁신을 실천하며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선 기업과 사람들에 관한 13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를 통해 성공을 달성하기까지 그들이 실천한 혁신과 노력을 가감없이 분석한다. 저자는 이들을 본받아 혁신을 주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이노베이터의 성공적 혁신 조건을 제시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낯선,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산업공학을 들여다보면 꽤 매정한 학문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이는 사람을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항상 최적화된 (혹은 그에 근접한) 해법을 도출해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산업공학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이 점을 들먹이며 '산업공학도인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난 물론 예전에 그랬을지 몰라도 요즘엔 인간공학이나 감성공학 같은 학문들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고, 그 분은 '그 학문들도 사람을 고려한다는 일종의 눈가림일 뿐이지. 결국엔 같은 얘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사실 거기에 대해 딱히 이렇다고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사람의 잔업overtime 비용을 수식에 넣고 LP문제를 풀고 있던 학부 때의 내 모습이 아른거려서.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이 성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서양의 물질주의를 빠르게 받아들인 나라들이 점차 강대국이 되었기 때문일까. 흔히들 '서양식 사고'라고 말하는 논리/분석적 사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었다. 분석적인 사고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논리적인 사고로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틈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론과 성과 역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게도 수치화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수치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이 책에는 13가지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아, 말이 어렵다. 혁신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리가 느껴진다. 책 제목도 씽크 '이노베이션'이고 핵심 키워드는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정상에 서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교적) 최근의 성공 사례들과 그 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함께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저자들은 그 사례들을 통해서 이노베이터, 즉 정상에 선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 사례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분야들(제조업, 식품업, IT, 서비스업 등등)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이끌어 낸 공통점은 같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이끌어 낸 이노베이터로서의 조건, 즉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톰점은 항목으로 따져보면 15가지나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의 근간에 있는 것은 사람의 '본질'이었다. 마쓰다스러운 자동차를 개발하고 싶다는, 음료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음 기저에 숨겨져 있는 바램을, 자기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저자들은 분석적인 사고에 중독된 사람과 기업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과연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정상에 설 수 있겠는가? 논리와 분석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정상에 서기 위해선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무언가'는 암묵적 지식, 실천, 정치력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이 책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사람의 본질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사람이 가진, 꿈을 향한 열정을 분석할 수 있겠는가. MBA가 Management By Analysis의 약자라는 오래 된 농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웃지 못하고 뜨끔한 건, 불과 몇 주 전에 나누었던 저 산업공학에 대한 대화가 생각나서였다. 아, 나도 너무 안이한 자만심에 빠져 있던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일에 대해 그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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