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버킷 리스트>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
제작사: 스토리라인 엔터테인먼트, 투 톤 필름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영시간: 96분
개봉일: 2008.04.09
살아가면서 가장 풀기 힘든 문제 중의 하나는 아마 '삶의 의미란 무엇일까?'일 것이다. 너무나 본질적인 문제여서일까, 우리 모두는 삶을 영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나의 삶이, 지금 나의 이 순간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일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그렇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방황하게 된다. 누군가 삶의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해준다면 그것을 위해 살아가면 될텐데, 슬프게도 아직 인류의 누구도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주지 못하고 있다.
종종 삶의 의미는 죽음을 대동하곤 한다. 만약 삶이 영속적인 것이라면, 굳이 그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명확한 삶의 유한성 때문에 우리는 그 유한한 삶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문제는, 그 노력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일게다.
여기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 두 사람이 만났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꿈을 버리고 평생 자동차 정비공으로 살아 온 카터(모건 프리먼 분),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고집불통인 에드워드(잭 니콜슨 분). 이 둘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병원으로부터 암 선고를 받고, 한 병실에서 만나게 된다. 너무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은 처음에는 티격태격하지만, 병마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점차 서로에게 의지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카터는 대학생 시절 철학 교수가 과제로 내주었던 버킷 리스트(bucket list,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들 목록)를 작성해본다. 하지만 이 버킷 리스트는 파릇파릇한 대학생 시절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과 열정으로 가득찬 목록이 아닌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 그리움만이 가득하다. 이를 훔쳐 본 에드워드는 결국 카터를 설득해 자신의 막대한 부를 이용해 그의 리스트에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실행에 옮긴다.
이들의 버킷 리스트 여행은 처음엔 즐겁고 유쾌하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희생한 카터와 매번 수익률이 어쩌고, 예산이 어쩌고 하는 숫자들과 씨름한 에드워드는 난생 처음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하늘을 날고, 트랙을 질주한다. 웅장한 이집트의 피라미드을 감상하고, 부족할 것 없는 호사스러운 해외 여행을 즐긴다. 어쩌면 카터는 에드워드에게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바친 자신으로서는 하나도 이루지 못했을 꿈들을 한순간에 이루어주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죽음이 점점 다가올 수록 이들의 여행은 어딘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부터. 이제 내 삶을 찾겠어!라며 가족들을 뒤로하고 당당히 에드워드를 따라나선 카터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사랑스런 아내가 그립곡 걱정이 되었을 것이고, 그러 카터의 아내의 전화를 받았던 에드워드 역시 그러한 그들의 관계가 걱정이 되었을 게다.
결국 그들의 여행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끝을 맺게 된다. 꿈 같았던 여행을 뒤로하고 돌아간 그들의 집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었을까? 자신의 삶을 바친, 그리고 자신을 기억하고 살아있게 만들어 줄 가족이 있는 카터.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홀로 쓸쓸히 최고급 커피 콩을 꺼내드는 에드워드. 이 둘의 상반된 모습들은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비되며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삶의 의미는,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지막의 마지막에서, 우리는 영화의 시작에서 나즈막히 들린 에드워드의 나래이션의 의미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버킷 리스트에 있는 수 많은 목록들은 돈만 있으면 이룰 수 있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들이 잔뜩 있었다. 그리고 그와 반대로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베풀어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어떤 것을 이루었을 때 사람은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에드워드와 카터는 어느 때에 더 행복했을까? 호화스러운 해외 여행을 할 때? 아니면 눈물나게 웃을 때?
어쩌면 삶의 의미는 너무 단순해서 아직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바로 곁에 있는 소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더 큰 것만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버킷 리스트>는 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간단한 진리를 두 남자의 인생을 통해 다시 한번 보여준다.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해서 잊고 있었던, 하지만 우리의 삶을 이루고 있는 그것들에게 다시 한번 눈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p.s 1. 잭 니콜슨의 고집불통 못된 영감 연기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제임스 L. 브룩스 감독, 1998년) 때부터 지금까지 얄밉지만 귀엽고, 모건 프리먼은 그 중후함이 잘 묻어난다. 연기는 정말 이 둘이 캐스팅 되었다는 것 하나로 먹어주고 들어감.
p.s 2. 이 영화를 보면서 <패밀리맨>(브랫 래트너 감독, 2000년)이 생각났다. 니콜라스 케이지... 요즘엔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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