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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해리포터'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7/20| 피디| 스파이더맨 만 적이 많은 건 아니야,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2)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스파이더맨 3>에서 가장 재미있던 대사 중의 하나는 "도대체 이 놈들은 다 어디서 나오는거야?" 였다. 이는 감독이 스파이더맨에게 "착하게 살아"라고 충고하기 위한 도구였을 수도 있겠으나, 여하튼 어떤 적이 튀어나오더라도 용감무쌍하게 무찔러야 할 히어로 입에서 악당들이 너무 많다고 신세한탄이 흘러나오다니, 이 어찌 코믹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데 비단 스파이더맨에게만 적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해리는 이번 편에서 스파이더맨 못지 않은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허덕거린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해리의 적들은 스파이더맨의 적들 처럼 실체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스파이더맨보다 훨씬 더 힘든 적들이다. 볼드모트의 귀환을 부정하려는 마법부 수뇌부의 언론 플레이에 휘둘린 대중들은 해리를 적대시하고, 마법수의 손과 발인 돌로레스 엄브릿지가 호그와트를 뒤흔들어 놓는다. '호그와트 최대의 위기'는 다름 아닌 내부의 적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죽음을 먹는 자들을 비롯하여 볼드모트도 끊임 없이 해리를 괴롭힌다. 아직 어린 해리에게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알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해리의 가장 큰 적은 자아정체성의 혼란과 믿음의 흔들림이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다"고 영화 중반에 흘러나오는 말처럼 해리는 점차 난폭해지는 자신을 주체할 수 없는 데다가, 스네이프 교수의 과거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1~4편에서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없어진 이번 시리즈는 이처럼 무거운 주제처럼 영화 내내 무거운 분위기를 뿜어낸다.흡사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비합리적인 일들의 마법사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풋풋하던 주인공들도 어느 새 훌쩍 커버려서 사춘기 티를 팍팍 (특히나 해리는) 내고 있으니, 상큼 발랄했던 이전 시리즈들과는 사뭇 다른, 전체 이야기의 후반부로 본격적으로 넘어가는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왠지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얼버무리는 듯한 느낌이 좀 들어 해리의 고뇌가 해결되는 과정은 왠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번 시리즈를 보면서 처음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를 소설로 읽어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영화에서 뭔가 지나치게 함축해버린게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다.

해리 포터와 불사조
원제: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루퍼트 그린트, 엠마 왓슨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사, 헤이데이 프로덕션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영시간: 137분
개봉일: 200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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