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은 여자, <궁녀>

출연: 박진희, 윤세아, 서영희, 임정은, 전혜진
제작사: 아침
배급사: 시네마 서비스
상영시간: 112분
개봉일: 2007.10.18
20자평: 여자를 화나게 하지 말 것.
제목에서 잘 나타나듯이 이 영화는 궁녀들의 이야기다. 궁 안의 모든 것들은 왕의 소유이기에 궁녀들은 왕을 위해서만 살아야하고, 죽기 전에는 궁 밖을 나갈 수 없는 그 의미론적 폐쇄성은 더욱 그 밖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라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러한 간지러움을 어느 정도 긁어 준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왕의 남자>였다. 외부인으로서 궁 내의 일에 개입되어 진실을 폭로하는 그 과정은 왕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고, 감추어진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이라고 한다. 하지만 <궁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왕의 남자> 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감춰지고, 미스테리어스하다. 왜 내부인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진실에 다가가지 못할까. 그것은 <궁녀>가 추리물과 공포물의 혼합 장르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사건의 장소 그 자체에 발을 담그고 있는 내부인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요즈음에도 내부고발자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간간히 언론에 비쳐지지 않는가.
<궁녀>는 숙종 시대, 장희빈과 관련된 가상의 역사 시나리오를 다루고 있다. 어느 날 궁녀 중의 한 명, 월령(서영희 분)이 자살한 채로 발견되면서, 온갖 의문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월령은 정말 자살한 것인가? 월령이 가지고 있던 비밀은 무엇인가? 월령을 시기하던 정렬(전혜진 분)이 가져간 노리개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인가? 말 못하는 궁녀인 옥진(임정은 분)은 누구를 그렇게 보호하는 것인가? 이 모든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은 천령(박진희 분) 한 명 뿐이며, 그녀를 막고자 하는 사람들은 궁 내의 모든 사람들이다. 이미 죽은 사람들은 말이 없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것은 여자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리고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들이 내내 머리속에 메아리친다. 왠만한 고문 쯤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핏빛 난무하는 고문들이 자행되고,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가운데에 있는 주인공들은 모두 여자들이다. 이들은 자매애와 모정母情을 위해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들을 해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다.
궁宮은 그것이 가지는 의미론적 폐쇄성 때문에 그 안의 이야기, 특히 한번 자체 검열(?)을 거친 정사보다는 야사가 훨씬 재미있는 것이다. 특히 야사에는 "카더라"는 내용이 많으니 모 드라마의 말처럼 "진실은 저 너머에"있지만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가 많다. 그러다보니 순간적으로 동서양을, 시대를 막론하고 진실에 대한 목마름은 다들 똑같구나 싶다. 멀더와 스컬리, 그리고 천령이 추구하는 바는 근본적으로 똑같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궁녀>가 100% 사극+추리물(<별순검> 같은)이라고 생각했던지라, 분위기나 카메라워크가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사극+호러물이었다는 건 개인적으로 나름대로의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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