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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하정우'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3/08| 피디| 다만, 분노할 수 밖에 없을 뿐이다. <추격자>

추격자
감독: 나홍진
출연: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제작사: (주)영화사 비단길
배급사: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상영시간: 123분
개봉일: 2008.02.14

이 영화가 개봉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 영화를 <살인의 추억>에 빗대어 표현하는 제목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두 영화 모두 희대의 살인극을 모티브로 한 영화라는 점이 크게 부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 오히려 나는 이 영화는 <공공의 적>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일단 이 영화는 스릴러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제한 시간 동안, 한정된 공간 내에서, 범인을 잡아야 하는 주인공, 엄중호(김윤석 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떨게 만드는 것은 다름아닌 범인, 지영민(하정우 분)의 존재, 그 자체이다. 혹시 큐브(빈센조 나탈리 감독, 1997년)를 기억하시는지? 빈센조 나탈리 감독을 단번에 천재 감독으로 만들어 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자 공포는 정체모를 '큐브' 그 자체였다. 이유도 모른체 큐브 속에 감금된 사람들, 그리고 그 속에서 보여지는 추한 인간성의 말로. 하지만 한줄기의 희망. 지영민의 존재는 큐브의 그것과 일맥상통하며, 무엇보다 환타지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두렵다.

왜 지영민은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했을까? 그리고 왜 그렇게 덤덤하게 "내가 죽였어요."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걸까?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그 이유는 철저히 베일에 흽싸여 있다. 바로 이 점이 관객들에게 가장 큰 공포로 다가온다. 이유 없이,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존재가 바로 우리의 이웃에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존재하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만 하루 동안 지영민의 뒤를 쫓는 엄중호를 따라다니게 된다. 범인. 하지만 증거가 없다. 증거불충분으로 풀어줘야 할 그녀석의 집에는 그녀석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인 한 여자가 발버둥치고 있다. 우리는 그저 지영민이 풀려나지 않기를, 엄중호가 그를 잡아넣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야만 한다. 답답하다. 정말, 미치도록 답답하다. 증거불충분의 용의자를 구타하고 자백하게 만들었다 하여 풀어주라 하는 검찰을 이해할 수는 있다. 시장이 유세 때문에 시찰을 나간 덕에 그를 지키기 위해 지원을 나간 경찰들도 (참으로 더럽지만)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공권력의 부실함이라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아 그네들을 비판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보고 있는 사람의 입장으로선 안타깝고 화가 날 뿐이다. 뻔히 보이는 범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엄중호는 그런 우리의 답답함과 범인에 대한 분노를 유일하게 토해줄 수 있는 극중 단 한 명의 캐릭터이다.

현실성을 극대화한다면, 엄중호라는 캐릭터가 이같은 연쇄살인사건에 개입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감독은 약간의 무리수를 둔다. 전직 경찰, 지금은 포주. 잡혀간 여인의 당돌한 딸과의 만남. 범인의 실체가 밝혀지고 울부짖은 아이. 단지 돈을 목적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엄중호가 어느 새 정의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좀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또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다.

@덧.
무엇보다 <즐거운 인생>에서 힘들지만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한 가장의 모습에서 거친 추격자로 변신한 김윤석씨를 만나게 된 것과, 서영희씨를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영화는 꽤 큰 선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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