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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하비에르 바르뎀'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3/16| 피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원제: No Country for Old Men
감독: 에단 코엔,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 하비에르 바르뎀, 조쉬 브롤린, 켈리 맥도널드, 우디 해럴슨
제작사: 파라마운트 빈티지, 파라마운트 클래식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22분
개봉일: 2008.02.21

누구나 편안한 노년을 꿈꾼다. 요즘 열풍이라는 재테크에 관한 이야기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노후를 편히 보내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이고, 뉴스에서는 심심찮게 편안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 모아둬야 할 돈의 액수를 발표하기도 하고, 정부는 그런 국민들을 돕는답시고 국민연금이란 멋진 세금 제도를 만들었다. 집을 사고, 돈을 모으고, 이 모든 일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년 후의 노년을 편하게 지내기 위한 자금 마련'이라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극단적인 염세주의적 발언을 덧붙이자면, 있지도 않은 미래를 위해 참으로 아둥바둥 노력하고 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황량한 사막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먼지 바람만 휘날리는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카우보이이자 사냥꾼인 르롤린(조쉬 브롤린 분)은 몇 구의 시체와 마약, 그리고 200만 달러 정도의 돈을 발견한다. 너무나 침착하게 돈을 챙기고 뒷수습까지 처리한 르롤린의 뒤를, 돈을 되찾기 위한 사이코 살인마 안톤 쉬거(하비에르 바르뎀 분)가 뒤쫓고, 뭔가 큰 일이 벌어졌음을 감지한 에드 톰 벨 보안관(토미 리 존스 분)이 다시 이들의 흔적을 쫓는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살포시 하나의 의문점이 든다. 영화의 커다란 주축인 르롤린과 쉬거의 대치 구도 옆에서 계속 맴돌기만 하는 벨 보안관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아니, 벨 보안관은 쉬거를 잡고 르롤린을 지켜줄 수는 있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산소통을 들고 다니고,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쉬거를, 너무나 평안해 보이는 - 멀리 출장을 가기 위해 아내의 눈치마저 봐야 할 정도로 - 벨 보안관이 잡는다? 서로 제대로 마주하지도 않았으면서도 관객들을 극도의 긴장과 공포로 몰아 넣는 르롤린, 쉬거와 벨 보안관은 달라도 너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섣불리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든 건, 사람 목숨의 가치를 동전 던지기 게임정도로만 생각하는 쉬거의 사이코 같은 잔인함도 쉬거를 따돌리기 위한 르롤린의 목숨을 건 사투도 아닌, 벨 보안관이 '아, 정말 피곤하다.'라고 써있는 듯한 얼굴로 불쑥 나타나 옛날 이야기를 풀어 놓는 모습이다. 텍사스에서 조부 때부터 보안관을 천직으로 삼고 살았던 벨 보안관에게 점점 잔인해지는 세상을 마주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숙명이기는 해도, 그런 세상을 일생 동안 지켜봐야 한다는 건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는 고문이자 고통일 것이다. 보안관도 눈 깜짝 안하고 살해하는 살인마가 들끓고, 노인들을 죽인 후 연금을 가로채는 사람들이 버젓이 살아가는 세상. 벨 보안관은 보안관일 때 봐 온 그러한 모습들이, 은퇴 후에도 계속 머리속에 맴돌아 편히 쉴 수조차 없다. 영화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주구장창 '노인'들만 나와 서로 자신의 룰 대로 이익을 취하고 경계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그것이나, 벨 보안관의 피곤에 쩔어 있는 모습과 나래이션, 그리고 대화의 내용들은 그것을 단순한 스릴 넘치는 영웅담을 넘어서 점점 잔인해지는 세상에서 마음 놓고 편히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피로와 공포, 연민이 묻어난다.

이러한 느낌은 쉬거와 르롤린의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생활 속에서도 드러난다. 쉬거를 피해 도피하는 르롤린이 히치하이킹을 했을 때 차를 태워준 기사는 '당신이 젊어도 요즘 차를 얻어 타는 건 위험해요.'라고 말한다. 옛날처럼 차를 마음 편히 얻어 탈 수도 없어진 각박해진 세상. 쉬거는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한평생 지켜온 자신의 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면, 그 룰은 도대체 어디에 쓰지?" 몇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연쇄 살인한 후 집 앞마당에 묻어놓는 정도나 되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정도가 되어버린, 점점 잔인해지는 세상 속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노후'를 꿈꾸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같다. 말 그대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너무나 불편한 진실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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