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쿵푸 팬더>

감독: 마크 오스본, 존 스티븐슨
목소리 출연: 더스틴 호프먼, 성룡, 이안 맥셰인, 잭 블랙, 루시 리우, 안젤리나 졸리
제작사: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92분
개봉일: 2008.06.05
이 애니메이션은 도대체가 제목부터 아주 웃기려고 작정을 했다. 토실토실 뒤뚱뒤뚱 귀염 깜찍의 대명사인 팬더가 쿵푸를 하겠다니,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게다가 포스터에서 풍기는 저 알 수 없는 자신감이라니! 그러니 이 애니메이션을 보겠다고 극장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제대로 웃겨줄 거라고 기대를 잔뜩 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주인공인 팬더 포는 그 등장부터가 범상치 않다. 늦잠은 기본이요,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워보이는 녀석이 자신의 우상인 '무적 5인방' 피규어를 보면서 쿵푸의 꿈을 한껏 키워보지만 냉정한 현실 앞에서 우당탕탕 무너지는 모습부터 한껏 폭소를 자아낸다. 어차피 결말이야 어떻게든 포가 뭔가 해내면서 끝낼 것이련만, 그 과정이 못내 궁금하기 짝이 없다. 달리기는 커녕, 계단을 오르기만도 벅찬 저주받은 몸매로 도대체 어떻게 쿵푸를 하게되는 걸까?
포가 쿵푸를 배워나가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주제는 알고보면 꽤나 묵직하다. 포의 꿈은 쿵푸 마스터가 되는 것이지만, 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아버지는 쿵푸 같은 허황된 꿈을 꾸지 말고 '육수의 피가 흐르는' 가문의 전통을 따라 국수집을 이어받으라 하고, 포 자신도 꿈은 꿈일 뿐이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있다. 게다가 용전사로 선택받은 포가 탐탁찮은 무적5인방과 사부인 시푸의 냉랭함도 포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며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하지만 우그웨이가 꿈을 좇는 일을 포기하려는 포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포에게 쿵푸를 전수해줘야 하는 시푸의 마음을 돌리면서 상황은 조금씩 바뀐다. '꿈은 꿈일 뿐'에서 '하면 된다!'로 포의 이상이 바뀌고, 시푸 역시 '이놈도 믿음을 가지고 가르치면 뭔가 해낼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막막한 현실. 생전 쿵푸의 ㅋ도 수련해보지 못한 녀석을 단시간에 마스터로 만들자니, 가르치는 시푸나 배우는 포나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와중에서 포만의 쿵푸 전수법을 우연찮게 발견하게 된 시푸. 아, 그 순간 시푸는 얼마나 기뻤을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오면서 단지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자신감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건, 아무래도 포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을 많이 투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며, '이게 현실이지.'라며 자위하는 우리들의 모습. 하지만 포와 시푸, 우그웨이는 그게 아니라는 걸 말 그대로 몸소 보여주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즐겁게 보여주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몇 번 시도해본 후 실패하면 현실의 한계를 핑계대며 주저않는 우리를 포가 즐겁게 반성하게 해주었다. 우리 각자는 우리만의 개성과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파악하고 남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맞춤식 방법으로 꿈을 향해 한 번 더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남들과 똑같은 쿵푸 수련법으로는 도대체 답이 나오지 않던 포도 만두 하나로 쿵푸 마스터가 되지 않았는가?
@사족
개인적으로는 포보다 타이렁이 더 멋있고 애착이 갔다. 알고보니 이녀석도 아픔이 있었잖아! 크윽. 매력적인 악의 캐릭터다. 그 불가능해보이는 감독에서 탈출할 때의 모습이라니!





댓글
2008/06/17 23:54
알고봤더니 시푸도 팬더라더군. Red panda라나.
2008/06/18 20:17
엇, 그래요?
너구리나 뭐 그런 건 줄 알았는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