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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제작사: (주) 바른손 영화사업본부, 영화사그림㈜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33분
개봉일: 2008.07.17

난 간지나는 화면이 좋다. 아직도 '간지'하면 떠오르는 <무간도>(유위강, 맥조휘 감독, 2002년)의 옥상 대치신은 정말이지 아직도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이것 때문에 마초라고 불려도 굳이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말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간지와 강함에의 동경은 모든 수컷이 가지고 있는 본능 아닐까나.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김지운 감독, 2000년)이나 <장화, 홍련>까지만 하더라도 괜찮은 이야기를, 괜찮게 풀어나가는 감독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달콤한 인생>을 보고 나서 나는 김지운 감독에게 열광했고, 이 감독이야말로 진정한 간지 좔좔 흐르는 화면을 잘 잡아내는 감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예고편과 함께 뜨는 '김지운 감독'의 이름을 봤을 때, '이 영화는 꼭 볼테다!'라고 다짐했던 건 간지를 향한 나의 애정과 김지운 감독에 대한 믿음, 그것 때문이었다.

예상대로 <놈놈놈>은 간지가 좔좔 흐르다 못해 철철 넘치는 영화다. 의문의 지도 한 장을 놓고 드넓은 대지를 달리며 자신들의 간지를 마음 껏 뽑내주시는 삼인방, 윤태구(송강호 분), 박창이(이병헌 분), 박도원(정우성 분)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마냥 흐뭇해진다. 서로 다른 스타일의 간지를 적절히 버무려 그려준 김지운 감독의 센스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사실 뭐, 따지고 보면 <놈놈놈>은 썩 좋은 영화는 아니다. 구성과 스토리는 구멍이 많고, 장면과 장면의 연결에는 허점이 많다. 게다가 결말은 어째 좀 허무하기까지하다. 뭐, 그래도 나는 좋다. 간지나는 삼인방을 두시간 넘도록 마음껏 볼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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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1 01:24 2008/08/21 01:24

밀양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촉촉한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늘 메마르다. 초록물고기가 그랬고, 박하사탕이 그랬다. 심지어 오아시스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또 어떠한가. 밀양(Secret Sunshine)은 그런 의미에서 적어도 관객은 영화의 메마름을 어느 정도 각오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감독 나름대로의 배려라면 배려랄까.

밀양은 앞선 감독의 영화들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세상과 삶을 향한 비웃음. 그래서 밀양에는 이렇다할 사건이 있다기보다, 그저 슬픈 운명을 가진 한 여인(신애, 전도연 분)의 일생 한조각을 덤덤히 쫓아가기만 한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일생에 한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을 이 여인네는 모두 겪었다는 것이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교통사고로 죽고, 아들이 유괴당하고, 종교를 통해 감화되고.

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단연 신애가 신을 향해 분노를 퍼붓는 부분이다. 신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그녀에게 햇빛은 "아무것도 없는" 그저 밝기만 한 햇빛이 아니었다. 신은 그곳에 있었고, 햇빛을 향해 토로하는 것이 곧 신을 향한 그녀의 반항이자 복수였다. "잘 보이느냐구!"라고 외쳐대는 그녀는 제 한 몸 정도는 아깝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자체가 치기어린 착각이었다. 기독교의 최대 금기사항인 자살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녀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외친다. 살려달라고. 살아야겠으니, 죽음이 두려우니, 살려달라고.

영화는 끝과 시작이 애매할 정도로, 덤덤하게 시작하고, 덤덤하게 끝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햇빛을 향해, 세상을 향해 냉소를 퍼부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다만 그녀의 반란은 조금 소극적이게 변해버렸지만.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말처럼, "차라리 더럽고 치사해서 네 얼굴, 다시는 안본다."는 식으로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바라는 밝은 햇빛조차 뒤로하고. 그녀와 함께라면 그 모든 햇빛조차 버릴 수 있는 종찬(송강호 분)과 함께 말이다.

밀양
영어제목: Secret Sunshine
감독: 이창동
주연: 전도연, 송강호
제작사: 파인하우스필름
배급사: 시네마 서비스
상영시간: 142분
개봉일: 2007.05.23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5/29 17:15 2007/05/29 17:15

우아한 세계

2007/04/12 22:14

그는... 외롭다.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제목은 지극히 반어적이다. 우아한 세계. 세상은 우아하고 너무나 우아해서, 그는 외롭다.

인구(송강호 분)가 생각하는 한가지는 오직 가족이다. 그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내질렀듯이 '이제는 싸움도 못하면서'도, '칼 맞을까봐' 온 몸의 신경을 바짝 세우면서도 조직에 계속 몸담고 있는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하나의 이유는 그 때문에 그를 증오한다. 증오하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세상에서 없어지기를 바란다. 칼자루를 들고 있는 그를 보고 다독여주지 못하고 도망치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한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는 남보다도 더 어려운 존재다.

그가 목숨처럼 여기는 또 하나의 것은 '의리'다. 아무리 조직에서 뒤통수를 치려고 해도, 자신의 죽마고우가 몸담고 있는 반대세력에서 스카웃하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조직을 떠나지 않는다. 자신이 갈 곳이 없어 아내와 함께 여관방을 전전할 때, 방 두개짜리 전세방을 얻어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보스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더라도 자신의 조직을, 아니, 그 조직의 보스를 배반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그 보스는 그에게 총을 들이댄다.

우아한 세상.

그에게 세상이 이보다 더 우아할 수는 없다. 악착같이 목숨만 붙어 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자신이 믿고 있던 존재에게 발등을 찍혀야 하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버티란 말인가.

그가 '마지막 한판'으로 구입한 전원주택은 그가 구입하기 직전까지만 의미를 가졌었다. 그가 그것을 구입하고 혼자 남아버린 순간, 그것은 그저 '건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오히려 낯설음을 생각한다면, 비록 물도 잘 안나오는 낡은 곳이지만 아내와 딸과 티격태격하던 아파트가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결국,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처럼 차가운 바닥에 앉아, 화면 너머로만 자신이 꿈꾸던 세상을 엿본다. 자신이 만든, 그렇고 그런 라면 줄기를 입에 물고선. 그의 울음과, 깨진 접시와, 엎어진 라면, 그리고 관객들의 서글픈 웃음. 이 영화는 그렇게 너무나 우아한 세상을 너무나 우아하게 그리고 있다.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주연: 송강호, 박지영
제작사: ㈜루씨필름
배급사: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12분
개봉일: 2007.04.05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4/12 22:14 2007/04/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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