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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숙명
감독: 김해곤
출연: 송승헌, 권상우, 김인권, 박한별, 지성
제잓: (주) MKDK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23분
개봉일: 2008.03.20

처음 <숙명>의 예고편을 봤을 때,'멋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느와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왔다면 일단 간지는 좔좔 흘러야 되는게 아니냐 싶은 생각인게다. 게다가 두 남자의 강렬한 눈빛이 교차되는 예고편을 보고는 오, 이거 괜찮은 액션 영화 하나 나왔나본데? 싶은 생각이 굳어졌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간지 좔좔 흐르는 두 남자(권상우, 송승헌)에, 나무랄 데 없는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면서도 왜 영화에 몰입할 수 없었던 걸까?

일단 <숙명>의 대결 구도, 그 자체에서 오는 빈약함이 너무 크다. '친구의 배신'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고 복수하려는 캐릭터에게 응원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말 그대로 '등을 맡길 수 있던' 친구의 배신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숙명>에서의 배신은 '뭐, 어둠의 세계에서 저런 일이야.'정도로 생각하게 만든다. <친구>(곽경택 감독, 2001)에서의 배신처럼 절친한 친구 사이에서 속으로 삭이던 열등감과 운명에 휩싸인 배신이라는, 사람들이 분노하고 캐릭터와 영화의 흐름에 몰입할만한 '꺼리'가 부족했던 탓이다. 철중(권상우 분)이 우민(송승헌 분)을 배신하기 전에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을 보여주는 건 영화 초반, 함께 사설카지노를 터는 장면이 전부다. 둘이 (혹은 그 일당들이) 얼마나 절친한 사이였는지에 대해 관객들이 알기도 전에 배신부터 한다. '나쁜 놈들' 사이에서의 배신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철중에게 분노할, 우민과 그 일당에게 안타까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더군다 우민은 철중의 배신에도 복수할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도통 알 길이 없을 정도로 영화의 중,후반부까지 지지부진하다. 솔직히 그건 우민이 애초에 '어둠의 세계에서 발을 떼고 싶어' 복수에 마음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분노하고 철중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과정은 전혀 엉뚱한 사건에서 발발된다. 게다가 종종 '우민이 정말 어둠의 세계에서 발을 떼고 싶어하는 걸까'싶은 시퀀스마저 종종 눈에 띈다. '도대체 왜 저기에서 우민이 철중에게 복수하려는 걸까'라는 질문에 좀 억지스러운 이유를 갖다 붙일 순 있겠지만(그것이 '숙명'이라면.) 그 정도로 우민의 복수로 관객의 마음에 불을 붙이기는 힘들 뿐이다.

<달콤한 인생>이나 <>같은 영화가 떠오른다. 이 영화들의 주인공들은 시종일관 '복수'라는 두 글자를 온 몸에 새기고 스크린을 활보했다. 차라리 이렇게 관객들에게 함께 '복수의 칼날'을 갈자고 동조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어중간하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라더니 '그래도 이게 나에게 주어진 숙명'이라는 건 좀 앞뒤가 안맞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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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8 23:48 2008/03/2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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