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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홍작가'에 해당되는 글 1

  1. 2009/08/20| 피디| 일상, 지금도 충분히 특별함. <도로시 밴드>
도로시 밴드 Dorothy Band 3 - 10점
홍작가 글 그림/미들하우스
다음미디어 '만화속세상'에 연재되어 누리꾼의 찬사를 받으며, 재미와 감동, 행복을 준 작품. <오즈의 마법사>를 록밴드의 여행으로 패러디한 이 만화는 주인공들이 노래를 억압하는 독재자를 물리치면서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얼마 전에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하는 단편, <고양이 장례>를 보고, 갑자기 슬퍼져서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었다. 특이한 제목 때문에 처음에 무심코 들어가 봤는데, 한 회, 한 회가 지나갈 때마다 무언가 애써 잊으려 노려했던 것들이 하나씩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옛 애인과 함께 기르던 고양이의 장례를 치루러 가는 몇 시간의 짧은 이야기 속에서, 글쎄, 조금 울었던 것 같기도 하고. 며칠 동안 <고양이 장례>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작가 이름을 가지고 검색을 했다. '강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한 반응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이 작가가 그렸던 뭔가를 본 것 같은데, 그림체가 낯익어. 라면서 결국 <도로시 밴드>를 찾아냈다. 맞아, 이거였어! 이 작품이 연재할 때에는 그다지 웹툰에 관심이 없던 때였던지라 한번 슥 보고 지나쳤던 이걸 다시 정독하기 시작했다. 순전히 홍작가라는 이름만 믿고는.

홍작가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그리기 위해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위대한 마법사 오즈>의 플롯에 락밴드라는 소재를 덧붙인다. 어느 날 남자 친구 토토와 함께 정체모를 회오리 바람에 집이 날려 뭉크킨 나라의 음치 대마왕을 물리친 도로시. 집에 갈 방법은 모르겠고, 일단 즐기자며 도로시와 토토는 뭉크킨 나라에서 열어준 축하연에서 가수의 자질을 보인 도로시는 뭉크붐으로부터 음악계의 마이더스의 손인 오즈를 찾아가보라고 권유받는다. 그리고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도로시 밴드는 초반, 중반, 후반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이 저마다 다르다. 초반부에서는 <오즈>의 캐릭터들이 하나 둘 모여, 밴드를 결성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약간 슬랩스틱을 양념으로 버무린 캐릭터들의 뻔뻔함. 흡사 <무한도전>의 노홍철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중반부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위대한 마법사 오즈>의 플롯이 어떻게 각색될까라는 호기심이다. 머리 - 뇌가 필요한 허수아비, 따뜻한 마음이 필요한 강철 나무꾼, 용기가 필요한 사자. 기본적인 설정과 플롯이 새로운 소재에 덧붙여지면서 그 내용들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플롯과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완료되는 후반부에 들어서야 작가는 자기가 진짜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 놓는 듯한 느낌이다. 진실됨. 그것은 사실 <위대한 마법사 오즈>에서 나오는 오즈의 마법사나 <도로시 밴드>의 오즈 레이블 사장이나 동일하지만, 다른 것은 도로시 밴드는 이미 여행을 오면서 그것을 진작 깨우쳤다는 것이다. 머리가 없어도, 기억할 수 있으니까. 괜찮아, 죽이는 곡이 떠올랐거든. 이라며 허수아비는 기타를 집어든다. 사랑을 찾은 강철 나무꾼은 네 의지가 아니면 가면은 쓰지 마라, 라며 사자를 다독인다. 생각해보면 뻔뻔한 쏘 쿨함 속에서 저마다의 아픔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놈의 쏘 쿨함은 결국 자신의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가 아니었을까.

도로시 밴드의 여정이 끝나가고 결국은 집으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 도로시는 그 여행을 꿈꾼다. 현실과 여행의 오버랩 속에서, 그녀는 나즈막히 깨닫는다. 특별한, 꿈 같은 여행은 결국 일상의 연장선이라는 걸. 특별한 경험과 여행이라는 건 결국 일상에서 '두 눈을 부릎떠야 얻을 수 있는, 길가에 떨어진 동전'같은 것이라는 것을.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스스로의 컴플렉스를 깨뜨리면서 얻을 수 있는, 아주 조그만 무엇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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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01:48 2009/08/20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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