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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 8점
최갑수 지음/예담
여행과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 최갑수가 감성트래블 포토에세이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에 이어 후속작 <목요일의 루앙프라방>을 출간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을 배경으로 꿈과 사랑,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좇는 여행자의 모습을 낭만적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랑과 화해'를 이야기한다.

이 에세이는 조금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 보통 여행 에세이는 1인칭 시점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마련이다. 어디를 여행했더니 좋더라, 어디에 갔더니 그녀가 그리워지더라, 여행을 오래 하니 이런게 좋더라, 혹은 나쁘더라는 등의 이야기들. 물론 이 에세이도 최갑수씨의 이야기가 많은 1인칭 시점이지만, 이렇게 느껴질 때가 많다. 이 에세이는 그의 내면에 대한 에세이라기보다, 루앙프라방의 공기를 전달해주기 위한 무엇이라고. '내가 거기에 가 봤더니 이렇더라'는 이야기보다 '그곳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더라'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일게다.

부제, <산책과 낮잠과 위로에 대하여>에서 분위기를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소개된 혹은 묘사된 루앙프라방의 분위기는 느림의 미학을 온전히 가지고 있다. 느긋하고 묵묵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품어주는 자연과 환경들. 산책과 낮잠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낮잠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 있었던가? 저자는 루앙프라방의 곳곳에 숨어 있던 꿈같은 곳들을 들렀던 것이 백일몽白日夢 같았다고 느꼈던 걸까. 어찌되었든 그 모든 것들에게서 저자가 루앙프라방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은 위로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위로, 너무 바쁘고 힘들게 살았던 자신에 대한 위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밀려오는 날의 위로.

저자의 말처럼 여행객들이 루앙프라방을 다시 찾게 된다면, 그것은 루앙프라방의 아름다움이나 사람들의 친절함 그 자체보다는, 위로받고 싶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누구도 충족되지 않는 욕구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누군가가 위로해주는 것보다는 다그치는 것에 더 익숙해진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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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4 22:16 2010/01/04 22:16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 6점
최갑수 지음/예담
시인이자 여행 작가로 활동해온 최갑수의 포토에세이. 10년 동안 낯선 길을 떠돌며 기록한 글과 사진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우리가 세파라고 지칭하는 그 모든 것들의 틈바구니에서 포착해 낸 삶의 비경과, 그 사이로 잠시 잊고 있었던 추억과 꿈을 반추하는 글들이 담담하게 흐른다.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그런고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속았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 책의 소개글 어디에도 이게 여행기라는 얘기는 없었다. 단지 온라인 서점의 분류가 그러할 뿐. 게다가 처음에 내가 이 책을 집어든 것도 딱히 이 책이 여행기여서는 아니었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었다. '자신을 위해서 살아라!'라고 강요하고 훈계하는 게 아니라,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이란다. 아, 온전히 나를 위해서만 살 수는 없는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이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타협점을 찾아준 것이랄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어찌나 위로가 되든지.

느낌으로 책을 사는 나는 작가 이름을 몇 외우지 못하는데, 이 책의 저자인 '최갑수'씨의 이름은 우연히 쉽게 외우게 되었다. 어느 날 서점에서 책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 두 권을 찜해놓고 있었다. 약간 흐린 듯한, 시쳇말로 칼초점이 맞은 사진은 아니더라도 왠지 한 번 더 보게되는 사진들 속에 적혀 있던 짤막짤막한 몇 줄, 조금 긴 것은 몇 단락의 글들이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유혹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두 책의 저자가 같았던 것이다!1 오, 세상에. 이건 이 작가와 나의 운명 같은 만남인가! 그렇다보니 작가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외우지 않을 수 없었던게다.

길, 여관이나 모텔, 골목 등을 좋아하는 최갑수씨는 말 그대로 여행에 중독된 듯 한 사람이다. 아니, 중독을 떠나서, 일전에 유성용씨는 <여행생활자>를 통해 책 제목을 그대로 신조어로 만들어 버렸는데, 저자인 유성용씨를 제외한다면 최갑수씨야말로 진정한 여행생활자라 할 수 있겠다. 보통 여행의 특별한 목적이 담긴 여행기가 아닌, 단지 여행이 바탕에 깔린 에세이나 포토집에서 볼 수 있는 감성이나 글이 아니기 때문일게다. 그저 평범한 이야기들이 주욱 이어진다. 여행이라는 환경 아래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사건, 사고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왠지 최갑수씨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 일들이 바로 집 앞에서, 옆 집 아저씨와 함께 벌인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이미 여행이 생활에 녹아든 탓일게다. 그렇다보니, 집 앞에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나가는 사소한 일상조차도 최갑수씨에겐 여행이 되어버린다. 여행과 생활의 공존, 혹은, 동질화.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하물며 여행지에서 쓴 에세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이건 그냥 에세이다. 어느 여행생활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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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다. 그 다른 한 권이 바로 <구름 그림자와 시속 3km>이다. [Back]
2009/07/27 01:48 2009/07/27 01:48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8점
최갑수 지음/상상공방(동양문고)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집. 2000년에 낸 시집 서문에서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라고 고백한 최갑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여행자가 됐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이 주로 국내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여행 작가로 본격적인 명성을 쌓은 그가 머무르고 스친 낯선 이방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처음에 책 표지를 스윽 지나가면서 봤을 때에는, 또 누군가가 적당히 감성적인 사진에 적당히 감성적인 글을 적어서 적당히 편집해서 여행에세이라고 묶어서 출간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뭔가가 아쉬웠다. 한 번 무슨 내용이 있는지나 볼까, 라고 책을 펼쳐들었다. 스르륵, 손을 넘어가는 책장 속에는 으례 그렇듯 여행 사진과 글들이 지나갔다. 왠지 맘에 들기 시작한다. 사진과 글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서서히 차올랐다. 첫 번째 글타래를 읽는다. 점점 더 마음에 들다가, 아래 문구를 읽는 순간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너머'로 내 인생을 보내기로 했어. 준비는 간단해.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새로 샀어. 단단한 배낭도 장만했어. 그게 끝이야. 나는 모든 준비를 마쳤어. 내일 떠나. 물론 나는 다시 돌아올 거야.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이 궁금해.

저녁에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속에 들어가 반신욕을 즐긴다. (나의 거주지가 아닌 곳에 있어 몇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든다. 책상에 몸을 파묻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전공 서적도, 바닥에 배를 깔고 낄낄거리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만화책도, 하다못해 카페에 가서 화이트모카라도 한 잔 시켜놓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에세이도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 몸을 편안하게 한 상태에서 작가의 눈과 마음을 따라 사진과 글을 하나씩 읽고, 느끼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책은 도대체 얼마만인지! 황경신의 글은 외로움만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계속 읽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유성용의 글에선 왠지 오래된 여행자의 피로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최갑수의 글과 사진에서는 뭐랄까, 그 사이의 절묘한 조화가 느껴진다. 여행자로서의 적당한 외로움과 적당한 피로함과 적당한 어울림. 내가 여행자가 되고 싶어 바래왔던 바로 그 조화로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는 딱 이정도가 적당해. 라고 느낀다. 여유롭다. 그 여유가 책의 곳곳에 묻어 있어 읽고 있는 나조차도 여유로워진다. 흔한 여행기 속에서 어디를 갔더니 어디가 좋고... 하는 식의 글들은 뭐랄까, '이 도시라면 이곳을 꼭 가봐야하지!'라거나,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말을 해봐!' 혹은 '이 나라에서는 이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라는 식의 은근한 압박감을 심어주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게 없다. 그저 나는 그 곳에 갔을 뿐이고, 그리고 그 곳을 느꼈을 뿐이고. '여유' 말고는 별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이런 책과 글들에 끌리는 건 아직도 내가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p.s 고백하건데, 지금 나의 wish list에 있는 또 다른 여행 에세이가 역시 최갑수님의 작품이다. 전혀 몰랐었던 작가의 두 작품이 끌리다니. 이건 그저 우연이 아닐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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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1 15:51 2009/01/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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