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울 트립 - ![]() 장연정 지음/북노마드 국내 최대 디카 동호회인 SLR 클럽에서 인기를 모은, 작사가 장연정과 사진가 신정아의 포토 여행 에세이. 이십 대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해 90일이 넘는 시간을 여행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
아마 내가 더 이상 월간 페이퍼를 사지 않고, 황경신의 글을 애써 찾지 않기 시작할 때 부터였을 것이다. 몇 번의 짝사랑과 한 번의 연애가 실패로 끝나면서 건과일처럼 감정이 푸석푸석해진 건. 무언가에 달려드는 것보다 멀찍이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을 우선시하고, 무엇보다도 무언가에 나를 온전히 던지지 않기 시작한 건. 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숫자 놀음에 놀아나기 시작한 건. 그리고 이제와 생각해봤을 때 무엇보다 슬픈 건, 그것을 한참 후에야 깨달았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그 모든 것들을 일찍, 명확하게 깨달았다. 그 기준이 20대와 30대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그것을 깨달은 순간 지은이는 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90일 동안 돌면서 그녀(들)은 자신(들)의 청춘을 되새겼다. 그것은 놓고 떠나기 위함일 수도 있고, 조금 더 깊이 새겨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로 만들기 위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이 책에서는 어느 쪽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청춘, 조금 더 정확히 짚어보자면 청춘이라 불렸던 시절의 지나간 사랑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후회하는 여행, 지은이에겐 이 여행이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청춘의 뜨거웠던 사랑은 그 자체로도 종잡을 수 없이 때론 행복하고 때론 슬프고 때론 화가나는 것이기 때문일까? 그것을 돌아보는 지은이 역시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은 나의 쉴 새 없는 외로움을 사랑한다1'며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린 필요 이상으로 너무 솔직한 연인'이어서 '책임질 수 있는 말에만 겨우 손 내밀던, 그리하여 늘 그만큼의 사랑 아래를 맴돌다 돌아서2'버렸다며 후회하기도 한다.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면 이 책은 지은이는 90일 동안의 정처없는 부유浮遊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지나간 모든 일들의 대부분은 후회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사랑과 같은 감정의 극단적인 일이라면 더더욱. 뒤늦은 깨달음은 늘 우리를 슬프게 한다. 류시화 시인의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이 그토록 아름답고 슬프게 다가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 그들만의 처방전,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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