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꿈을 꿔 봅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 | 굿모닝 프레지던트 - ![]() 장진 주연 : 이순재, 장동건, 고두심 제작/배급사: 소란플레이먼트, (주)KnJ 엔터테인먼트 /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31분 개봉일: 2009-10-22 |
세 명의 대통령이 있었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이 세 명의 대통령 임기를 차곡차곡 쫓아가면서 근엄한 이미지로만 (간혹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던 적도 있었으나, 그것은 얼마나 가식적으로 다가왔었나.) 비쳐졌던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속내를 보여주었다. 다만 그 속내라는 것은 왜 그들은 그런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했는가, 왜 그들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정치적인 모습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면이 컸다.
김정호(이순재 분)는 임기 말, 복권에 1등으로 당첨이 된다. 대통령이 복권 1등에 당첨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이 술렁이기에 충분하거늘 그는 그 복권을 사면서 당첨이 되면 사회에 환언하겠다 약속했다. 200억이 넘는 큰 돈 앞에서 그는 갈등한다. 김정호의 뒤를 이은 차지욱(장동건 분) 역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다.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시장 순회를 갔는데 한 청년이 달려든다. 대통령 각하의 신장을 아버지에게 이식해 달라며. 하지만 대통령이 수술대 위에 눕는 것을 쉽사리 결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갈등한다. 한경자(고두심 분)는 건국 이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온갖 고난과 역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거늘, 서민적인 남편(임하룡 분)이 사사건건 말썽이다. 몰래 사적인 핸드폰을 만들지 않나, 술 취한 친구들을 끌고 청와대로 놀러 오지를 않나. 결국 그가 부인 몰래 그의 꿈을 위해, 목장을 갖기 위해 산 땅이 말썽이 되고, 그는 대통령의 남편이 될 자격이 없다며 돌연 이혼 선언을 한다.
그들의 고민은 늘 인간적인 것이었다. 정책, 정치적인 면을 떠나서 한 인간으로서 인간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고뇌들이었다. 헌데 그것이 대통령이라는 직함에 맞물려 쉽게 결정을 내리기도 그 결정을 시행하기에도 어렵게 되었다. 주위에 있는 수많은 참모들은 오직 정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을 강요한다. 차지욱이 임기 후 한 대학에서 했던 특강에서 말했듯, 그들은 늘 외로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의 외로움을 달래준 건 다름 아닌 조리장이었다. 각 분야의 최고들로 구성된 참모들도 풀어주지 못한 그들의 고민을, 늦은 밤 직원들과 소탈하게 고스톱을 치면서 심심함을 달래던 조리장이 던진 말 한마디로 해결되는 모습. 정작 조리장 본인은 의아해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대통령들에게 그의 말 한마디는, 말 그대로 한줄기 희망의 빛이 아니었을까.
현 정권의 불만, 소재 등을 이유로 이 영화를 블랙코미디로 기대하고 보러 간다면 실망하기 쉽다. 왜냐하면 <굿모닝 프레지던트>에 나오는 대통령들은 우리가 바라는, 너무나 이상적인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과거, 그리고 현 정권에서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사건들을 비꼬는 장면들이 간혹 눈에 띄기는 하나, 그냥 그 뿐이다. 잠깐 웃어넘기는 소재로 쓰이는 정도일 뿐이다. 장진 감독은 블랙코미디, 혹은 정치 코미디적인 요소를 이용함으로써 비판하기보다,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낸다. 마치 잘못한 아이에게 윽박지르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느낌이다.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인간이면서 대통령이기에 그들이 했던 고민들을 그렸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현실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또 그놈의 좌파 어쩌구 하는 이야기들도 나오는 모양이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에서는 특별히 현 정권이나 다른 전 대통령들을 특별히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에도, 영화에서 그린 대통령들의 모습이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암시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네들만의 주장에 토를 달 생각은 없다. 나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분들을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뒤짚어서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건국 이래 우리는 17대, 10명째의 대통령을 모시고 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인간적이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대통령상像을 그렸을 뿐인데, 그 10명의 대통령 중에 단 두 명만이 떠올랐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그리는 것이 다른 대통령들을 비판하는 것이라는 여론까지 생긴다. 어딘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왜 우리는 그런 대통령을 그리면 안되나? 왜 그런 대통령을 바라고 소망하면 다른 대통령들을 비판하고 정권에 반叛하는 것이 되는 걸까?
아직도 우리는 가야할 길이 멀다. 민주주의가 올바로 서기 위해, 또 그 위에서 우리가 정말 바라고 존경하는 대통령을 갖기 위해. 대통령은 저절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직접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던가. 우울한 현실을 향한 비판은 비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우리 스스로에게의 자기비판, 혹은 자기반성으로 돌아와야 할 것이다. 자, 그런 의미에서, 잠시만 꿈을 꿔 보도록 하자. 2시간 정도의 짧지만 달콤한 꿈을. 그리고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힘찬 한걸음을 내디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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