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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잘 지내나요, 청춘 - 6점
마이큐.목영교.장은석 지음/나무수
꿈꾸는 젊은 보헤미안 세 남자가 도쿄 한복판에서 맞닥뜨린 청춘의 흔적을 담은 에세이. 세 명의 꿈꾸는 아티스트 사진쟁이 은석, 그림쟁이 영교, 음악쟁이 마이큐가 도쿄에서 뜨겁고 아프게 마주한 청춘의 흔적들을 담았다. 이 책은 저자들의 끝나지 않은 청춘의 '방황'과 '성장'에 관한 고백이다.

처음 일본에 발을 들였던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얼마 전에 일본 스탭과 그게 벌써 1년 전이냐며 서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처음 일본에 갈 때는 타지에 대한 동경이나 설레임보다 더 나를 억누르는 타인의 억압이 컸었지만, 점차 그곳의 생활과 환경에 적응해 가면서, 혹은 좀 더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부터는 점차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지를 둘러보며 관광을 하는 것보다 산책을 하고, 음악을 들으며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했던 내가,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할 수 이쓴 것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나요, 청춘>은 장은석, 목영교, 마이큐, 세 청년의 일본 여행 에세이이다. 이들의 에세이가 다른 여행 에세이들과 다른 점은 그들이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때로는 반성을, 때로는 그리움을, 때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그려 낸 청춘 에세이라는 점이다. 경치 좋은 곳을 산책하면서 그녀와의 과거를 추억하고,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축하하며, 이름 모를 현지인에게 따끔한 충고를 듣는 것 따위가 왠지 청춘이라는 이름에 잘 어울린다. 조금 흔들리고 조금 비틀거려도 다시 설 수 있는, 알 수 없는 에너지의 충만함. 힘들고 괴롭고 외롭더라도 그것이 다 추억이 될 수 있는, 인생의 특권 계층들의 이야기.

공원과 밤거리를 홀러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말을 걸게 된다. 힘들진 않니, 외롭진 않니, 그립진 않니. 그 질문들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 같았다. 괜찮아, 아직, 괜찮아, 견딜만 해. 그리고 생각해보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니까. 자신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스스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가는 과정이었던 걸까. 타인에게서 기대할 수 없는 또 다른 에너지를 자위自慰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간다는 것, 그것도 청춘의 일부라면 나는 이들과 한 배를 탄 셈이다. 그래서 자꾸 일본이, 도쿄의 밤거리가 그리워지는 것인가 보다. 내 청춘의 일부가 그곳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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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0 23:02 2009/12/20 23:02
Hobby/Travel 2009/04/15 22:38

봄의 커튼콜

봄의 가장 큰 축제인 하나미가 슬슬 끝나가고 있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만개했던 벚꽃들도 하나, 둘 씩 사그러들고 있다. 봄에 사쿠라가 전부는 아니지만, 그 인상이 워낙 강렬한 탓인지 벚꽃이 지는 모습을 보니 이제 봄도 다 지나갔구나- 라는 생각이 너무 자연스럽게 든다.

우에노上野는 일본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부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주로 듣는 이야기는 우에노 시장의 저렴한 물가였는데, 처음 우에노 시장에 갔다 온 분들은 다들 뭔가를 한아름씩 사가지고 오셨다. 특히 한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가격 차이가 심한 과일이, 우에노에서는 특히나 싸서 인기가 많았다. 과일 좋아하는 나로서, 우에노에 한 번 안 가볼 수가 있나? 뭐, 지리적인 압박 때문에 이제서야 가보게 된 게 문제라면 문제겠다.

퇴장

지금은 그야말로 봄의 끝자락. 우에노 공원의 대부분의 벚꽃들이 그들만의 커튼콜을 올리고 있었다. '지난 주에 왔으면 더 멋있었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기는 하지만, 이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벚꽃 만개한 때에는 놓치거나 그다지 감동받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법한 몇가지 구경을 하기도 했으니, 나름 만족스러운 마실이었다.

떡볶이 얍삽한 녀석 사투
참새 왜 내 마음을 몰라줘?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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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5 22:38 2009/04/15 22:38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 6점
신조 다케히코 감독, 미야자키 아오이 외 출연/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원작은 소설, 영화, 드라마로 일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사회 현상으로 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작가 이치카와 타쿠지가 쓴 소설이다. 2003년 개봉한 영화 <연애사진>에 이은 소설로 <연애사진 또 하나의 이야기>는 2003년 출판된 이후 “이토록 감동적인 책은 처음 읽었다”, “책을 읽는데 슬픔에 젖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등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만부가 넘게 팔리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마코토(다마키 히로시 분)는 복창이 있어 늘 고약한 냄새가 나는 약을 발라야 한다. 약 때문에 늘 냄새가 난다고 생각해서 사람들과 가까이 하는 것을 꺼려하는 그는, 시즈루(미야자키 아오이 분)와 우연히 친구가 된다. 만성비염 때문에 냄새를 잘 못 맡는다는 그녀가 편했던 것일게다. 하지만 우연한 첫 만남에서 친절한 모습을 보여준 마코토에게 반한 시즈루는 마코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쓴다. 하지만 마코토의 마음은 이미 미유키(구로키 메이사 분)에게 가 있는 상태.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을 잔잔하게 잘 그려준다. 결말은 차치하고, 마코토의 사랑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는 시즈루의 4차원 캐릭터는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마코토와 시즈루가 함께 사진 공부를 하는 숲의 아름다운 경관도 한 몫을 했다. 게다가 마코토가 미유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몰래 그를 챙기는 모습에서도, 정말이지 '사랑스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다만, 나는 시즈루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감독 - 혹은 원작자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시즈루의 캐릭터는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4차원 캐릭터를 유지하는 것이 옳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픔이 없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이 영화가 아름답고 안타까운 건, 순전히 화자가 마코토이기 때문이다. 시즈루가 마냥 귀엽고 동생같게만 느끼는, 패배자의 논리로 고백도 못하는 짝사랑을 정당화하는 마코토가 화자이기 때문에! 시즈루에게 있어 마코토가 보여준 모습들은 얼마나 잔인했겠는가!

아, 시즈루의 4차원적인 캐릭터와 비밀 때문에 결국 영화는 판타지적인 사랑의 미완으로 막을 내렸다. 어찌 보면 시즈루는 마코토에게 가장 잔인한 벌을 내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날 그렇게 내팽겨쳤었지? 너도 한 번 당해봐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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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11 19:42 2009/04/11 19:42

처음 지유가오카自由が丘라는 지역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왠지 모르게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에 자유自由가 들어갔기 때문일까? 글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여행서에 소개된 이 지역은 어떤지 '유럽풍'이 강한 느낌의 사진이 많았다. 굳이 비슷한 분위기를 찾자면 하라주쿠 뒷골목 같은 곳이랄까. 게다가 지유가오카는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평일 저녁에라도 잠시 들를 수 있는 위치였다.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닌가! 하지만 어쩐 일인지 지유가오카라는 곳의 존재를 알고 4달이 넘도록 그곳에 가지 못했다. 운명인지 악연인지, 사실 그 지역에는 딱히 이렇다할 관광거리가 없었기에, 주말에 함께 움직여야 할 동료들에게 함께 가자고 얘기하기가 조금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도큐오이마치선東急大井町線그러다 이번 주말엔 오랫만에 혼자 있게 되었다. 오, 이게 왠일! 늘 머리속에는 지유가오카가 담겨져 있었기에, 당연히 지유가오카로 가기로 결정하고,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겼다. 그런데 문제는, 가지고 있는 지도에 나와 있는 노선도로는 지유가오카에 가는게 상당히 번거로워 보였다. 가까워 보이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을 2번이나 갈아타야 했다. 아,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야후!노선정보에서 역 검색을 해봤더니 한번에 가는 열차가 있단다! 만세! 그런데 이름이 처음 들어보는거다. '도큐오이마치선東急大井町線이라? 신기하네, 여기 이름이 들어간 역이라니.'라고 잠깐 생각하고는, 어쨌든 한번에 편하게 갈 수 있어서 땡큐베리감사! 더군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더 감사!

지유가오카의 꽃놀이특급을 탄 덕에, 10여분 만에 지유가오카역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평소대로 무작정 아무 출구로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가, 옆에 있던 골목 사이로 큰 벚꽃 나무가 보였다. 오오! 큰 나무가 하나 있나보다! 사진 찍으러 가자!며 골목을 가로지르는 순간, 깜짝 놀랐다. 거리에서 통째로 사람들이 하나미花見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무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강남 한 복판에서 굿판이 벌어졌다고나 할까? 길 양 옆으로는 코엑스 같은 느낌의 쇼핑몰들이 즐비한데, 한 가운데에서는 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잔뜩 벤치에 앉아 있거나 포장마차에서 야키소바나 당고 따위를 사서 먹고 있다. 아! 벚꽃의 아름다움도 그렇거니와 이런 무언가의 경계점에 와 있다는 느낌이 나를 살짝 흥분시켰다.

하나미에서 늘 그렇듯, 앉을 곳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이 한가득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군데 군데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쭐래쭐래 가서 살펴보니 거리 공연들이 한창이다. 하나미를 노리고 이 때에만 공연을 하는 건지, 매주 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매주 하는 거라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재미를 찾은 것이니 좋고, 하나미 때에만 하는 공연이라면 그야말로 럭키!였던 것이니,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기분 좋은 일.

구연동화 판토마임
저글링 묘기 저글링 묘기 묘기가 신기한 아이들

한바탕의 공연 관람 후에 지유가오카의 거리를 거닐다보니, 꽤 묘한 기분이 들었다. 현대적인 분위기의 쇼핑몰과 전통적인 분위기의 하나미가 함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는 동네라고나 할까?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가게, 소품점 따위도 많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딱 '일본스러운' 느낌의 주택가나 풍경이 펼쳐진다. 이걸 뭐랄까, 조화harmony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모호하다. 흡수를 통한 재창조? 유럽풍이 느껴지지만 그 속에서, 혹은 그 주변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일본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런지, 뭐랄까, 지유가오카의 느낌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踏切 포페이 카메라
노을과 함께 LA VITA
가자꾸나. 저 끝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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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9 00:46 2009/04/09 00:46
일본에 봄이 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봄행사인 하나미花見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지하철 역사에는 각 지하철역 근처에 있는 하나미로 유명한 공원들에 대한 안내가 붙어있다.

지난 주말에 요요기공원에 그저 산책을 갔다가 생각지도 못하게 하나미에 합류(?) 하게 되었다.

요요기 공원, 하나미 인파
요요기 공원 입구에서부터 가득한 하나미 인파

평소의 조용하면서 적당히 활기찬 요요기 공원을 생각하고 갔다가 입구에서부터 북적북적거리는 하나미 인파와 장사진을 이룬 먹거리 행렬에 적잖이 놀랐다. 지구온난화가 무섭긴 무서운게, 여기도 벚꽃 개화시기가 예년보다 1주일 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입구에서 '그래도 분위기가 있으니까!'라면서 함께 한 K대리님과 함께 오코노미야키와 고기만두를 하나씩 사들고 자리를 잡아볼까 해서 공원 안에 들어갔지만, 이미 인산인해! 꽃이 있는 곳이라면 이미 조용히 앉아 있을만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전부터 하나미철이면 새벽같이 가서 자리를 잡아두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가득 찬 하나미 인파
이미 꽃이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한가득.

결국 앉아서 느긋하게 꽃구경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애초의 목적대로 적당히 산택하면서 봄을 만끽했다. 아, 물론 덕분에 그 날 이후로 며칠 동안 피로에 시달려야 하긴 했지만, 덕분에 일본의 문화 하나를 더 체험하게 된 것 같아서 나름 뿌듯한 주말을 보내긴 했다.

벚꽃 벚꽃
벚꽃 벚꽃 시계

덧붙이기.
공원 입구에서 사간 오코노미야키는 이제껏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최악이었다.
역시 이런데 급조(?)된 곳의 음식이 형편없는 건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름없구나 싶었다.
그래도 고기만두가 맛있어서 다행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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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2 00:34 2009/04/02 00:34
혼자라도 즐거운 도쿄 싱글 식탁 - 8점
김신회 지음/넥서스BOOKS
일본인들이 먹는 소박하고 간단한 한 그릇 음식들과 함께하는 도쿄 느리게 걷기 여행. 도쿄 여행의 추억어린 잔잔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간편하고 저렴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도쿄의 정겨운 한 그릇 음식을 소개한다.

처음에 도쿄에 장기 출장을 오게 되었을 때에는, 무슨 베짱인지 남들 다 준비해간다는 여행서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 심지어는 공항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도쿄지도도 '까짓거, 뭐.'라면서 가볍게 무시해줬었다. 한국서도 초밥, 회라거나 우동, 라멘 같은 일본 음식을 곧잘 먹어서였는지, 문명의 이기를 맘껏 누리면서 일본 드라마나 쇼프로 따위를 간간히 봐준 탓에 일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어서, 한마디로 '만만하게' 본 거다. 뭐, 결국 만만하게 본 건 나 혼자 뿐이고, 결국 그 고생은 몽땅 다 내가 짊어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타지에서 생활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는 먹는 것, 이다. 초밥이나 회 같은 것도 일본에서는 비교적 고급 음식이니 마구 먹기 힘들 뿐더러, 그렇다고 매 끼니를 편의점/회사 도시락이나 라멘/우동 같은 것으로 채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사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오늘 저녁은 뭘 시켜/해먹지.'를 끼니마다 고민하게 되거늘, 하물며 타국에 와서는 제대로 알고 있는 음식의 종류도 몇 개 되지 않으니 더 고역이다. 그나마 문 밖에 음식 그림이 있거나 영어 메뉴를 주는 곳은 다행이다. 일본 메뉴판은 거의 한자로 도배되어 있는터라 도무지 메뉴만 봐서는 무슨 음식인지 감이 오질 않아 좌절한 적이 많았다.1

이 책은 마침 먼저 일본에서 지내던 라빵이 나에게 빌려준 책인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먹거리 선택지를 늘려준 아주 고마운 책이다. '혼자라도 즐거운' 이라는 제목은 사실 좀 오바스러운 감이 없지않은게, 일본 음식점은 대부분 혼자 먹을 수 있는 카운터석 등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곳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혼자서도 OK다. 게다가 '오늘 스테이크를 먹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아니고서야 혼자서 패밀리레스토랑에 갈 일은 얼마 없기 때문에, 밥을 혼자 먹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거늘, 굳이 '혼자라도 즐거운'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수식어까지 붙일 필요는 뭐가 있었을까 싶은게다.

하나의 음식에 대한 저자의 간단한 여행수필과 사진, 그리고 그 음식을 잘 하는 곳을 저자가 추천해주는, 적당한 감수성과 정보성을 가지고 있는 무난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느껴지는 것이, 소개되는 곳의 절반 정도는 체인점이나 그에 준하는 식당인 경우기 때문에, '꼭 굳이 여기 가서 먹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때문에 이 책의 주요 초점은 '맛 집 소개'라기보다는 '일본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소개'가 되겠다. 다른 여행서들을 읽을 때처럼 '이 음식을 먹으려면 이곳으로!'라며 지도에 빨간색 동그라미를 쳐가는 것이 아니라, '아, 이런 음식도 있구나! 나중에 발견하면 먹어봐야지.'정도의 느낌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나도 덕분에 일본 음식에 대한 상식을 아주 조금은 더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좀 더 색다른 식당과 음식을 찾아 헤맬 수 있게 되었다. 아주 무난한 책이어서 별점은 3개만 주려다가, 앞으로도 일본에서 먹고 살 날이 많이 남았는데, 그동안 해맬 걸 줄여주었으니 한개 더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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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번은 공항 리무진버스를 운전하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잠시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할아버지한테도 일본 메뉴는 한자가 많아서 어렵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한자가 문제라고... -_-; [Back]
2009/02/11 00:53 2009/02/11 00:53
가끔 꿈꾼다.

아주 가끔, 그런 꿈을 꿀 때가 있다.
아주 약간 기묘한, 하늘을 달리는 꿈.
하늘은 파랗지만, 파란색이 아니었다.

문득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때,
우리는 - 아니, 적어도 나는 매우 당황스럽다.
마치, 하늘을 무심코 올려다봤는데 파란색이 아닐 때와 같은.

'하늘색'과 '살색'이 얼마나 우스운 말이었는지는,
더이상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 중학생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한 번은, 수채화를 그릴 때 일부러 하늘에 붉은색을 섞었다.

때로는 생활자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한 것들이,
여행자에게는 새롭고 신비로운 것일 수 있다.
예를 들면, 매일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 같은.

여행자는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고,
생활자는 자신의 평범한 일상이
다른 사람에게는 얼마나 놀라울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오사키, 도쿄. 촬영 후 contrast 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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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2 01:16 2008/12/12 01:16
나 내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준 오직 한 분.
처음에 그 분이 다짜고짜 '오바'하지 말라고 했을 땐,
사실 무슨 뜻인지 몰라 조금 섭섭하기도 했었다.

익숙하지 않은, 쾌활함. 알코올에 의존하는 마비가 주는 이질감.
사실 그것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야, 내가 나를 온전히 버릴 수 있겠나.
오래된 친구들이 놀라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금 일본의 날씨가 좋다.소위 남들이 말하는 '여행'에는 익숙치 않고,
주말 만큼은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싶어서 조용히 있는 편이다.
모처럼 여행책과 지도를 펼쳐들었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사실, 목적지만 정해놓고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기에,
여기에 가면 이걸 꼭 봐야 한다는 식의 개념이 없는게, 문제라면 문제.
그래서 보통 여행'기'보다는 여행'에세이'가 좋다.

크리스마스 시즌 시작 광고어쨌건 어차피 인생은 한 번뿐인 여행이고,
어딜 가든 다들 비슷한 모습들이기에,
찍고 돌아오기. 가 아니라 골라서 녹아들기.를 해보고 싶은 탓이기도.

아직은 낯설어도, 계속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질거라는 믿음.
사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원래 말이 별로 없는 내게는
큰 불편이 되지는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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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30 14:30 2008/11/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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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2.5세 '노란구미'의 한국.일본 이야기 - 6점
정구미 지음/안그라픽스
알만한 이들은 인터넷으로 한번쯤 들여다봤을 '구미의 카툰'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까지 자신이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자라온 구미. 그녀가 일본과 한국을 바라보는 남다른 시각이 카툰 속에 재미나게 녹아있다.

예전에 미디어 다음에서 그냥 귀여워 보이는 그림체에 끌려 봤던 만화가 노란구미의 <돈까스 취업>이었다. 일단 그림체에 끌려 클릭은 해봤는데,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아니, 이건 뭐 말도 안되는... 도대체 무슨 제목이야?' 라고 생각했다. 돈까스가 취업을 한다는 건지, 돈까스 집에 취직을 한다는 건지... 종잡을 수 없는 제목이라니.

어쨌든 주인공의 취업기 얘기인 것 같기는 해서 계속 읽다보니, 만화의 작가가 재일교포 2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으며(그래서 스스로를 재일교포 2.5세라고 소개한다.), 한국을 알고 싶어 한국에 들어왔다가 미대에 다니고 취업까지 하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더불어 <돈까스 취업>이라는 제목은 중요한 시험 전에 돈까스를 먹는 일본의 풍습에서 따왔다는 것도.

<돈까스 취업>은 그림체도 귀엽고 내용이나 표현적인 면에서도 코믹함과 진지함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있어 꽤 흥미로웠다. 저걸 읽었을 때 나도 취업, 진학, 미래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였는지라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탓도 있겠지만. 여하튼 <돈까스 취업>이 재일교포 2.5세 주인공의 미래에 대한 자아성찰에 대한 이야기라면, (당연한 얘기겠지만) <한국·일본 이야기>는 재일교포 2.5세로서 주인공의 자아성찰 및 한국 문화 체험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한국·일본 이야기>에서 노란구미(작가의 분신)는 재일교포 2.5세의 눈으로 한국과 일본을 바라보고 느꼈던 컬처 쇼크에 대한 내용들을 풀어내고, <돈까스 취업>에서는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였을 때, 재일교포 2.5세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자신의 해야 할 일이나 미래에 대한 관철 등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니까 나는 일종의 '역주행'을 한 셈인데, 시기적으로 두 작품 사이에 겹치는 부분들이 있어서 두 작품의 주제는 약간 다를 수 있겠지만, 서로 상호보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한국·일본 이야기>의 내용은 작가 개인의 어린 시절 이야기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같이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재일교포로서 느끼는 서글픔이나 차별 문제, 역사 의식과 같은 굵직굵직한 이야기들도 작가 특유의 색깔로(이 '색깔'도 재일교포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오는 일종의 '어드밴티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조신있게 풀어낸다. 그것 만으로도 상당한 메리트와 재미가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

아래는 작가 정구미님의 홈페이지: http://www.koom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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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00:35 2008/01/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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