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vs. 고독, <나는 전설이다>

감독: 프랜시스 로렌스
출연: 윌 스미스, 알리스 브라가
제작사: 워너 브라더스사, 오리지널 필름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영시간: 97분
개봉일: 2007.12.12
가까운 미래의 뉴욕. 한 과학자가 발명한 암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바이러스에 인류는 멸망하고,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 분)만이 살아남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이 죽거나 Dark Seeker(흔히 말하는 좀비와 비슷한 녀석들)가 되어버렸고, 가까스로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던 정상적인 사람들은 Dark Seeker들의 단순한 공격을 받거나 식량이 되어버렸다. 로버트 네빌은 밤에만 돌아다니는 Dark Seeker들의 세계가 되어버린 뉴욕에 혼자 남아 면역체를 가진 자신의 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연구를 계속하면서,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생존자를 찾으려 노력한다.
가까운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무서운 존재로 돌변하는 것은 단순한 호러물의 그것과는 다르다. 내 친구, 내 부모, 내 애인이
갑자기 내 말도 알아듣지 못하고 나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 때, 사람들은 지인의 모습을 한 괴물에게 일말의 인정을 느껴 차마
공격하지 못한다. 이는 공포스러운 존재가 코 앞까지 다가와도 손 쓸 도리가 없는 극도의 공포를 자아내게 된다. 어제까지 살을
맞대고 정겹게 인사를 나누던 사람들의 머리를 잘라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다만, <나는 전설이다>는 과감하게 이러한 공포의 단계를 건너뛰고, 이미 사람들이 전멸해 버린 상태에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는 네빌의 모습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그 뿌리는 <28일 후...>
와 비슷하나, 모습은 <레지던트 이블>(폴 W.S. 앤더슨 감독, 2002년)과 닮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전설이다>는 기대했던 공포보다는 '좀비와의 사투, 살아남기'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도에 집중한다.
그러나 <나는 전설이다>는 네빌의 고독함으로 다른 좀
비 영화들과 차별을 둔다. 텅 빈 타임스퀘어 광장을 멋들어진 차1를 몰고 다니며 사슴을 사냥하고, 전함의 활주로에서 골프를
즐기며 자신의 애완견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서 네빌은 '혼자 놀기'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지만, dark seeker들의
공격을 받고 애완견이 목숨을 잃은2 후, 그의 고독함은 극대화된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여자 마네킹에게 다가가 "어제
친구에게 약속했어. 오늘은 당신에게 말을 걸겠다고... 제발 내게 인사해줘! '안녕'이라고 말해 달란 말이야!'라며 울부짖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공포는 자신보다 강한 존재에게 맹목적으로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교감할 수 있는 모든
존재를 잃었을 때 오는 지독한 고독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3
결국 영화의 결말에 없는 것이 좋았을
뻔 했던 사족 한 장면과 대사 한 줄이 들어가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고 종교 영화로 변해버리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헐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인 윌 스미스의 귀여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훌륭한 기술로 만들어 진 '텅 빈 세계'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얻을 수 있게 해 준다.
사족.
Dark seeker들은 자외선에 노출되면 타들어가버리기 때문에 어두울 때에만 활동하는데, 네빌이 치료제 실험을 위해 한 명의 dark seeker를 잡았을 때, 다른 dark seeker가 햇빛에 잠시 몸을 내밀며 절규한다. 이 모습을 본 네빌은 'dark seeker들이 최소한의 생존 본능마저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들에게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고 기록하는데, 이는 네빌이 dark seeker에 대해 완전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네빌이 잡아 온 실험체는 여자였고, 그런 네빌에게 분노해 복수를 감행하는 dark seeker는 그 무리의 수장 같아 보이는 남자였다. 어쩌면 네빌이 잡아 온 여자 dark seeker는 그 수장의 애인이었던 것은 아닐까. 사랑하는 존재를 잡아간 네빌에게 복수를 꿈꾸는 dark seeker에게 과연 '사회적 존재로서의 모습은 완전히 잃어버린 존재'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dark seeker의 관점에서 보자면 오히려 네빌이 '천하의 죽일 놈'일지도 모른다. 커뮤니케이션의 단절. 이것은 종種 간에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일수도 있다는 점이 살짝 드러난 것은 아닐지.





댓글
2007/12/26 09:51
우후후 풀 스포일러다 *_* 어차피 안볼생각이었으니 오케이 >_<
/
2007/12/26 12:02
에엑- 스포일러까지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