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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인간미'에 해당되는 글 2

  1. 2008/08/26| 피디| 우리 아직 인간이기에, <월.E> (2)
  2. 2007/08/24| 피디| 어느 완벽주의사의 사랑, <사랑의 레시피>
월.E
원제: Wall-E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제프 갈린, 밴 버트
제작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배급사: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상영시간: 104분
개봉일: 2008.08.06

애니메이션의 초반, 액시엄Axiom호를 타고 지구가 정화되기를 기다리며 5년 동안의 약속된 안락함을 보장받은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롭다. 어지간한 일은 로봇이 다 알아서 해주고 전자동 의자가 이동까지 해주니 일어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저 말 그대로 느긋하게 5년 동안 주어진 안락함을 누리다 지구로 돌아오면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그랬다. <파피용>이 생각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액시엄호. 애초에 계획이었던 5년 동안의 여행은 무슨 일인지 700년이나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점차 안락함에 물들어갔다.

유토피아 속의 디스토피아.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사람과도 직접 대화하지 않고 화상 채팅을 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라는 건 전혀 없는 세계. 그들이 단지 뚱뚱해졌다는 것만이 비극은 아니다. '사이버 데이트는 이제 지겨워.'라면서도 절대로 그것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다.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고, 눈을 돌리면 수많가지 빛을 내뿜는 별들의 장관이 펼쳐지는데, 사람들의 눈은 오직 모니터에만 고정되어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슬픈 유토피아.

'사람들'이 그렇게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에서, 로봇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큐브와 한물 간 뮤지컬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의 쓰레기 처리 로봇, 월.E. 처음 그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700년 동안이나 맡은 일을 꾸준히 해오면서 그는 보다 인간적으로 진화했다. 입도, 코도, 귀도 없고, 심지어 숏다리이기까지 한 이 로봇이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건 사랑을 꿈꾸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다.

월.E가 지구를 구한 방법은 전혀 예상 밖이다. 700년 동안이나 치워도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 마천루를 월.E 혼자서 모두 정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월.E는 그가 사랑하는 생명체 탐사 로봇, 이브에게 느끼는 사랑을 남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한 줄기 남아 있는 인간미를 꽃피우게 했다. 하나의 보잘것 없는 식물만으로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천만에! 월.E가 그토록 그 식물을 소중히 여겼던 건 (물론 월.E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브를 향한 그의 사랑이었고, 이브가 원하는 일을 (비록 미리 주어진 지령directive에 불과했지만) 돕고 싶었던 바램 때문이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E와 이브가 한 일은 단순히 액시엄호의 사람들에게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을만한 환경이 조금이나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말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게 만들고, 서로를 느끼고, 사랑하고, 기계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사람다운 삶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되찾게 해주었다. 월~E~, 이~브~ 라면서 프로토콜의 한계마저도 뛰어넘어 사랑을 속삭이는 이 두 로봇을 보라.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모

아, 근데 솔직히 난 이 모M.O가 제일 좋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08/26 00:11 2008/08/26 00:11
완벽주의자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 분). 그녀의 삶은 그녀 자신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규칙들로 점철되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잠들 때까지, 그녀는 사소한 것 하나에서라도 빈틈을 만들지 않고, 최고의 요리사가 되기 위해 자신을 단련해 왔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일류 요리사의 세계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세계인지라 여자들이 살아남기 힘들단 얘기를 들었었는데, 아마 그래서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조금 들긴 했지만. (<라따뚜이>에서 링귀니가 주방에 들어왔을 때 꼴레뜨가 그렇게 으름장을 놓은 것도 그 때문이었고.)

그녀의 완벽주의란 평소엔 단지 조금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끊임없이 구애하는 '같은 건물'의 남자에게는 절대 마음을 열지 않고, 정해진 새벽 시각에 단잠을 깨고 일어나 새벽 시장에 나가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오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자신이 만든 요리는 완벽 그 자체였다. 그녀 자신은 이미 자신이 만든 이러한 규칙들이 몸에 베어있고, 또 스스로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래, 그러렴.'이라고 생각하겠지만서도, 기껏 레스토랑에 와서 음식이 자기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한마디 했다가 주방장에게 쫓겨나는 손님과 그것을 바라보는 식당 사장의 기분은 어떨까나.

케이트의 완벽주의의 비극은 언니 폴라(패트리샤 클락슨 분)의 죽음에서 절정을 이룬다. 언니의 죽음을 애도할 시간도 충분히 갖지 않고, 꾸역꾸역 일을 하러 식당에 나온 케이트. 잠시 짬을 내 아무도 없는 식자재 창고에서 언니의 편지를 읽으며 소리죽여 울면서도 일은 그만둘 수 없었다. 이쯤 되면, 왜 그녀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다녀야 하는지 이해할 만도 하다.

케이트의 이런 완벽주의를 뒤흔든 건, 폴라의 딸 조이(아비게일 브레슬린 분)와 닉(아론 에커트 분)이 그녀의 인생을 파고들면서부터였다.

완벽주의라는 건 순수히 일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나무랄데가 없는 성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이트급의 완벽주의는 나쁘게 말해 '아무도 믿지 못함'에 다를 바 없다. 어떤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을 믿을 수가 없어 스스로 모든 일을 하고 검증해야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깊어질 수 없고, 그녀가 퇴근 후 집에 들어설 때 반기는 건 전화기에서 울리는 "There is no message."라는 딱딱한 기계음 뿐이었다.

허나 조이와 닉과 마주하면서 케이트는 완벽주의에서 조금은 벗어나 인간적인,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해피엔딩. 디엔드. 쫑. 끝.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를 시사회로 봤으니 좋게 써주려 서론이 길어졌으나, 아아, 이것이 내 필력의 한계다. 재미없는 걸 뭔가 있어보이게 쓰기는 참 힘들구나.

포스터와 제목에 낚였다. <사랑의 레시피>, 주방, 주방장인 두 주인공. 왜인지 모르겠지만 요리 영화를 상상했다. 허나 영화 필름이 돌아가면서 <사랑의 레시피>라는 자막 뒤로 <No Reservations>라는 원제가 힘없이 '나 여기 있소.'라고 외치고 있었다. '뭐야, 이 제목 사이의 간극은?'

일단 이 영화는 요리 영화는 절대 아니다.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했어.'라고 말하신다면야 할 말은 없지만, 그저 완벽주의자 주인공의 직업이 어쩌다보니 일류 주방장이었을 뿐이었다. 사실 요리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서론에서 길고 길게 늘였다시피 이 영화는 완벽주의자 케이트가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의 탈을 쓴 휴먼 드라마다. 그런데 그 과정, 별로 흥미롭지가 못하다.

사랑의 레시피
원제: No Reservations
감독: 스콧 힉스
출연: 캐서린 제타 존스, 아론 에커트 , 아비게일 브레슬린
제작사: 캐슬 락 엔터테인먼트, 빌리지 로드쇼 픽쳐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영시간: 104분
개봉일: 2007.08.3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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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17:00 2007/08/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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