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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운명'에 해당되는 글 1

  1. 2007/08/03| 피디| 하늘에서 정해준 운명, 이라고? <D-WAR> (4)
<이 리뷰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난리가 났다. 7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D-WAR>에 온 나라의 신경이 집중된 것 처럼 보인다. 국내 유명 검색 포탈 사이트에는 "디 워"나 "디 워 감상평"이 인기 검색어로 랭크되어 있을 정도다. 그 때문인지 너도나도 말이 많은데, 일반적인 중론은 "그래픽은 매우 훌륭하나 스토리가 약간 부진하다." 정도인 듯 하다. 나 역시 그 의견에 동감하므로,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하겠다.(사실 입이 근질거리기는 하다. 내가 봤을 땐 스토리보다 연출에 오히려 티가 많았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여의주로 태어난 새라(아만다 브룩스 분)가 브라퀴(나쁜 이무기)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이든(제이슨 버)과 잭(로버트 포스터), 그리고 브루스(크레이그 로빈스)가 수호한다.'이다. 그런데 난 말이지, 이 스토리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새라를 브라퀴로부터 수호하는 이유가 뭔가? 바로 '착한 이무기'한테 바치기 위해서다. 난 이부분이 너무 싫다. 이든이 아무리 죽기 살기로 새라를 보호하더라도 결국 새라는 목숨을 바쳐야 할 운명인 것이다. 착한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면 정말 세상이 행복해질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는냔 말이다. 당장 새라는 목숨을 바쳐야 하고, 이든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데. 지금 '세상의 평화' 운운할 때야?

새라와 이든의 태도도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새라, 처음엔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거야. 무시무시한 일들이.'라면서 온 방안을 부적으로 채우고, 병원에서 살려달라고 발악한 건 살고 싶었기 때문 아닌가? 이든은 중반까지 '새라의 운명을 바꿔줄 거에요!'라면서 잭한테 바락바락 대들더니, 왜 결국 마지막에는 그렇게 순순히 "이제 이별이군요."라고 하는 건데? 주인공이라면 뭔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란 말이지!

좋게 보자면, '결국 여의주는 착한 이무기에게 주어졌고, 착한 이무기는 그 힘으로 브라퀴를 무찌르고 용이 되어 승천했답니다. 끝, 디 엔드.'이다. 그런데 말이지, 난 너무너무 슬프고 화가 났다고. 아무렇지 않게 세상의 평화 운운하면서 순순히 목숨을 갖다 바치는 새라와 그걸 바라보고만 있는 이든의 무기력함과 비성실성에. 이든, 네가 차고 있던 목걸이, 그거 한방에 LA를 쑥대밭으로 만든 대군이 전멸해 버리던데, 그 힘을 좀 잘 써서 브라퀴를 해치울 생각은 안 해봤어? 응? 그럼 새라가 굳이 여의주로 바쳐지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고. 나 이거 참. 덕분에 넘 남은 인생을 새라 그리워하면서 살아야되고, 500년 후에 다시 만나자고? 그 때도 새라는 또 여의주로 바쳐질 텐데? 500년마다 만나서 사랑하다 헤어지는 걸 계속 반복할거야? 왜 그렇게 슬픈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건데!

결국 하늘에서 정해 준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건가. 전생에서는 천상의 규칙을 어기고 함께 투신 자살을 했는데, 차라리 그게 훨씬 마음에 든다. 이든! 근성을 좀 보이란 말야!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거야.'라며 밤낮으로 궂은 땀 흘리고 애쓰는 다른 캐릭터들 보기 미안하지도 않아?

사족.
"디 워"는 그렇다치고 "디 워 감상평"이 인기 검색어인 점은 매우 재미있다. 아직도 "개그맨 출신 감독"에 대한 불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랄까. 나는 볼만한 영화인 것 같은데. 심형래 감독이 이번엔 뭔가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으니까. 그리고 한국을 알리려 많이 노력한 것 같더라.

D-WAR
감독: 심형래
주연: 제이슨 버, 아만다 브룩스
제작사: ㈜영구아트
배급사: 쇼박스(주)미디어 플렉스
상영시간: 92분
개봉일: 2007.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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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3 08:30 2007/08/0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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