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 그 달콤한 허영에 대하여. <승자는 혼자다>
| 승자는 혼자다 1권/2권 - ![]()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호경 옮김/문학동네 프랑스 한 소도시에서 열리는 칸 영화제. 긴 다리의 금발미녀와 영화제작자, 감독, 배우와 슈퍼모델로 넘쳐나는 럭셔리하고 화려한 곳에 다섯 명의 인물이 운명의 인도를 받아 모여든다. 소설은 떠나간 아내 에바를 되찾기 위해 칸 영화제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고르의 행적과 그 죽음의 향연에 얽혀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
전 세계 사람들의 열망의 집대성이자 세계 최대, 최고의 영화제인 칸 영화제. 그 곳에 낯선 이방인 한 명이 베레타 소총을 들고 모습을 드러낸다. 러시아 최고의 이동통신 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이고르. 그가 칸에 온 것은 그를 버리고 떠난 전 부인, 에바를 되찾기 위함이다. '당신을 되찾기 위해서라면 세상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착실하게 계획을 수행해나가는 이고르, 그리고 그의 연쇄 살인에 얽힌 사람들의 24시간에 대한 이야기.
소설의 메인 플롯은 이고르의 연쇄 살인, 그리고 그의 여인 에바를 되찾기 위한 몸부림이지만 그 주변인들의 이야기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동경하고 열망하는 유명인, 셀리브리티celebrity, 혹은 책의 표현을 빌려 슈퍼클래스라 부르는 명성과 권력을 얻기 위한(가브리엘라, 모린), 혹은 그것을 얻은(가브리엘라와 연기하기로 되었던 '스타'와 '감독' 등), 그리고 그것을 얻은 후(이고르, 하미드)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권력과 명성을 얻는 것과 자신의 꿈이 동일시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처롭고, 그것을 얻은 자들의 실체는 가련할 정도로 시스템의 톱니바퀴화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얻은 자들은, 그것 이외에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화려하지만 속은 텅 비어있는 공허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 책은 스릴러가 아니다. 오늘날의 세계를 거칠게 담아 본 스냅샷일 뿐이다.'라는 작가의 말을 굳이 곱씹어보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이고르의 연쇄 살인보다 그가 왜 그런 일을 저질러야만 했는가에 대해, 명성을 갈망하고 그 위치에 놓여있는 자들에 대한 연민에 더 눈과 마음이 간다.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는 적나라한 슈퍼클래스, 혹은 우리가 열망하는 그 어떤 세계들의 실체는 우리가 상상하던 것들과는 사뭇 다르며, 심지어 그것이 시장, 혹은 시스템이라 불리는 거대한 손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는 사실은 세상을 한층 더 냉소적으로 보게 만든다.
얼핏 생각해보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온 우주가 도울테니 걱정말고 꿈을 향해 나아가라는 코엘료의 지난 작품인 <연금술사>에 대치되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코엘료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브리엘라에게 끊임없이 '정말 그걸 하고 싶니?'라고 묻게 만들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 질문의 진의를 좀 더 파고들어보면, 그 '꿈'이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 세상에 의해 조작되고 강요된 것은 아닌지,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짜 자기 꿈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고민과 번뇌를 갖지는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냉소적으로 '현실'을 이야기하지는 않을 테니까.
<승자는 혼자다>라는 제목은 그런 의미에서 현실을 향한 냉소적인 어떤 '선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생의 '승자'들이, 아니, 승자처럼 보이는 그들은 진짜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이 아닌, 거대 시스템의 조그만 톱니바퀴, 고장나면 다른 것으로 금새 갈아치워질 수 있는 그것이 된 것 뿐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거대한 시스템의 온전한 운행을 위해 홀로 고독해야 함을 간결하지만 분명하게 선언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갈망하는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홀로 남겨질 수 밖에 없는가? 우리가 갈망하는 승리가 이미 거대한 시스템의 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없고, 승리해서도 안되는 것인가? 코엘료가 제시한 해법은 <연금술사>의 그것과도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데, 자신의 '진짜' 꿈을 찾아 노력하라는 것이다. 명예, 권력과 같은 화려하지만 속은 비어있는 것들을 갈망하는,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버린 삶이 아니라 진짜 스스로가 바라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신인 모델 재스민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게다. 일반적으로,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승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엘료가 말하는 '승리'에 있어, 그녀가 진정 승리하지 못했는가, 승리하지 못해 불행한가라는 질문은, 말 그대로 우문일 뿐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자문하기에 앞서, '이 꿈은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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