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랑하라. 는 슈퍼 영웅식 동화 <핸콕>

감독: 피터 버그
출연: 윌 스미스, 샤를리즈 테론, 제이슨 베이트먼
제작사: 포워드 패스, 오버브룩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상영시간: 92분
개봉일: 2008.07.02
슈퍼 영웅들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위기에 처했을 때 '도와줘요, 슈퍼맨!'이라고 외치면 슈퍼맨이 날아오고, 시장이 배트맨 사인을 밤하늘에 띄우면 배트맨이 출동한다1. 심지어 우리의 소시민적 영웅인 스파이더맨은 월세를 빨리 달라는 집주인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아르바이트 중간에도 영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짤려 금전고에 시달린다. 왜? 도대체 왜 이들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지 못해 안달인 걸까? 단지 남들보다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론 슈퍼 영웅의 이름을 콕 찝어 들먹거리며 맞짱을 뜨자고 쌩난리를 치는 악당들의 존재는 잠시 잊어두자. 애초에 슈퍼 영웅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조용히 살았을지도 모를 녀석들이니. 그저 순수하게, '왜 그들은 슈퍼 영웅이 되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지 않나?
그 때문인지 최근 슈퍼 영웅 캐릭터를 내세운 시리즈물들은 대부분 시작에 슈퍼 영웅에게 영웅으로서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데 꽤 많은 부분을 할당한다. 초심으로 돌아간 배트맨 시리즈는 배트맨이 배트맨이 되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정신적, 신체적 고뇌를 그려냈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엄청난 힘에는 그에 맞는 책임과 사명이 뒤따른다'는 삼촌의 교휸이 정신적 지주가 된다. 게다가 아이언맨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업보와 마주하면서 인류를 위해 해야 할 일에 눈을 뜬다. 대게의 슈퍼 영웅들은 그들이 영웅이기 위해 가져야 할 사명감을 얻기 위한 나름의 계기들이 있었던 것이다.
'까칠한' 슈퍼 영웅 핸콕(윌 스미스 분)은 이런 다른 영웅들과 시작부터 달랐다. 멋진 유니폼, 젠틀한 매너,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감은 죽을 쒀서 개를 줬는지, 모든 사람들을 그를 꼴통asshole이라 부른다. 대낮부터 술에 취해 널부러져 있고, 성추행은 기본이요, 악당 잡겠다고 건물 몇 채 부수는 건 일상다반사다. 영웅이 되려고 된 게 아니라,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주사 바늘이 부러질 정도로 강철 같은 피부와 하늘을 날고 건물 부수는 게 우스울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 탓일까, 영웅 행세를 하기는 하지만 이거 원, 차라리 핸콕이 없어지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까칠한 그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잠시 잊고 있던 궁금증이 다시 머리를 든다. 왜 핸콕은 저러면서도 악당을 잡으러 다니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걸까?
그런 핸콕은 우연히 PR 전문가인 레이 엠브레이(제이슨 베이트먼 분)의 목숨을 살려주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레이는 핸콕을 우리가 바라는 슈퍼 영웅의 모습으로 만들어 모두가 그를 좋아하게 만들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레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삐딱한 까칠 영웅 핸콕. 레이는 자신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핸콕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그렇게 삐딱하게 구는 건 외롭기" 때문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레이의 말을 울며 겨자먹기로 따르기는 해도 삐딱하게만 받아들이던 핸콕이 마침내 마음을 열었을 때, 핸콕은 스스로 외로웠음을 인정한다. 병원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려 눈을 떴을 때, 기억은 사라지고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파워만 남았을 때, 오죽했으면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았을까, 라며. 다른 여타의 영웅들이 악당들에 의해 위험에 쳐해질까 봐 사랑하는 연인들을 떠나야 하는 슬픈 이별을 하고 있을 때, 핸콕은 아무도 자신을 찾아주지 않는 슬픈 외로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던 것이다. 핸콕이 레이에게 마음을 열었던 것도, 그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삐딱하고 까칠함을 조금씩 벗어던지고, 한정된 곳에서이긴 해도 다른 사람들의 인정과 환호를 받게 되면서 핸콕은 점차 우리가 알고 있던 슈퍼 영웅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안 까칠하게' 도와주고, 하늘에서 착지할 때도 건물은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사건 현장에 나가 있던 경찰에게 '최고예요.Good Job.'이라며 어색한 격려의 말을 건낸다. 슈퍼 영웅은 슈퍼 파워만 가지고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찾고, 인정하고, 사랑함으로 비로소 영웅은 영웅이 된다. 하긴, 그게 비록 영웅에게만 통하는 말이겠는가. 우리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사랑할 때에야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마음을 열고, 서로가 서로를 마주할 때, 저 높은 밤하늘의 달에 펼쳐진 올 하트All Heart 로고처럼 세상에 사랑이 넘쳐흐르지 않을까?
@사족
시리즈물로 기획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부디 <핸콕>만큼은 2편이 나오지 않기를. 까칠하지 않은 핸콕은 말 그대로 매력 반감.
핸콕은 "꼴통asshole!"이라는 말만 들으면 분노 지수 만땅이 되어버린다. 이 모습은 흡사 <백투더퓨터>(로버트 저메스키 감독) 시리즈의 주인공 마티(마이클 J. 폭스 분)가 "겁쟁이chicken!"라는 말만 들으면 발끈해서 물불 못 가리는 모습과 같지 않나! 차이점이라면 핸콕이 열받으면 주변 사람들이 위험해지지만 마티는 스스로가 위험해진다는 것? 이건 피터 버그 감독의 <백투더퓨처>에 대한 오마주인지, 아니면 단순한 캐릭터의 유사함인지.
- 가만, 그러고보니 배트맨을 낮에 부를 수는 없는 거네? 고담시티에 밝은 낮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하긴 하지만.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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