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Monologue 2009/03/09 22:48
액땜일까, 무언가의 전조일까.
scene 1. 집
새벽 다섯시. 어스름한 해가 떠오르는 새벽. 간신히 눈을 뜨고 샤워를 한다. 신기하게도 평소에는 죽어도 안 일어나지는 시간에, 이런 날엔 잘도 깬다.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빠뜨린 것이 없나 생각한다. 전화기와 MP3P는 가는 차안에서 사용할 생각에 따로 꺼내 놓는다.20kg이 조금 넘는 가방을 낑낑거리며 끌고 가서, 아직은 쌀쌀한 새벽 날씨와 어울리지 않게 헉헉거리며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섰다.
아차.
따로 가져오려고 한 전화기와 MP3P를 그대로 두고 나왔다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scene 2. 김포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난다. 평소와 다름 없이 지나가려는데 대뜸 가방을 좀 보잔다. 보라고 했더니 쓰던 화장품을 넣어가는 게 문제란다. 아놔. 뺐지는 않을테니 내려가서 수화물로 부치란다. 다시 뽈뽈뽈 돌아나가 비행기 안에서 보려 했던 책을 넣어 둔 배낭에 화장품을 넣고 통째로 부쳤다. 그랬더니 직원이 '수화물검사가 있으니 저기서 3분 쯤 기다리란'다. 8시 45분 비행기. 탑승 시작 시각인 8시 15분을 넘어서 20분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묵묵히 기다렸으나 아무도 찾지 않아 옆에 있던 다른 직원에 물어봤다.별 일 없는가보니 그냥 들어가란다.
scene 3. 하네다공항
이번에 본래 내 짐에 친구의 부탁과 같이 출장 간 모 차장님의 짐을 함께 들어드릴 일이 생겼다. 모 차장님께서는 짐을 맡기고 '그럼 전 갈게요.'라고 하셨다. 짐이 얼마 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데다가 배낭을 빼고는 전부 바퀴 달린 가방들이어서 초반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게 자꾸 가다보니 가방들 바퀴가 잘 안 굴러가는거다. 게다가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있는데다가 크기도 커서 균형잡기가 쉽지 않더랬다. 덕분에 신발이 가방에 자꾸 긁힌다. 짝짝짝 상처가 나는 신발을 보고는 '에이, 짜증나!'라고 외친 순간,짐을 맡긴 모 차장님께서 바로 옆에서 '피디씨 미안.'이라고 하셨다.
scene 4. 맨션
오랫만에 왔으니 맨션에 마실 물이 없다. 물을 끓여서 보리차를 넣어 놓고는 기다리고 있는데, 한바탕 청소, 반신욕, 샤워를 거치고 나니 타는 목마름을 견딜 수가 없었다. 보리차를 조금 마셔보니 아직도 뜨겁다. 으악,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이백몇십엔 정도를 들고 새로 산 슬리퍼를 신었다. 나름 건강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내려가다가,주우우욱 앞으로 미끌어져 뒤로 넘어졌다.
다행히도 왼손으로 옆의 벽에 붙어 있던 버팀목을 잡아서 머리는 안 부딪혔는데, 오른쪽 팔꿈치가 계단과 격한 만남을 가졌다. 갑자기 뒤로 넘어가서 그런지 머리가 약간 어질하고.
자,
이것들을 나는 액땜이라고 봐야 할까,무언가의 전조라고 봐야 할까.





댓글
2009/03/10 06:27
...액땜 ㅠㅠ
2009/03/10 08:27
제발 그래야 할텐데...
그러고보니 면도기도 놓고 왔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