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어 게임 시즌 2>는 3회전까지 끝냈던 <라이어 게임>의 2년 후를 그리고 있는 후속작이다. <라이어 게임>에서 인간 사이의 믿음이라는 꽤나 묵직한 주제에 대해 잘 그려냈던 드라마가 조금 무리를 하면서 시즌 2를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원작이 워낙 재밌는 데다가 소재 자체가 보는 내내 긴장하게 만드는 탓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기는 한데, 게임과 게임 사이에 조금 억지스러운 설정이 다소 보이긴 한다. 그래서인지 시즌 2는 묵직한 주제 의식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아키야마(마츠다 쇼타 분)와 카츠라기 료(키쿠치 린코 분)의 대결 구도에 좀 더 중점을 두었다.
어쨌든 재미있다. 재미있는데...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9화에서 준결승을 끝으로 드라마를 끝내고서는 3월에 극장판이 개봉한다고 광고를 날린다. 문제는 극장판이 오리지널 스토리가 아니라 결승전이라는 거! 이거 보러 내가 지금 일본까지 날아가게 생겼니. 게다가 이럴거면 나오(토다 에리카 분)는 왜 자꾸 시즌 끝날 때마다 게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야! 스크립터들, 솔직히 나오가 게임에 다시 돌아올 때 설득하는 말 진지하게 생각 안하지? 그게 제일 어색하단 말이다!
원작 <라이어 게임> 만화를 처음 접했을 때, 아무래도 <도박묵시록: 카이지>가 떠올랐다. 우연히1 궁극의 심리, 두뇌 싸움에 주인공이 참여하게 된다. 이기면 엄청난 상금을 얻을 수 있지만, 패하는 경우엔 엄청난 빚을 지게 된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지만, 그 액수가 억 단위를 가뿐히 넘나드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이다. 여기까지는 <라이어 게임>과 <카이지>가 거의 비슷한 플롯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가 있다. <카이지>에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게임의 돌파구를 찾아내는, 말 그대로 두뇌 싸움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라이어 게임>에서는 그 두뇌 싸움을 넘어선 것이 좀 더 있다. <라이어 게임>에 나오는 게임들이 인간의 '불신'을 근간에 두고 있다는 것.
사실 칸자키 나오는 라이어 게임과는 절대 어울릴 수도 없고, 1회전도 이길 수 없는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캐릭터이다. 상대방을 속여서 1억엔을 빼앗아 오는 것이 주 목적인 게임과, 길에서 100엔만 주워도 경찰서에 신고하는 온 몸과 표정에 '정직'이라고 써놓고 다니는 사람의 만남. 모두가 칸자키 나오의 패배를 예견했고,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칸자키 나오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다. 아키야마를 만나기 전까지.
피라미드회사에 속아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인 과거를 가지고 있는 아키야마는, 심리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거꾸로 피라미드회사를 상대로 사기를 쳐, 회사를 파산으로 몰아 넣은 경력이 있는 사기꾼(이라기엔 조금 착한(?) 면이 있지만.)이다. 말 그대로 이 드라마에서 아키야마는 칸자키 나오를 도우면서 게임의 돌파구를 찾아낸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매와 같은 눈으로 상황과 룰을 판단하고 최적의 루트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 길로 가기 위해 주변 사람들을 적절히 요리하는 데에도 능숙하다. 과연, 천재 사기꾼.
자, 그럼 사실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데에는 아키야마로 충분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드라마의 초, 중반부까지 칸자키 나오의 바보스러우리만치 정직한 모습은 보는 이를 답답하게 만들 지경이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무조건 믿고 따르다가 절대로 회생할 수 없는 지경까지 처박히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럴 때마다 아키야마가 비상한 방법으로 구해주기는 했지만. 여하튼,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도움도 안되는, 오히려 방해만 되는 히로인은,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한다. 정말? 정말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는 것일까? 반드시 누군가는 불행해지고, 누군가는 행복해져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의 히로인은, 결국 밝혀낸다. 라이어 게임에 숨겨진 진실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그것은 믿음. 너무나 쉽고 간단한 것이어서 보는 이가 다 맥이 풀릴 이야기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믿기만 한다면 심지어 라이어 게임 안에서도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은 어느 정도의 지능과 사회성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어린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이유이다. 왜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서 불행해지는지, 어린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왠지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거짓말을 통해 남의 큰 돈을 빼앗는다고 해서, 그게 진정 행복인가? 정당한 방법으로 큰 돈을 얻을 수 있는 '복권 상금'조차도 받을 후에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거짓말까지 하면서 얻은 것에 얼마나 큰 행복과 의미가 있을까?
드라마는 11편으로 끝나기 때문에, 원작의 중간 - 라이어 게임 3회전 까지의 진도까지만 그리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끝을 내려나,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비밀을 밝혀주면서 게임에서는 주인공들이 궁지로 몰릴 때마다 돌파구를 찾아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믿음이 중요하다.'는 대주제를 잊지 않고 잘 밀고 나가주었다. 이 '믿음'의 힘은 점점 확대되어 원수로의 용서로까지 번져갔고, 모두가 칸자키 나오에게 동화되어 가는 모습은, 극단적인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훈훈하기까지 하다.
히힛.
아, 그러고보니, 이 드라마의 명대사는 이거라고 볼 수 있다. 자기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복수의 대상을 앞에 놓고, 칸자키 나오의 설득으로 복수를 하느냐 용서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한 아키야마. 결국 그가 선택한 것은 악인 스스로, 스스로를 용서받을 수 있는 자인지 아닌지 표현하게 한 것. 정말 이 대사 들을 때, 소름이 쭈뼛 솟을 정도였다.
俺はお前の言葉なんか信じない。俺の言葉を信じるか信じないかはお前が決めろ。(나는 네 말을 믿지 않아. 내 말을 믿을지 말지는 네가 결정해라.)
덤. 극 중 라이어 게임 사무국(LGT)의 집행인(?), '에리エリー'역으로 분한 키치세 미치코吉瀬美智子라는 여배우. 보는 내내 '혹시 채연이 일본 드라마에 진출했었나? 싶을 정도로 닮았다. 검은 정장에, 절대 흥분하지 않고 늘 냉정하고 차가운 반응으로 일관하는, 얼음마녀 스타일.
덤2. 리뷰 쓰기 전에 정보를 좀 얻어볼까 하고, <라이어 게임> 홈페이지를 찾아들어갔더니 시즌 2와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반갑긴 한데, 원작과 다르게, 하지만 정말 주제를 잘 살린 스토리로 완벽하게 끝냈으면서 어떻게 시즌 2를 이어갈 지 궁금하구먼. '시즌 2'라고 하는 걸 보니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리메이크를 하려는 건 아닌 듯 한데... 게다가... 저거, 배경에 있는 저 할아버지(?)... 아키야마 아니지? 그렇지? 왜 저렇게 된거야! ... 뭐, 그래도 일단 기대는 된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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