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Movie 2007/07/23 19:10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다이 하드 4.0>
나는 액션 배우를 크게 두 분류로 나누는데, 그 분류들의 (내맘대로 매긴) 대장은 각각 스티븐 시걸과 브루스 윌리스다. 어릴 때 본 이네들이 주연한 영화들(언더씨즈 시리즈와 다이 하드 시리즈)에서 그네들은 각각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액션을 보여주었는데, 둘 모두 특유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뭐랄까, 물과 기름 같은 사이여서 서로 섞일 순 없지만 따로따로 맛을 보면 최상급이라고나 할까.
존 맥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 분)와 케이시 라이백(스티븐 시걸 분)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친숙함'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시민적 영웅"의 시초는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존 맥클레인 이었던 것이다. 존이 어디 무슨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기나 하나, 아니면 정부의 비밀 요원이길 하나. 아무것도 없는 그저 길가다 (물론 이 길은 미국에 있는 길이어야겠지만) 마주칠 수 있는 형사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그는 늘 얼굴이 피로에 쩔어 있다. 아내와는 툭하면 싸우고, 별거하고, 결국 이번 시리즈에선 이혼당했고, 딸은 자기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윗사람들은 시도때도 없이 쏘아대고, 그러면서 자칭 세계 최고의 악당이란 놈들은 "잊을만 하면" 존을 불러내어 자기들과 엮이게 만든다. 아, 쓰고 쓰고 또 쓰자니 존 맥클레인 형사가 옆에 있다면 손이라도 한 번 꼭 잡아주고 싶을 정도로 연민이 몰려온다.
이런 존은 스스로도 영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런 존을 보면서 매튜 패럴(저스틴 롱 분)은 "당신은 그래서 영웅"이라고 한다. 그랬다. 마치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수많은 달인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억세게 운이 나쁜 존이 엮이는 일들은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존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포기할 줄 모른다는 게다. 아무리 많은 적이 자기를 몰아붙여도,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심지어는 총알이 떨어지더라도, 그는 포기할 줄 모른다. 다만 투덜거릴 뿐이다. 악당의 무전기에 대고 "지금 너 잡으러 갈 거니까, 기둘려."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건 존 맥클레인 형사가 아니고서야 그 느낌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소시민적 영웅의 시초인 존 맥클레인 형사.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그가 우직하게, 정말 포기라는 단어를 알기나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샌가 안도를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지금 내 삶이 힘들어도, 존 만큼이야 하겠어? 적어도 총알 세례를 뚫고 갈 일은 없잖아. 그의 억세게 좋은 운(Die Hard)은 뭐니뭐니해도 이런 우직함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편에서도 존 맥클레인은 억세게 운 나쁘게 나쁜 놈들과 엮이고, 동료를 구하고, 억세게 운 좋게 살아남는다. 이전 시리즈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존 맥클레인 형사가 마지막으로 활약했던 시기가 무려 12년 전이라는 걸 상기해본다면 그는 지나는 세월과 먹어가는 나이와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을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악당한테 별 매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스스로는 엄청나게 똑똑한 녀석이라고 자부하는 듯 하지만, 자네는 다이 하드 3에 나왔던 사이먼 그루버(제레미 아이언스 분)에 비하면 아직 새발의 발톱에 낀 때만큼도 매력이 없다네. 스케일은 점점 엄청나져서 이번 시리즈는 코드명 'Fire Sale'을 앞세운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키려 하지만, 악당한테 매력이 없으니 '아, 그러셔? 정부에 왜 그렇게 반감이 심한 건데?'라는 느낌만 들 뿐. 덕분에 미국 전역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음에도 상황판에서 불이 하나씩 꺼져가고 있구만, 이라는 느낌 이상은 없었다. 주인공의 매력이 큰 만큼 악당의 매력이 커야 균형이 맞아 훨씬 스릴이 넘치는데 말이다.
여하튼, 왕의 귀환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바이다.
마무리짓기 전에 하나 더. 인질로 잡혀간 존 맥클레인의 딸 루시 맥클레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분),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아빠한테 목소리나 좀 들려줘보지라고 하니까 "아빠, 여기 다섯 놈 남았어."라고 대뜸 말하는 그녀는 진정 존 맥클레인의 딸이다. 혹시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존 맥클레인의 다음 파트너는 그의 딸...?
원제: Live Free or Die Hard
감독: 렌 와이즈만
출연: 브루스 윌리스, 매기 큐, 저스틴 롱, 티모시 올리펀트,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제작사: 이십세기 폭스사, 샤이엔 엔터프라이지즈
배급사: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상영시간: 128분
개봉일: 2007.07.17
존 맥클레인 형사(브루스 윌리스 분)와 케이시 라이백(스티븐 시걸 분)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친숙함'이 아닐까 싶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소시민적 영웅"의 시초는 스파이더맨이 아니라 존 맥클레인 이었던 것이다. 존이 어디 무슨 특출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많기나 하나, 아니면 정부의 비밀 요원이길 하나. 아무것도 없는 그저 길가다 (물론 이 길은 미국에 있는 길이어야겠지만) 마주칠 수 있는 형사 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그는 늘 얼굴이 피로에 쩔어 있다. 아내와는 툭하면 싸우고, 별거하고, 결국 이번 시리즈에선 이혼당했고, 딸은 자기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윗사람들은 시도때도 없이 쏘아대고, 그러면서 자칭 세계 최고의 악당이란 놈들은 "잊을만 하면" 존을 불러내어 자기들과 엮이게 만든다. 아, 쓰고 쓰고 또 쓰자니 존 맥클레인 형사가 옆에 있다면 손이라도 한 번 꼭 잡아주고 싶을 정도로 연민이 몰려온다.
이런 존은 스스로도 영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그런 존을 보면서 매튜 패럴(저스틴 롱 분)은 "당신은 그래서 영웅"이라고 한다. 그랬다. 마치 "생활의 달인"에 나오는 수많은 달인들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다만 억세게 운이 나쁜 존이 엮이는 일들은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는 하지만.
존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포기할 줄 모른다는 게다. 아무리 많은 적이 자기를 몰아붙여도,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심지어는 총알이 떨어지더라도, 그는 포기할 줄 모른다. 다만 투덜거릴 뿐이다. 악당의 무전기에 대고 "지금 너 잡으러 갈 거니까, 기둘려."라고 뻔뻔스럽게 말하는 건 존 맥클레인 형사가 아니고서야 그 느낌이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소시민적 영웅의 시초인 존 맥클레인 형사. 겉보기엔 아무것도 없는 그가 우직하게, 정말 포기라는 단어를 알기나 하는 걸까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어느샌가 안도를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아무리 지금 내 삶이 힘들어도, 존 만큼이야 하겠어? 적어도 총알 세례를 뚫고 갈 일은 없잖아. 그의 억세게 좋은 운(Die Hard)은 뭐니뭐니해도 이런 우직함에서 나오는 것일게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번 편에서도 존 맥클레인은 억세게 운 나쁘게 나쁜 놈들과 엮이고, 동료를 구하고, 억세게 운 좋게 살아남는다. 이전 시리즈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지만, 존 맥클레인 형사가 마지막으로 활약했던 시기가 무려 12년 전이라는 걸 상기해본다면 그는 지나는 세월과 먹어가는 나이와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을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다만 아쉬운게 있다면 악당한테 별 매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스스로는 엄청나게 똑똑한 녀석이라고 자부하는 듯 하지만, 자네는 다이 하드 3에 나왔던 사이먼 그루버(제레미 아이언스 분)에 비하면 아직 새발의 발톱에 낀 때만큼도 매력이 없다네. 스케일은 점점 엄청나져서 이번 시리즈는 코드명 'Fire Sale'을 앞세운 미국 전역을 초토화시키려 하지만, 악당한테 매력이 없으니 '아, 그러셔? 정부에 왜 그렇게 반감이 심한 건데?'라는 느낌만 들 뿐. 덕분에 미국 전역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고 있음에도 상황판에서 불이 하나씩 꺼져가고 있구만, 이라는 느낌 이상은 없었다. 주인공의 매력이 큰 만큼 악당의 매력이 커야 균형이 맞아 훨씬 스릴이 넘치는데 말이다.
여하튼, 왕의 귀환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바이다.
마무리짓기 전에 하나 더. 인질로 잡혀간 존 맥클레인의 딸 루시 맥클레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분),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아빠한테 목소리나 좀 들려줘보지라고 하니까 "아빠, 여기 다섯 놈 남았어."라고 대뜸 말하는 그녀는 진정 존 맥클레인의 딸이다. 혹시 다음 시리즈가 나온다면, 존 맥클레인의 다음 파트너는 그의 딸...?

감독: 렌 와이즈만
출연: 브루스 윌리스, 매기 큐, 저스틴 롱, 티모시 올리펀트,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제작사: 이십세기 폭스사, 샤이엔 엔터프라이지즈
배급사: 이십세기 폭스 코리아
상영시간: 128분
개봉일: 200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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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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