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이라는 이름의 슬픔, <마리 이야기>
![]() | 마리이야기 - ![]() 이성강 /이병헌/공형진 /엔터원 아름답고 섬세한 영상미와 음악…국내 애니메이션 진일보된 수작 바닷가 외딴 마을.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엄마와 사는 열 두 살 소년 남우. 친구라곤 동갑내기 준호와 고양이 요 뿐이다. 어느 날, 학교 앞 문방구에서 신비한 빛을 내뿜는 구슬을 발견한다. 밤새 고민하다 다음날 사러 달려가지만 구슬은 없다. 실망한 남우. |
망각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실수를 하게 만들기도 하고,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때론 도움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얼마나 괴로운 일이겠는가? 행여나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오래된 과거의 시시콜콜한 일들을 기억하며 추궁하는 친구에게 대단하다는 감탄사보다는 속 좁은 놈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떠올려보자. 망각은 때로 지난 일을 잊고 새로운 시작의 앞에 선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문제는 무엇을 망각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우리 스스로는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때론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것까지도 망각해 버린다.
새벽에 도착해서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다 그대론데도 왠지 낯설고 달라보이는 거야. 내가 엉뚱한 동네에 온게 아닌가, 갑자기 멍해지더라.
근데 생각해보니까 변한 건 나였어. 내가 가진 추억도 그렇게 작게 줄어들었지만,
그 때 잊지 않을거라고 누군가한테 약속했던 것 같은데. 언제나 마음 속에 간직할 거라고. 그게 누구였을까...
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할머니, 엄마와 사는 남우가 마음을 여는 건 준호라는 친구와 길에 버려져 있던 고양이 요 뿐이다. 쉽사리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고 심지어는 서울로 유학을 가려는 준호의 앞에서도 무덤덤하다. 그런 준호의 앞에 우연히 펼쳐진, 신비한 세계, 그리고 마리. 마리에게 남우는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고백을 한다. 모두 내게서 너무 금방 떠나버린다고, 아버지도, 준호도. 사실 남우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떠나 보낸 기억 때문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에 대한 방어기제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앗을 것이다. 다만, 티없이 맑고 신비로운, 순수라 이름붙여도 좋을 세계와 그 세계에서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해 준 마리만큼은 자신의 마음을 열었다. 그것은 호기심, 사랑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너무 어린 시절에 순수를 잃고 살아감에 있어서의 슬픔을 알아버린 남우가 가진 순수에 대한 동경, 혹은 그리움 같은 것이 아닐까.
절대로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남우도 어른이 되면서 그 다짐을 서서히 망각해갔다. 가끔, 물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 정도로 무언가 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렴풋하게 기억의 저편을 되새김질하고 있을 뿐이다. 슬픔은 망각에서 오지만, 더 슬픈 건 무엇을 망각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현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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