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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더게임'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2/06| 피디| 어쨌든 아깝습니다. <더 게임>
더 게임
감독: 윤인호
출연: 신하균, 변희봉, 이혜영, 손현주, 이은성
제작사: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주)프라임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16분
개봉일: 2008.01.31

영화 <더 게임>의 대립 구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본주의가 나타난 이후로 계속 회자되고 있는 그것과 다르지 않다. 돈과 인간의 존엄성. 우리는 아무리 많은 돈과도 인간의 존엄성을 맞바꿀 수 없다고 배워왔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할까? 가난한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 분)은 바로 이 심판대 위에 오른 가련한 청년이다.

사채업자들에게 시달리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또 스스로의 생계를 위해 희도는 돈이 필요했다. 그저 딱 그만큼의 돈이 필요했다. 그 돈이 없어 거리에서 그림을 그려야했고, 사채업자들에게 묵사발이 되도록 얻어터져야했다. 슬프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 엿이나 바꿔먹으라지. 그 빗속에서 사채업자들에게 얻어터지며 희도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강노식(변희봉 분)이 제안한 내기는 판의 크기에 비해 너무나 장난스러울지 몰라도 30억원이라는 돈이 당장 희도에게는 필요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한 세상에 가운데 손가락을 한껏 치켜세우고서는, 까짓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도는 그 내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 30억원이라는 돈이 자신의 상황을 한번에 바꿔버릴 만큼의 큰 힘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희도는 스스로 그 힘을 얻어야 했다. 고작 한 번의 내기로 그 힘을 얻으려 한 희도는 눈 앞에서 펼쳐지는 사소한 속임수와 불공정마저도 파악하지 못하고 추락해버린, 그저 가엽고 불쌍한 인간이었을 뿐이다. "내 몸, 돌려주세요."라고 울부짖는 희도에게 "사람들은 젊음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 그렇게 중요한 거였으면 네가 지켰어야지."라고 말하는 노식이 '나쁜놈'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 '희도가 불쌍하긴 하지만, 자기가 자초한 일이니까.'라는 생각이 맘 한구석에 있기 때문일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가 하고 싶은 얘기도 그것이었을게다. 젊음을, 스스로를 소중히 생각하라. 고작 돈 따위에게 넘어가지 마라. 라는 교훈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엄청난 소재를 손에 넣었기 때문일까? 희도가 눈 앞의 돈에 눈이 멀어 다른 것을 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내기에 응했던 것처럼, 감독은 소재에 눈이 멀어 다른 부분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비슷한 소재의 <페이스 오프>(오우삼 감독, 1997)에서 숀(존 트라볼타 분)과 캐스터(니콜라스 케이지 분)의 얼굴이 바뀌었을 때 관객들은 분노했다. 숀이 착실한 FBI 신분에서 자신이 가장 증오하는 테러범인 캐스터의 모습을 하게 되었을 때의 충격,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 그리고 캐스터로 지내야 함으로써 느껴야 했던 수많은 상실감들은 모습이 바뀌어버린 두 남자의 대립 구도가 극적으로 치닫는데 충분히 일조했고, 그렇기에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숀의 노력과 결말은 관객들에게 충분히 설득될 수 있었다.

그런데, 희도와 노식의 경우는 어떨까? 설마 했는데 내기에서 졌다고 진짜로 몸을 바꿔버린 노식의 악랄함과 수술 과정의 리얼리티가 관객들에게 일순 충격을 줄 수는 있었겠지만, 그 후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한 희도의 수많은 노력은 썩 와닿지 않았다. 심하게 희도를 질타하자면, 자신이 일을 저질러 놓고는 결과가 좋지 않으니 한 수 물러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 같은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노식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되질 않았기에 젊음에 집착하는 노식의 모습에 빠져들기 힘들고, 젊어지면 제일 먼저 하고 싶었던 게 "얼음물 마시기"라는 노식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이야 얼추 추측을 한다면 관객 스스로 억지스럽게라도 끼워 맞출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영화로의 흡입력을 자꾸 반감시키니, 심각한 부분인데도 극장 여기저기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저 부분, 분명 심각한 부분인데도 관객들은 그게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노인의 정신을 가진 젊은이, 젊은이의 정신을 가진 노인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낸 신하균과 변희봉을 탓할 수 있을까? 천만에. 이건 그네들의 연기력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연출력의 문제다.

마지막 즈음에 자신의 몸을 돌려달라고 울부짖는 희도와 그런 희도에게 한 수 가르치는 노식의 대사에서 이런 수많은 아쉬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약간 추측해볼 수 있을만한 힌트가 있기는 하다.

"노예가 되라고 했지, 몸을 바꾼다고 한 건 아니잖아요."
"노예지, 내 몸을 짊어지고 갈 노예."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기를 하는 시퀀스에서 노식이 희도에게 '네가 지면 너와 나의 몸을 바꾼다'고 한 적은 없다. 그저 '너의 젊음을 내게 다오.' 아니면 '너의 목숨을 내가 갖는다.'라고 했을 뿐이지. 그럼 위의 대사에서 추축해보면 내기가 진행되기 전에는 노식은 아마도 희도에게 '네가 내기에서 지면 노예가 되라'는 식으로 뭉뚱그려 말을 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상영시간 등을 이유로 편집이 되었을려나.) 그랬다면 눈을 떴을 때 그렇게나 놀라고 당황스러워하는, 삼촌(손현주 분)에게 "나 사기당했어. 뇌를 바꿔치기당했단 말야." 라고 울분을 토하는 희도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신하균과 변희봉이라는 뛰어난 연기자들과 엄청나게 흥미롭고 구미가 당기는 소재를 너무 앞세운 나머지, 다른 캐릭터들이 설 자리도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했다. 이혜린(이혜영 분)은 강노식에게 (일종의) 복수를 하기 위해 희도를 돕지만 그 결과는 흐지부지되어버리고, 희도의 삼춘(손현주 분)은 계속 옆에서 뭐 떨어지는 것 없나 기다리기만 하다가 가끔 개그 코드나 맞춰주는 정도의 수준으로 전락해버린다. 강노식의 유일한 내기 친구(장항선 분)는 그나마 관객들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캐릭터였지만, 역시 막대한 플레이 타임에 밀린 것인지, 마치 조각상 같은 느낌이 드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모든 비밀이 파헤쳐지는 마지막 장면은1 오히려 (그나마라도 지켜오던) 영화의 노선을 흐뜨러버리고 관객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빠뜨려버린다.

뛰어난 재료들을 모아 요리를 할 때, 그게 잡탕이 될지, 일품 요리가 될지는 그 재료들을 꿰뚫고 적절한 요리법을 이용해 최상의 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리사의 재량에 달려 있는 것임을 일깨워준 영화다. 아,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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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 장면을 두고 반전이 어떻느니 하는 글들도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반전이라고 부를 필요도 없을 것 같다. [Back]
2008/02/06 03:32 2008/02/06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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