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메뉴 관리자 글쓰기

notice

category

전체 (3333)
Notice (24)
Introduction (47)
Writing (1112)
Translation (755)
Through Another ... (268)
Hobby (22)
Notes (714)
Column (closed) (91)
Scrap (260)
Closed (40)
툴바 보기/감추기
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네팔'에 해당되는 글 1

  1. 2008/02/05| 피디| 여전히 세상은... <여행생활자>
여행생활자 - 8점
유성용 지음/갤리온
책은 여행가이드가 아닌 자기 자신을 찾아 나선 자의 내밀한 기록이다. 저자에게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남루함과 가난 외에는 찾을 것이 없는 외진 세상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저자는 외곬수처럼 사진을 찍어내고 그 안에서 빛나는 삶의 진실들을 캐낸다. 풍부한 감수성으로 적어내려간 여행기는 그러한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월간 잡지 PAPER의 집필진들은 다들 지구별에 잠깐 놀러 온 소행성 B-612호1의 주민들로, 독자들은 그네들의 독특한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긴다. 그렇기에 그들이 지구인이 아니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보니, PAPER에 실리는 여행기들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 어차피 지구로 여행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딱히 지구의 다른 곳에 간다고 해서 '여행기'라기에는 좀 어폐가 있는 것이다. 그저 '오늘은 어디를 가봤는데...'라며 시작하는 일기, 그래, 그런 느낌이랄까.

유성용과 박동식, 두 사람(일단은 '소행성 B-612호 주민들'이라고 매번 하는 것이 귀찮으니, 일단 사람이라고 해두자.)이 쓰는 글들은 참으로 좋다. 그네들의 글들에는 풍경과 아름다움보다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은 어디 갔었는데, 이런 사람들이 있더라. 라는 식이다. 이 책의 부제는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여행기'인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람이 없는 곳을 홀로 여행할 때, 혹은 두고 온 사람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범벅이 되었을 때의 외로움과 마음이 통하는 여행지의 친구를 만났을 때의 행복함이 모두 함께 들어가 있으니까. 단순히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이라고 하는건 정말이지 이 책을 반만 읽고서 하는 얘기다. 천사와 짜이를 마시고, 인사 한 번 나누지 않은 사람과 함께 추위를 녹이는 속에서 어찌 쓸쓸함을 이야기할까.

책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 언젠가에도 얘기했었지만, 내가 티벳과 네팔, 파키스탄에 환상을 갖게 된 건 유성용, 박동식, 이 두사람의 공이 크다. 이 사람들의 글 속에서 함께 쓸쓸해 하다가도 마음 좋은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는 그네들의 글들은 마치 꿈나라를 여행하는 듯 몽롱하고 아름답다. 어찌 환상을 갖지 않을 수 있겠느냐 말이다. 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 꿈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눈 앞에 있던 그 웅장한 설산과 넓고 푸른 호수와, 맑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 사라지면서, 그 한 구절만이 머릿속을 맴돈다.

세상은 언제나처럼 여전히 외롭고 막막하기만 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어린왕자로 유명한 그곳. [Back]
2008/02/05 01:34 2008/02/05 01:34
www.flick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