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골든 슬럼버 - ![]()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주연: 사카이 마사토, 다케우치 유코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39분 개봉일: 2010-08-26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g_slumber |
처음에 예고편을 봤을 때, 오랫만에 재미있는 일본 스릴러가 나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라니, 정말이지 시작부터 흥미진진햇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시작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더라도 영화가 끝날 즈음엔 람보급 액션 스타가 되어 있겠지만, 일본 영화에서 그런 식의 전개보다는 특유의 전개로 풀어나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런 부분들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 뭔가 이상하다.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나갈 때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진범이 밝혀질 생각도 하다못해 주인공,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 분)의 누명이 벗겨질 생각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건이 점점 더 꼬이고 어려워져만 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타들어간다. 아오야기, 잡히면 안되는데! 라면서.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도주극이다. 그것도 철저히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도주극이다. 평범하지만 2년 전, 우연히 택배 배달 도중에 강도를 만난 아이돌 스타를 구해주어 스타덤에 오른 적이 있을 뿐인 택배기사 아오야기. 그는 어느 날 오랫만에 친구 모리타(요시오카 히데타카 분)가 낚시를 하러 가자는 말에 약속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뜬금없이 '넌 오스왈드가 될거야.'라며 최근 뭔가 이상한 일이 없었냐고 캐묻는 모리타에게 해맑은 미소로 '너 왜그래? 무슨 일이 있기는?'이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아오야기. 모리타는 아오야기의 그 천진난만한 미소 앞에 무너져버리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총리 암살범으로 몰릴 테니 도망치라고, 도망쳐서 살아남으라고. 실제로 뒤쪽에서 퍼레이드중이던 총리가 폭탄으로 암살당하고, 이상하게도 경찰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아오야마에게 일직선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갑자기 발포. 당황한 아오야마는 냅다 뛰기 시작한다.
일단 영화에서는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그럴 생각이 없다. 다만 여러가지 암시를 영화 곳곳에 심어 두었을 뿐이다. 반미 성향을 가진 총리, 그때문에 총리 자리에서 밀린 보수 세력의 전 총리, 지나치게 빠른 경찰청의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대응, 무차별적인 발포... 어중간한 힘으로는 대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국가, 혹은 그 이상의 검은 세력. 아오야기는 도망치고, 도망치고, 또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시내에서 샷건도 아무렇지 않게 발포하는 이상한 경찰청 세력에게 쫓기는 아오야마는 사실 도망치는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어야 했다. 순식간에 도시를 봉쇄하고 도로마다 검문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는, 입막음을 위해 보이는 즉시 사살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세력을 상대로 아오야마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대학 때 친구에게 배워 몸에 익힌 바깥다리 후리기 같은 사소한 습관들과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 뿐이다.
연쇄살인마를 쫓아가고, 약을 탄 음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꾸벅꾸벅 받아먹는 그의 천성 탓일까. 도주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그를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주를 돕기 시작한다. 그의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돕고 싶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습관은 그와 그들의 도움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시종일관 사람을 미소짓게 만든다. 처음엔 아오야마의 어리숙한 표정이 웃겨서, 혹은 너무 사람을 쉽게 믿어버리는 그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소소한 잔재미들이 나타나면서 실소를 머금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위기를 헤쳐가며 도주해 나가는 아오야기의 모습에서 진짜 미소가 얼굴에 퍼진다.
이 영화를 볼 때 절대로 스릴러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러고보니 도주극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이 영화는, 한 남자의 도주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의 힘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p.s 크레딧을 보다가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원작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p.s 2 아, 아오야기의 옛 연인, 하루코로 나오는 다케우치 유코. 왠지 맘에 드는게, 어디서 봤는데... 싶더라니,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었다! 아... 맞아. 그 때도 이 분의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었어.




























댓글
2010/09/02 12:26
나 이거 원작 소설 샀음 ㅋ 어제부터 보기 시작
영화는 재미있더냐?
2010/09/03 00:45
오, 그러셨나이까. 나중에 다 보시면 저도 좀 빌려주세요. 굽신굽신.
영화는 그냥 적당히 재밌었어요-
일본색이 강한 영화여서 누구한테 쉽게 추천하긴 어려울거 같더라구요.
근데 중간에 영... 어중간한 캐릭터가 있어서=_= 원작에선 어떨지 궁금해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