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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골든 슬럼버 - 6점
나카무라 요시히로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주연: 사카이 마사토, 다케우치 유코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39분
개봉일: 2010-08-26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g_slumber

처음에 예고편을 봤을 때, 오랫만에 재미있는 일본 스릴러가 나왔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문도 모르는 채 총리 암살범으로 몰려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라니, 정말이지 시작부터 흥미진진햇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시작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더라도 영화가 끝날 즈음엔 람보급 액션 스타가 되어 있겠지만, 일본 영화에서 그런 식의 전개보다는 특유의 전개로 풀어나갈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런 부분들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 뭔가 이상하다.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나갈 때가 다 되어가고 있는데 진범이 밝혀질 생각도 하다못해 주인공,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 분)의 누명이 벗겨질 생각도 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건이 점점 더 꼬이고 어려워져만 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타들어간다. 아오야기, 잡히면 안되는데! 라면서.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도주극이다. 그것도 철저히 도망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도주극이다. 평범하지만 2년 전, 우연히 택배 배달 도중에 강도를 만난 아이돌 스타를 구해주어 스타덤에 오른 적이 있을 뿐인 택배기사 아오야기. 그는 어느 날 오랫만에 친구 모리타(요시오카 히데타카 분)가 낚시를 하러 가자는 말에 약속 장소로 향한다. 하지만 뜬금없이 '넌 오스왈드가 될거야.'라며 최근 뭔가 이상한 일이 없었냐고 캐묻는 모리타에게 해맑은 미소로 '너 왜그래? 무슨 일이 있기는?'이라는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아오야기. 모리타는 아오야기의 그 천진난만한 미소 앞에 무너져버리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총리 암살범으로 몰릴 테니 도망치라고, 도망쳐서 살아남으라고. 실제로 뒤쪽에서 퍼레이드중이던 총리가 폭탄으로 암살당하고, 이상하게도 경찰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 아오야마에게 일직선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갑자기 발포. 당황한 아오야마는 냅다 뛰기 시작한다.

일단 영화에서는 진범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다. 그럴 생각이 없다. 다만 여러가지 암시를 영화 곳곳에 심어 두었을 뿐이다. 반미 성향을 가진 총리, 그때문에 총리 자리에서 밀린 보수 세력의 전 총리, 지나치게 빠른 경찰청의 도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대응, 무차별적인 발포... 어중간한 힘으로는 대항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국가, 혹은 그 이상의 검은 세력. 아오야기는 도망치고, 도망치고, 또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시내에서 샷건도 아무렇지 않게 발포하는 이상한 경찰청 세력에게 쫓기는 아오야마는 사실 도망치는 것 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어야 했다. 순식간에 도시를 봉쇄하고 도로마다 검문을 시작하게 만들 수 있는, 입막음을 위해 보이는 즉시 사살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세력을 상대로 아오야마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대학 때 친구에게 배워 몸에 익힌 바깥다리 후리기 같은 사소한 습관들과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 뿐이다.

연쇄살인마를 쫓아가고, 약을 탄 음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꾸벅꾸벅 받아먹는 그의 천성 탓일까. 도주 과정에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그를 알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도주를 돕기 시작한다. 그의 신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를 돕고 싶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고, 습관은 그와 그들의 도움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었다. 덕분에 이 영화는 시종일관 사람을 미소짓게 만든다. 처음엔 아오야마의 어리숙한 표정이 웃겨서, 혹은 너무 사람을 쉽게 믿어버리는 그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소소한 잔재미들이 나타나면서 실소를 머금다,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위기를 헤쳐가며 도주해 나가는 아오야기의 모습에서 진짜 미소가 얼굴에 퍼진다.

이 영화를 볼 때 절대로 스릴러를 기대하면 안된다. 그러고보니 도주극이라고 보기에도 어렵다. 이 영화는, 한 남자의 도주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의 힘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

p.s 크레딧을 보다가 원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원작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을 것 같은데, 한 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p.s 2 아, 아오야기의 옛 연인, 하루코로 나오는 다케우치 유코. 왠지 맘에 드는게, 어디서 봤는데... 싶더라니,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었다! 아... 맞아. 그 때도 이 분의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들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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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2 01:23 2010/09/02 01:23
소라닌 - 8점
미키 타카히로
감독: 미키 타카히로
주연: 미야자키 아오이, 코우라 켄고
배급사: (주)스폰지 ENT
제작국가: 일본
상영시간: 125분
개봉일: 2010-08-26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film_solanin

사춘기 이후 20대가 겪을 가장 큰 혼란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느끼는 것일게다. 물론 그마저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지 모르겠지만, 그럭저럭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혹은 대학원에서 그럴듯한 학위까지 받고 난 후, 처음으로 사회라는 곳에 발을 내딛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그것을 느끼고, 또 거기에서 오는 괴리감에 괴로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뭐!'라고 생각했던 직장 1년차병이라는 걸 직접 겪어보니 괜히 생긴 말은 아닌 것 같았기에 하는 말이다.

<소라닌>의 주인공들이 겪는 성장통은 딱 이 때 겪게 되는 것들이다. 대학 밴드, ROTTI에서 만난 5명의 친구들. 실제로 주인공은 메이코(미야자키 아오이 분)와 타네다(코우라 켄고 분) 커플이지만, 나머지 3명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도 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모두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게 너무 아슬아슬해 차마 눈을 돌려 버리거나, 차라리 거기서 내려오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 음악을 하고 싶은 이상과, 돈을 벌어 생활을 해야 한다는 현실의 괴리감 사이의 줄다리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도 않다. 그들을 정말 괴롭게 하는 것은 망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 때문이었다.

밴드 멤버들의 여자친구이자 매니저격인 메이코와 아이(이토 아유미 분)는 나름대로 회사에 취직도 하고 현실적인 삶을 살고 있다. 먼저 겪어보고 잘 알게 된 탓일까? 아이는 6년 째 학교도 졸업하지 않고 있는 남자친구, ROTTI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켄이치(콘도 요이치 분)에게 왜 화를 내지 않느냐는 메이코의 질문에, '어차피 앞으로 지긋지긋한 삶이 계속된다는 걸 그도 알 테니까, 그 전에는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주고 싶어.'라고 대답한다. 타네다는 메이코에게 얹혀 살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등으로 그런대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끔씩 터져나오는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고, 그나마 아버지의 약국을 이어받아 사정이 나은 빌리(키리타니 켄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음악. 그들이 유일하게 이루고 싶었던 이상. 그 앞을 가로막는 현실의 빨간 신호등. 그 앞에서 멈추지 못하고 신호를 거스르려 한 타네다의 눈물.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의 부재를 채우고 세상과 이어주고자 한 것은 당연하게도 메이코였고, 메이코가 그를 위해 한 것은 밴드의 부활이었다. 그래서 밴드의 부활은 타네다와 메이코를 비롯한 모두에게 있어 특별한 의미였다. 모두가 신호를 거스르려 했던 타네다의 죽음에 주저앉아 있을 때 그들을 일으켜 세우고 타네다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보인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그가 이루지 못했던 이상, 음악을 통해 그와 그녀가 하나로 이어지는 모습은 단순한 그리움의 슬픔을 그리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성장을 그리고 있기에 더 감동적이다.

방황은 젊음의 특권이다. 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을 때, 참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 앞에 닥친 방황의 그림자는 마냥 두렵기만 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 것에 안주하고 있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꿈, 이상, 열정, 우리를 두근거리며 살아가게 만드는 것들이 사라져버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 바로 그 한 순간에 나를 덮쳐버리는 권태감, 나태함 따위를 그들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 또 극복하는 방법도. 부디, 그들의 꿈과 이상이 계속 펼쳐나갈 수 있기를. 그리고 나도, 조금씩 더 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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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1 01:41 2010/09/01 01:41
익스펜더블 - 6점
실베스타 스탤론
주연: 실베스타 스탤론, 제이슨 스태덤, 이연걸, 미키 루크
배급사: 싸이더스 FNH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103분
개봉일: 2010-08-19

꽤 전에 이 영화의 티저 영상이나 포스터 따위가 공개되었을 때, '영화 제작비의 80%는 출연료'라거나 '지구를 폭파할 기세' 따위의 반응을 보였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액션 스타들, 소위 때려부수고 폭파시키고 사람 때리고 죽이는 게 전문인 사람들을 죄다 한 자리에 모아놨으니, 이건 뭐... 출연하는 캐릭터들 그 자체만으로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기대도 엄청 됐고. 영화를 같이 본 C님은 "이 영화는 그냥 봐줘야 돼요. 그게 이 분들에 대한 예의라고요."라고 했는데, 완전 공감.

기대했던대로 이 영화는 100여분 동안 시종일관 때려부순다. 폭파, 격투, 자동차 추격, 총격전, 나이프 등 보통 우리가 액션 영화를 봤을 때 기억에 남는 분야(?)가 이 중 하나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냥 전부 다 액션의 정수다. 액션 총집합, 액션 종합 선물세트, 뭐 그런 거다.

사실 이 영화가 개봉하면 그냥 달려가 볼 테세였기 때문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게 하나 있었다. 첫 총격신에서 사람이 반토막이 나길래 흠칫 놀랐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었다. 이 영화, 화면에 여자 속살 한 번 제대로 안 보여주면서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따냈다. 투박하고 마초적인 액션신들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지다보니 꽤 강도 높은 액션의 과정은 눈을 즐겁게 해주지만, 결과물은 꽤 잔인하다. 아, 그동안 봐왔던 액션 영화들이 마지막 장면에서 피해자(?)를 화면에 잡지 않는 이유가 있었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거리게 될 것이다.

이 영화의 마초성은 액션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주요한 사건과 액션 장면들은 '남자의 성질을 긁었기' 때문에 벌어진다. 우리 바니 로스(실베스타 스탤론 분)와 리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태덤 분)가 빌레나에 처음 잠입했다가 탈출하는 장면에서도 '아오, 빡돌아!' 였기 때문에 되돌아가고 죽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인 양(이연걸 분)과 군나르 옌슨(돌프 룬드그렌 분)의 시종일관 티격거림(이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빗맞아도 죽음인 액션들)은 또 왜 일어났던가? 서로 자존심을 박박 긁어댔기 때문에 한 팀이고 뭐고 서로 투닥거리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바니 로스가 왜 빌레나 섬 미션을 받던가? 바로 여자가 인질로 잡혔기 때문이다! 툴(미키 루크 분)이 그럴듯하고 감동적(이길 바랬던)인 대사를 날려주지만 사실 그런 건 다 필요없었던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이 얼마나 땀내나는 남성성의 대표적인 모습인가!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그러잖는가. (번역이지만) "한 방에 훅 갔구만?" 이라고.

이리보고 저리봐도 이 영화는 (많은 여성분들께 죄송하지만) 남자의 폭력성이라는 본능 중의 본능을 있는대로 자극해대는 영화다. 여성분들은 주변의 남정네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린애 같이 환호하고 영화의 장면들을 흉내내며, 갑자기 운동을 시작한다거나 체육관에 등록하는 따위의 모습을 보이더라도, 또 설령 그것이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겠지만, 잠깐만이라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원래 남자란 동물들이 다 그런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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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2 01:01 2010/08/22 01:01
아저씨 - 10점
이정범
주연: 원빈, 김새론
제작/배급사: 오퍼스 픽처스 / CJ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19분
개봉일: 2010-08-04

<아저씨>는 정말 잘 만들어진 액션 영화다. 절제된 대사와 깔끔한 액션, 적절한 강약 조절과 강요되지 않는 감정 처리, 배우들의 연기력과 극의 메시지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그래서, 조금 슬프다. 액션 영화인데도 액션 영화로만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영화의 메인 줄거리는 소미(김새론 분)를 납치해 간 장기밀매 조직과 차태식(원빈 분)의 대결이다. 간단하게 써 놓으니 정말 별 거 없는 액션 영화로 보이겠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답답한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온갖 불법적인 행위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사육, 착취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때로는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때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완벽한 상상이 아닌 현실에 뿌리를 둔 상상력이라는 것이 때로는 온전한 현실의 반영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이 영화는 비교적 잔인한 편에 속한다. 기존의 액션 영화에 비해 액션이 보다 리얼하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보통의 액션 영화라면 조연 캐릭터들은 주연 캐릭터의 주먹 한 방, 총 한 방에 나가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저씨>의 차태식은 그렇지 않다.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서도 전력을 다한다고 했던가? 차분하고 냉정하지만 그의 분노가 온전히 느껴질 정도로 차태식은 한 명 한 명을 확실하게 처리한다. 덕분에 피가 좀 더 많이 튀고, 흐르며, 관절이 꺾이는, 고통에 터져나오는 비명들이 스크린을 뒤덮는다. 그렇다, 이 영화는 기존의 한국 액션 영화들이 비해 비교적 잔인한 편이다. <>(최양일 감독, 2007)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나는 이 영화가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저씨>의 차태식

<아저씨> 中

극 중에서 차태식이 소미를 찾아 혈혈단신으로 조직들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냥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무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이 아직도 이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고,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런 일들을 자행하고 있는 이들의 악마성이다.

차태식이 마약제조장에서 종석(김성오 분)을 찾았을 때 종석이 하는 말과 행동은 얼마나 가관인가. 종석은 '넌 걔네들 몸값이 얼마나 되는지는 생각 안해봤냐? 어차피 부모들도 버린 애들이잖아!'라며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고, 만석(김희원 분)은 '내 동생 털 끝하나라도 건드리면 그 계집애 눈알을 뽑아버릴'거라며 지독한 가족애를 과시한다. 아, 내 동생만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의 아이와 자식은 돈벌이 자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 인간의 탈을 쓴 괴물들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이들에게 분노하지 않으면 도대체 누구에게 분노하란 말인가.

'아니, 틀렸어. 넌 지금 그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했어.'라며 종석에게 공포스러운 죽음을 선사하고, 온 조직들을 완전히 박살내기 위해 피를 뒤집어 쓰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는 차태식. 그의 액션의 잔인함은 내가 품고 있던 분노를 대신 표출해 주었다.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에 대한 대리만족. 우리가 영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욕망. 그것의 일체화 덕분에 나는 이 영화를 잔인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까지 말하면, '소미를 찾아도, 너희 둘은 죽는다.'는 대사에 열광하는 내가 그렇게 이상해 보이진 않으려나?

혹자는 이런 영화가 살인을 미화해서 문제라고 한다. 아마 나처럼 느끼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온갖 틀과 억압들 속에서 제대로 분노하지 못하는 사회를 보고 있자면 답답하기 그지 없다. 극단적이라 할지라도 이런 식의 감정의 폭발도 필요하다고 본다. 종종 뉴스 등에서 나오는 잔혹한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해 댓글을 달고, 관련 부서의 게시판에 강경한 처분을 바라는 글들을 올리는 것들도 마찬가지 맥락이지 않은가1? 게다가 차태식의 마지막 행동과 장면을 보면 살인의 미화 따위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온갖 역경과 아픔과 고난 속에서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켜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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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이런 사건들을 '물타기' 등으로 활용하는 정치적인 의도를 배제한 상황에서 말이다. [Back]
2010/08/15 02:30 2010/08/15 02:30
인셉션 - 10점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147분
개봉일: 2010-07-21

영화를 보고 난 후, 진짜로 몸이 얼어버렸다.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완벽한 또하나의 세계를 구축해냈다. 흔히들 <매트릭스>와 이 영화를 비교하지만 개인적으로 워쇼스키 형제는 크리스토퍼 놀란에게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가야 한다. 세계관, 스토리텔링, 촬영, 어느 것 하나. 게다가 워쇼스키는 '형제'가 아닌가!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간단해 보이는 세계관 속에서, 캐릭터들이 그 세계관을 응용하는 듯한 시나리오 전개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캐릭터들이 가상의 세계와 시나리오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세계를 마음껏 활용하고 있는 듯한 느낌. 캐릭터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게다가 이걸 뒷받침해주는 화면과 내용 전개가 너무나 놀랍다. 정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일까가 의심스러울 정도, 아니, 그가 정말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리고 그걸 표현하는 방법을 보고 있자면 장면 장면마다 '이 감독은 진짜 천재구나!'라는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어 도저히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제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내가 그냥 좀 특별하게 좋아하는 감독이었는데, 오늘부터는 이 감독을 경배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감독과 동시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지!

p.s 엑스맨 때부터 어쩌다보니(?) 마음에 두고 있었던 엘렌 페이지양. 그대는 진정한 동안이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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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5 03:40 2010/07/25 03:40
Mr.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 - 6점
앤디 테넌트
주연: 윌 스미스, 에바 멘데즈
제작/배급사: 오버브룩 엔터테인먼트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코리아(주)
제작 국가: 미국
상영시간: 115분
개봉일: 2005-03-10

뉴욕 최고의 데이트 코치, 히치(윌 스미스). 그의 일은 남자들이 여자에게 다가가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시쳇말로 선수, 그것도 프로 선수다. 자신의 쓰라린 과거로부터 여자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는 남자들을 돕기 위해 이 한몸 훌륭히 희생하시는 멋진 분이다. 여자의 관심을 사기 위한 기회를 만들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스타일과 행동 등에 대한 충고를 해 주는 연애 컨설턴트. 그럼, 여자의 환심을 사는 데 프로인 그가 사랑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너무너무 쉽게 진도가 착착 나가지 않을까?

영화에서 주요 커플 두 쌍이 나온다. 우선 히치에게서 컨설팅을 받고 있는, 정말 대책없어 보이는 과다 체중의 회계사 알버트(케빈 제임스 분)와 그의 짝사랑 상속녀 알레그라(엠버 발레타 분). 그리고 이 사건(?)을 뒤쫓는 가십 전문 기자인 사라(에바 멘데스 분)와 히치가 사랑에 빠진다.

히치와 알버트.

우리 한 번 잘해 보죠.

히치의 도움으로 알버트는 알레그라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가고, 히치도 히치 나름대로 사라와의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알버트와 알레그라의 열애 소식을 쫓던 사라가 결국 연애 컨설턴트인 히치의 정체를 알아버리고 이 둘 사이에 큰 위기가 온다. 아무리 히치가 진심이었다고는 해도, 말이 좋아 연애 컨설턴트지 프로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고 계속 관계를 이어가는 여자가 있기는 쉽지 않았을 터다. 히치와 사라 사이에서는 그것 뿐만 아니라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사라의 친구와 얽힌 일이 더 큰 영향을 주었었겠지만.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영화의 진행에서 히치는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도와준다'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그냥 '그녀랑 한 번 자보고 싶어서'라며 접근하는 남자들을 경멸하고, '난 그런 걸 도와주는 게 아니라'고 한다. 나름 멋진 사람이다. 그 사람의 진심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차치하고서라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돕기 위한 연애 컨설턴트라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정작 자신은 사라가 '젠장, 헤어져!'라고 했더니 별다른 저항도 없이 '젠장, 그러지 뭐.'정도의 느낌으로 이별을 받아들인다. 심지어 사라가 화낸 걸 사과하려고 찾아왔을 때에도 '난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에요.'라며 딴에는 쿨하게 대한다. 아, 이건 뭔가. 한 번의 오해와 싸움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 남자가 하는 행동이, '그냥 한 번 자보고 싶어서' 접근하는 남자와 다른 게 뭐냔 말이다. 진짜 사랑했다면 서로 오해를 풀고 맞지 않는 부분은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아니냔 말이다.

어찌어찌 얽히고 설킨 일들이 하나씩 풀려 나가는 와중에, 결국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는 걸 알버트와 알레그라 커플을 통해 깨닫게 된 히치는 그 길로 사라에게 달려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고 다시 사랑을 속삭인다. 그런데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 내가 알게 뭐냐. 그렇게 혼자서 쿨한 척 있는 상처 없는 상처 다 줘놓고, 이제 와서 '내가 미안했어.'라고 하면 관객 입장에서 쉽게 '자식, 이제 깨달았구나, 장하다.'라고 순순히 토닥토닥해주기가 쉽겠냔 말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거? 그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아니, 히치, 자네는 그걸 몰랐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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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01:33 2010/07/20 01:33
이끼 - 8점
강우석
주연: 정재영, 박해일, 허준호, 유해진, 유준상, 유선, 김상호, 임승대, 김준배
제작/배급사: 시네마 서비스, (주)KnJ 엔터테인먼트, 렛츠필름 /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63분
개봉일: 2010-07-14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의 영화화 소식을 처음 접했던 것은, 정재영이 이장 역을 위해 머리를 삭발하는 장면이었다. OSMU의 좋은 점은 이론적, 학문적, 혹은 실제적으로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겠으나 순수한 마음에서 봤을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그 어떤 것의 다른 표현 방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정재영이 이장 역을 맡아 삭발하는 사진을 보면서 나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었다. <이끼>의 이장 이미지가 그동안 봐 왔던 정재영의 이미지가 전혀 매칭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소 기우였던 것도 있고, 감독의 의도인 듯한 것도 있지만, 실제로 스크린 속에 있는 이장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내가 상상하던 이장은, 자기는 농담으로 말했는데 주변에서는 정작 웃지 못하거나 헛웃음만 억지로 나게 하는 살벌한 사람이었다. '너, 이자식, 한번만 더 그러면 죽여버린다?'고 했을 때 대부분은 사람들은 '웃기시네!'라며 웃어 넘기지만, 이장이 말하면 그 말이 진짜 농담이라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은 진짜로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그런 냉혈한. 정재영이 분한 이장 역시 그러한 살벌한 캐릭터임은 분명했지만, 바탕에 깔린 배우의 이미지 탓인지 종종 심각한 분위기가 우습게 되어버린 곳이 있었다. 실은, 아마 '이 부분은 원래는 심각한 장면이지만 어차피 웃길거야.'라고 생각해 아예 진지함을 버린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강우석 감독은 똑똑하게 원작을 각색했다. 만화에서만 표현될 수 있는 것,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과감히 빼놓고, 적절히 시간순서를 재배치함으로써 원작의 내용을 살리되 그보다 빠른 전개와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조타를 가능하게 했다. 양이 녹록찮게 많은 원작을 스크린 용으로 소화한다는 점에 있어 그것은 필요불가결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서 떨어져나간, 작품의 질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법한 사건들이나 심리묘사 같은 것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영시간이 163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나와있으니 아쉬움은 아쉬움으로 남겨야 하겠다.

강우석 감독과 윤태호 작가가 각각 그려낸 <이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우연'의 표현 방식이었다. 윤태호 작가가 후기에서 직접 표현했듯, 모든 사건의 시작은 다소 우연적이었다. 류목형(류해국의 아버지)의 간절한 바람, 신념 따위가 다른 방법으로 표출된 것. 아주 핵심적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이것은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시작이고 기원이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이 부분이 탐탁치 않았던 것 같다. 윤태호 작가의 후기를 다시 한 번 인용하면, '창작물에서의 우연은 인과가 제대로 역할하지 않으면 억지 또는 작위적이란 비난을 받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우연이 우연이 아니기 위해서는 류목형의 이야기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할 것이란 걸 안 강우석 감독의 순발력 있는 대응이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연을 우연이 아니게 표현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원작을 향한 구차한 팬심fan心의 집착일까, 그렇지 않으면 원작에 짓눌린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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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0 00:50 2010/07/10 00:50
방자전 - 4점
김대우
주연: 김주혁, 류승범, 조여정
제작/배급사: (주)바른손 영화사업본부, 시오 필름(주) / CJ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한국
상영시간: 124분
개봉일: 2010-06-02

춘향전을 비틀었다. 몽룡은 더이상 장부일언중천금을 외치지 않았고, 춘향도 절개를 지키는 지고지순한 세상물정 모르는 여인네가 아니었다. 방자는 몽룡의 몸종을 넘어서 춘향을 탐했고, 향단은 춘향과 방자의 사랑놀음 때문에 춘향에게 버림받는다. <방자전>의 내용은 춘향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이름 외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된다. 양반이나 상놈이나 고기 먹고 싶은 건 똑같다는 대사 하나로 압축될 수 있듯, 김대우 감독은 '양반은 사람 아닌가?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알고 있던 춘향전의 내용과 달리, 이 네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주인공은 방자이고, 방자와 춘향의 사랑이 진짜였다는 것은 나름 신선한 상상이었다. 하지만 상상이 과했는지, 그것을 제대로 표현하는 능력의 부족 탓이었는지 이야기는 산만하고 캐릭터들은 중구난방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은 뚝뚝 끊기고, 분명 여기와 이전 장면 사이에 뭔가 있었는데 편집 때문에 잘렸구나, 라는 느낌은 시종일관 머릿속에서 맴돈다.

재밌고 신선할 수 있었던 소재가 결국은 음탕한 어른들의 오락거리 정도로 그려졌다. 마지막에 방자가 어거지로 부르는 사랑가 덕분에 그마저도 온전치 않다. 플롯, 개그, 캐릭터, 엔딩, 어느 것 하나 썩 맘에 드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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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3 01:09 2010/06/13 01:09
비포 선라이즈 - 6점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제작/배급사: 캐슬 락 엔터테인먼트 / 소니영화사
제작국사: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
상영시간: 100분
개봉일: 1996-01-08
비포 선셋 - 6점
리처드 링클레이터
주연: 에단 호크, 줄리 델피
제작/배급사: 캐슬 락 엔터테인먼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80분

제시(에단 호크 분)와 셀린느(줄리 델피 분)의 만남은 운명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유럽의 기차 안, 한 독일 부부의 말다툼으로 자리를 바꾼 셀린느 옆에 우연히 제시가 앉아 있었고, 그들은 비엔나에서 함께 내린다. 한 하루 밖에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호기심과 호감으로 시작한 둘의 만남이 한낮 밤의 시간동안 열렬한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올랐다. 첫 눈에 반했지만, 곧 닥칠 이별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연인들. 사랑이란 것이 그렇게 운명처럼 한 순간에 다가오는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아직도 두렵고 망설여진다.

굳이 영화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낫겠단 생각이 든다. <비포 선라이즈>가 그랬고, <비포 선셋>이 그랬듯, 이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열린 결말과 여운을 굳이 몇 개의 문단과 문장으로 확정짓기에 나는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다만 한가지, <비포 선라이즈>에서 그들이 열렬한 키스를 나누며 6개월 후에 다시 만나자며 이별하는 것보다, <비포 선셋>의 마지막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제시와 셀린느의 웃음과 미소가 훨씬, 더 슬퍼보였다는 것만 말해두고 싶다. 너무 열렬했기에 두 번째의 만남이 두렵고도 기다려졌던 슬픔 속에는 그들의 말처럼 어딘지 모르게 현실감이 없었다. 그들이 다시 만나든 다시 만나지 않든, 그저 마음 속에 남는 여운 속에서 인생에서 단 한번 겪을 수 있을 로맨스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다시 만난 9년 전, 스물 셋의 사랑을 만났을 때에는 돌아가야 할 현실이 분명하게 존재했고, 그것이 너무 현실적이고 안타까웠으니까.

<비포 선셋>, 제시

Baby, you're, gonna miss that plane. / I k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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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24 00:58 2010/05/24 00:58
아이언맨2 - 6점
존 파브로
주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기네스 팰트로
제작/배급사 : 마블 엔터프라이지즈 / CJ 엔터테인먼트
제작국가: 미국
상영시간: 125분
개봉일: 2010-04-29

언제부턴가 히어로물이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것이 정석화 되고 있다. 물론 예전에도 시리즈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요즘 만큼이나 아예 전편을 보지 않으면 왜 히어로와 악당이 싸우고 있는지 이해도 가지 않을 정도는 아니지 않았는가. 아무래도 이건 워쇼스키 형제가 <MATRIX: RELOADED>에서 당당히 3편 예고편을 내보이며 트릴로지를 완성한 때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닐까. 물론 이후의 제작자들은 똑똑해서, 대놓고 예고편을 보여주면 관객들이 화를 내며 극장을 나선다는 것을 깨닫고 그 방식을 바꾸긴 했지만.

<아이언맨 2>를 논하자면 여러가지 말들이 오고 가야 할 것 같다. 일단 한마디로 말하지면 떡밥, 좋게 표현하자면 교두보인데, 아무래도 마블MARVEL사에서 직접 영화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코믹스 산업은 조금 독특하게도, 캐릭터에 대한 소유권1을 회사가 가지고, 여러 스토리/작화 작가들이 작품을 내게 된다. 그렇다보니 다소 전략적으로 각 출판사의 히어로들이 세계관을 공유하는 식으로 시리즈를 진행한다. 최근 그래픽노블의 붐으로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 시리즈가 꽤 많이 정식 출판되고 있는데, 시리즈를 하나만 잘 잡아서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내가 좋아라하는 배트맨 시리즈에서는 툭 하면 배트맨과 슈퍼맨이 티격태격거린다2.

<아이언맨 2>에서 사뮤엘 잭슨이 의문의 조직 '쉴드'의 수장인 '닉 퓨리'로 등장한다. 영화를 주의 깊게 본 사람이라면 그의 등장은 다소 쌩뚱맞다. 방황하는 아이언맨 앞에 불쑥 나타나 마치 다 알고 있는 듯이 이야기를 건네고, 아이언맨은 그를 보자마자 '나, 니네 조직에 안 들어간다니까?'라며 툴툴거린다. 실제로 이들은 이미 예전에 만남이 있었다. <아이언맨>의 엔딩에서 토니 스타크는 '내가 아이언맨입니다!'라고 언론에 고백(?)하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 이 둘이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온 토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의 집 안에 닉이 들어와 있으며, 그가 토니에게 '세상에 영웅이 너 혼자 뿐인 줄 알지?'라고 말을 건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이건 곧 이 세상에 다른 영웅들이 또 있다는 뜻이고, 이는 곧 마블사의 다른 히어로가 함께 등장하는 시리즈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닉과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의 등장, 쉴드 조직에 대한 언급, 이 편의 마지막에 나오는 '어벤져스 기획안Avengers Initiative' 등 모든 것들이 그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토니가 집 안에 프리즘 가속기 만들면서 받침대로 쓴 둥그런 것은, 역시 마블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의 주요 아이템이다. 이건 뭐, 대놓고 던져주는 떡밥이다.

여기까지 오다 보면 마블사가 본격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히어로들을, 이제까지 자신들이 하던 식으로 활용하기 위한 강한 의지가 보인다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각각의 개별적인 시리즈물은 그대로 진행하면서, 이들이 함께 하는 시리즈가 따로 또 같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것. 어쩌면 <아이언맨 2>는 그 자체의 시리즈물보다도 이 떡밥(다시 말하지만 좋게 말하자면 교두보)이 아마도 주요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벤져스 시리즈야 그렇다치고, <아이언맨 3>가 나오게 된다면, 아마 다른 마블 히어로가 나와서 함께 악을 응징할지도. 대놓고 떡밥을 던진 캡틴 아메리카가 될까, 아니면 헐크? 스파이더맨? X-MEN? 아니면 3편에도 또 떡밥만 던지려나?

아쉬운 건 떡밥에 대한 의지가 강한 탓이었는지, 본연의 스토리는 상당히 빈약했다는 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듯, 이반 반코(미키 루크 분)는 배역과 주어진 역할에 비해 너무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으며, 마지막까지 관객들에게 스스로를 어필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리 아빠를 버리다니!'라며 떼를 쓰는 어린애 같은 이미지로 비쳤을지도. 게다가 아이언맨 스스로의 갈등 해결 과정 등은 '너무 쉽게' 진행되었다. 1편에서와 마찬가지로 난봉꾼에 제멋대로인 토니 캐릭터의 매력과 앞서 길게 언급한 떡밥들이 코믹한 요소로 양념되어 소소한 재미는 있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p.s 어벤져스가 정말 영화화 될까? 라는 의문을 가졌을 때 제일 걱정이 되었던 건, 출연료 같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과연 가능할까 싶은 것이었다.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 X-MEN의 휴 잭맨,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아니, 출연료만 가지고 영화사를 거덜낼 생각인가. 그런데, IMDB를 뒤져보니까 2012년 개봉 예정. 게다가 캡틴 아메리카는 <Captain America: Ther First Avenger>로 2011년 개봉 예정이란다. 심지어 닉 퓨리 역으로 역시나 사뮤엘 잭슨 확정. 이거, 대박나거나, 아니면 마블사 이제까지 모아 놓은 돈 다 날리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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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유권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명확한 용어인지는 모르겠다. [Back]
  2. 배트맨과 슈퍼맨은 서로 절친이지만, 배트맨은 어둠 속에서 정부 등에 대항하며 악을 벌하는 길을, 슈퍼맨은 정부와 손을 잡고 그들의 비밀 무기 같은 입장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그 바람에 둘 사이에는 악을 섬멸한다는 공통의 목표에도 부딪히는 일들이 생기게 된다. [Back]
2010/05/09 03:56 2010/05/09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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