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 놓음, <바이바이 베스파>
![]() | 바이바이 베스파 - ![]() 박형동 지음/애니북스 <리버 보이>,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표지 일러스트를 그려온 만화가 & 일러스트레이터 박형동의 단편집. 어른이 되는 길목에서 성장의 의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섯 가지 클래식 스쿠터와 엮어 그려냈다. |
오래 전, 우연히 한 잡지에서 투박한 그림체의 만화를 보았다. 거친 펜놀림 속에서 한가지 톤으로만 이루어진 색감. 캐릭터라고는 무언가 포기해버린 듯한, 소년이라기엔 성숙하고 어른이라 하기엔 미숙한, 그런 느낌의 아이와 어른이 된 듯한 미키마우스. 얼핏 보기엔 별다른 매력도 없고 굳이 누군가를 끌어들이려 애쓰지도 않는 듯한 느낌이 오히려 알 수 없는 매력이 되어 눈을 사로잡았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기승전결 따위는 애초부터 신경조차 쓰지 않은 듯한 건조한 대화들이 신기하게도 눈을 통해 심장으로 전해졌다.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꽤 오래 전이어서 정확히 어떤 잡지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접하기 전에는 제목조차 가물가물했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질책과 동정과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저 대사 한마디가 계속 무의식 속에 남아 있었다. 막연한 느낌으로 소년에서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나는, 저 대사 속에서 그 사이에 있는 과도기적 시간을 알게 되었다. 마치, 소년이라기엔 성숙하고 어른이라 하기엔 미숙한 그런 느낌의 아이처럼.
내려 놓음
다섯 대의 스쿠터에 숨겨져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그 과도기 속에서 방황하다 성장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그 성장 속에는 무언가를 내려 놓는 작업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아픔을 견디거나, 혹은 숨기거나, 혹은 떨쳐낸다. 어쩌면 그(녀)를 사랑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후회, 옛 연인을 기억할 수 있는 좋지 않았던 수많은 기억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아름다운 기억,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었던 미련 같은 것까지도.
'내가 기타 안 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애정결핍의 여자아이는 꼭 내가 돌보지 않아도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을 찾아낼 거구
자동차 매연 잔뜩 먹어가며 고장 잘나고 수리센터도 거의 없는
오래된 양철 스쿠터를 타는 건 바보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내려 놓음, 혹은 진정한 이별.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꿈을 잃는다거나 하는 따위의 거창한 것이 아닌 것 같다. 단지, 그 무언가의 하나를 내려놓는 것. 그것은 여러가지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만이 영원하다는 딜레마적인 진리. 그 진리를 외면하고 영원을 찾고 싶어하는 것이 청춘의 아름다움, 매력, 혹은, 추억. 청춘의 방황은 그러한 청춘의 본질적인 태생 때문에 어차피 떼어질 수 없는 것일게다.
'그럼 또 올게. 뭔가 딴 게 돼서말이야. 어른은 말고.'
아, 이 책과 책 속에 있는 다섯 가지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은 저 대사 한 마디로 모두 표현할 수 있다. 무조건적인 영원을 찾아헤매는 청춘과 모든 것이 영원할 수는 없다는 진리 속에서 안주하는 어른, 그 사이, 혹은, 우리가 눈길을 주지 못하는 다른 세상에 그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는 아주 작은 희망. 책을 덮고, 상상을 하게 된다. 스쿠터를 타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 도로를 달힌다. 바닷바람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면서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둔다. 그리고 눈물과 함께 무언가를 내려놓으며 묻는다. 조그맣게.
'어른 말고, 뭐가 될 수 있을까?'
Special Thanks to luvflute.
Bonus Track. 아래의 동영상은 이 책의 표제작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인 <바이바이 베스파>를 단편 애니메이션화해서 2007년 서울 컬렉션 BON패션쇼에서 상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