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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켄트 벡의 구현 패턴 - 8점
켄트 벡 지음, 전동환 옮김/에이콘출판
늘상 일어나는 프로그래밍 작업에 사용되고, 좀더 읽기 좋은 코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77개의 구현 패턴을 모았다. 이 패턴들은 클래스, 상태, 행위, 메소드, 컬렉션, 프레임워크 등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다양한 측면을 다룬다. 각 패턴은 그림, 이야기, 예, 짧은 글 등의 방식으로 표현된다. 변수 작명부터 예외처리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대부분 작업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

흔히 프로그래밍에서 '패턴'이란 얘기가 나오면 으례적으로 '디자인 패턴'을 떠올리게 된다. 내가 이 책을 접한 건 자바 관련 교육 과정에서였고, 나도 이 책을 디자인 패턴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 간단히 공부했던 디자인 패턴을 다시 한 번 복습해볼까하는 요량이었는데, 아! 이 책은 디자인 패턴 책이 아니었다. 구현implementation 패턴, 즉 실제로 코딩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의사 결정에 대한 - 변수 이름부터 시작해서, 프레임워크 개발에 이르기까지 - 패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잠시 나의 어눌한 종목 선정(?)에 좌절하긴 했지만, 어쨌든 손에 들어 온 책이니 눈물을 머금고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이 참으로 진국이다. '다른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쉬운 코딩'의 중요성을 강요하면서 그렇게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의사 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조금 익숙한 코더coder들이 생각하는 '변수명을 무의미한 약자로 정의하지 마라.'는 것 같은. 그런데 그런 명확한 것 이외에도, 코딩을 하면서 실제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코딩할 때 옆에 두고 가끔 참고해보면 많은 도움이 될 녀석이다.

이 책의 내용은 자바 언어를 기반으로 쓰여져 있지만, C++과 같은 객체 지향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또 그 개념들을 적용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언어들에 대해선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테니... 그건 각자의 선택에 맡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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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 6점
마크 펜, 킨니 잘레스니 지음, 안진환 외 옮김/해냄
빌 클린턴, 토니 블레어 등 25개국의 리더를 배출해 낸 '킹메이커' 마크 펜의 트렌드 분석 비법을 담았다. 현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작은 힘들이 어떻게 세력을 키워서 미래의 큰 힘으로 발전하게 되는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다양한 마이크로트렌드의 군상들을 상세히 설명한다. 저자는 인종, 종교, 직장생활, 패션, 여가 활동, 정치 등 15개 주제에 걸쳐 75가지 마이크로트렌드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

마이크로트렌드Microtrend. 트렌드는 트렌드인데, '마이크로'트렌드란다. 트렌드trend를 네이버 영영 사전에서 찾아보면 "무언가를 새롭거나 다른 식으로 바뀌게 하는 것a change or development towards something new or different."라고 정의되어 있다.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선 그에 상응하는 굉장히 큰 힘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 '트렌드 == 메가mega', 즉 많은 사람이나 막강한 영향력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마이크로micro'트렌드라고 한다. 앞서 말했던 일반적인 트렌드와는 좀 다른 느낌인데, 실제로 이 책의 저자들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속에서 설명하는 75가지의 마이크로트렌드는 꼭 무언가를 바꾸진 않는다. 물론 그것이 선거와 같은 곳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마이크로트렌드의 핵심은 '전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세계에 퍼져 있는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의 취향이나 선택지가 과거 포디즘Fordism으로 대변되는 대량생산에 의해 강요되었던 반면,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이미 이것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가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과거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더라도, (이 책의 저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1%의 사람들만 모이더라도 그 영향력이 엄청나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이크로트렌드이다.

세세한 트렌드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애초에 트렌드라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 변해버리는 법이다. 이 책에 소개된 75개의 마이크로트렌드 가운데, 5년 후에 남아 있는 것은 얼마나 되겠는가? 실제로 이 책의 핵심은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이크로트렌드이고, 이것을 누가 빨리 눈치채느냐에 따라 미래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과거의 리더leader는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를 잘 굴리면 되었지만, 미래의 리더는 잘게 쪼개인 여러 개의 조각들을 얼마나 잘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란 뜻이다. 마치, 지금의 스타벅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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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 이노베이션 - 10점
노나카 이쿠지로 외 지음, 남상진 옮김/북스넛

경쟁자가 생각하지 못한 혁신을 실천하며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선 기업과 사람들에 관한 13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를 통해 성공을 달성하기까지 그들이 실천한 혁신과 노력을 가감없이 분석한다. 저자는 이들을 본받아 혁신을 주체적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하고, 이노베이터의 성공적 혁신 조건을 제시한다.

나는 사람들에게 조금 낯선, 산업공학을 전공했다. 산업공학을 들여다보면 꽤 매정한 학문으로 비쳐지기도 하는데, 이는 사람을 하나의 자원으로 보고 항상 최적화된 (혹은 그에 근접한) 해법을 도출해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산업공학의 기본 철학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는 한 분은 이 점을 들먹이며 '산업공학도인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 난 물론 예전에 그랬을지 몰라도 요즘엔 인간공학이나 감성공학 같은 학문들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고, 그 분은 '그 학문들도 사람을 고려한다는 일종의 눈가림일 뿐이지. 결국엔 같은 얘기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사실 거기에 대해 딱히 이렇다고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사람의 잔업overtime 비용을 수식에 넣고 LP문제를 풀고 있던 학부 때의 내 모습이 아른거려서.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이 성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서양의 물질주의를 빠르게 받아들인 나라들이 점차 강대국이 되었기 때문일까. 흔히들 '서양식 사고'라고 말하는 논리/분석적 사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었다. 분석적인 사고로 문제의 원인을 찾고, 논리적인 사고로 합당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빈틈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론과 성과 역시 분석적이고 논리적이게도 수치화할 수 있으며, 또한 그 수치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이 책에는 13가지의 혁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아, 말이 어렵다. 혁신이라고 하니까 뭔가 거리가 느껴진다. 책 제목도 씽크 '이노베이션'이고 핵심 키워드는 '이노베이터innovator의 조건'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정상에 서기 위한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교적) 최근의 성공 사례들과 그 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인터뷰가 함께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저자들은 그 사례들을 통해서 이노베이터, 즉 정상에 선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 사례들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분야들(제조업, 식품업, IT, 서비스업 등등)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이 이끌어 낸 공통점은 같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이끌어 낸 이노베이터로서의 조건, 즉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톰점은 항목으로 따져보면 15가지나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의 근간에 있는 것은 사람의 '본질'이었다. 마쓰다스러운 자동차를 개발하고 싶다는, 음료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마음 기저에 숨겨져 있는 바램을, 자기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하고 어중간한 선에서 타협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정상에 설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저자들은 분석적인 사고에 중독된 사람과 기업들에게 일침을 날린다. 과연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정상에 설 수 있겠는가? 논리와 분석은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정상에 서기 위해선 그것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 '무언가'는 암묵적 지식, 실천, 정치력 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이 책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사람의 본질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닌가 말이다.

사람이 가진, 꿈을 향한 열정을 분석할 수 있겠는가. MBA가 Management By Analysis의 약자라는 오래 된 농담 이야기가 나왔을 때 웃지 못하고 뜨끔한 건, 불과 몇 주 전에 나누었던 저 산업공학에 대한 대화가 생각나서였다. 아, 나도 너무 안이한 자만심에 빠져 있던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일에 대해 그동안 잊고 있던 무언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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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Working Korea - 8점
매일경제 금융한국 프로젝트팀 엮음/매일경제신문사(매경출판주식회사)

매일경제신문사 금융산업 관련 5년 이상의 경력 기자들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한국 금융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실천전략을 담고 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펼쳐내는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이론이나 지식들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을 펴는 순간 눈에 들어온 내용은, 대학원 시절까지 챙겨보던 SERI나 LGERI의 주간, 월간, 혹은 테마별 보고서와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이 책은 지난 몇 년 동안의 한국 금융 현황에 대한 조사와 영국의 빅뱅big bang 개혁을 통한 성공 사례 등을 벤치마킹함으로써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일종의 보고서였다. 살짝 좌절.

이 책, 혹은 보고서의 전면에서 주장하는 것은 "한국이 개인소득 3만달러 수준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금융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이다. 각종 선진국 사례들을 들어가며 금융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부가가치 기여도가 30%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각종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뭐, 여느 보고서들이 그렇지만 수긍이 가는 주장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으며, 보다 명확한 데이터가 궁금한 부분도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요즘 같은 시기에 이 책의 저자들은 과연 어떤 주장을 펼칠지 사뭇 궁금해졌다. 환경적인 문제가 많다고는 해도 세계 금융 경제가 휘청거리는 요즘, 버릴 것과 취할 것은 무엇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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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의 여행 11 - 6점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어느 봄날. 산에 쌓여 있던 눈이 차가운 물이 되어 흘러내리고 그 물이 숲의 녹음에 활력을 주기 시작할 무렵―. 키노와 에르메스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어느 나라가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길을 내려가서 성문을 지나 숲에 둘러싸인 넓은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들어가긴 힘들 것 같은데, 키노.” 에르메스와 키노는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보이는 것은 나라 안 곳곳에서 타오르는 불길이었습니다. 많은 집들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옅은 연기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바람을 타고 실려 왔습니다. (「꽃밭의 나라」)―.

키노가 1년 만에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삐뚤어진 캐릭 애정이 분출된 <학원 키노> 시리즈에서 고생을 할 대로 한 탓인지 몰라도, 본편의 키노는-

아, 판타지가 줄었다.

그런 느낌이다. 사실 키노의 여행을 판타지냐고 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판타스틱한 분위기가 많이 줄었다. 아마 이번 권의 시작과 마지막이 너무 건조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시구사와, <학원 키노>에서 뿜어댄 반작용이냐.'고 괜시리 버럭한다.

카메라의 나라 b, a
이번 권에서 가장 판타지스럽지 않으면서 판타스틱한 이야기.

이어져 있는 나라
햇빛을 쬘 수 없는 저주에 걸려 격리되어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이 나라의 모든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지극한 현실의 모사.

실망의 나라
여행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거짓 소문을 퍼뜨리는 나라.

아진(중략)의 나라
그 나라의 긴 이름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지.

국경 없는 나라
개인 사유지가 금지되고 모든 공간이 공유되어 있는 나라. 그리고 오랫만의 리쿠, 시즈, 티.

학교의 나라
키노의 여행을 쭉 읽은 사람이라면 앞의 1/3 분량만 읽어도 결론은 안봐도 비디오. 엄연히 따지자면 학교의 '나라'도 아니지, 시구사와!

길 이야기
이것 역시, 학교의 나라와 비슷한 운명.

싸우는 사람들 이야기
이번 권에선 그나마 제일 키노스러운 이야기. 이 이야기의 에필로그 덕분에 나이 든 키노를 상상해보려 노력했으나, 그건 불가능하다는 결론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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