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가기 전에 흐믈에 유일(?)하게 부탁했던 것 중의 하나는, "일본의 축제에 가보고 싶어!"였다. 우리의 인공지능 큐트 미소를 자랑하는 흐믈군은 그자리에서 "불꽃놀이 축제"에 대해 알아내었고, 우리는 그곳에 갔다. (간단한 사건 전개)
일본 사람들의 "(일종의)기다림 문화"라는 것은 종종 뉴스나 해외 토픽 등을 통해 간간히 접하고 있었지만, (예를 들자면 PS2 발매일 전날부터 게임샵 앞에서 밤새며 줄 서 있는 매니아들이라거나-) 막상 그 문화에 끼어들자니 엄청나게 귀찮았다.
흐믈이 알아본 불꽃놀이 축제는 오사카에서 열렸고, 오후 7시부터 시작이었다. 강가에서 하는 불꽃놀이 축제였는데, 흐믈의 정보통에 의하면 강가보다는 Sky Building 전망대에서 보는 것이 더 좋다고 해서 4시부터 가서 자리를 맡기로 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오사카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꽤 늦었었다. (내 기억으로는 4시쯤에 오사카에 도착한 듯.)
이미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사카로 몰려들고 있었고, 느긋하게 맛있는 점심(?)을 먹고 Sky Building으로 가려는 우리의 계획은 위기를 맞게 된다.
온몸으로 "저 지금 축제 가요."라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비록 맛있는 점심을 포기하더라도 멋진 광경을 포기하기는 힘들었다. 벌써 전철타고 오사카까지 오지 않았나. 그랬는데 불꽃놀이 제대로 못보고 가면 말이 안돼! 라는 일념으로 점심&저녁을 모두 햄버거로 때우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오사카역에 있는 맥도날드로 들어가 햄버거 셋트 6개를 샀는데...
헤헤헤.
6개들이는 도저히 못 들고 다닐 정도의 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6개 셋트를 모두 포장으로 샀으나) 일단 점심용으로 하나씩 맥도날드 매장에서 먹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가지 더 문제가 발생했나니, 그것은 바로 Sky Building 전망대에 음식물을 가지고 올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조그마한 것이라면 가방이나 주머니에 숨겨서라도 가지고 가겠는데, 햄버거 셋트를 도대체 어디다 숨기란 말이냐. 하지만 자리는 맡아야겠고... Sky Building에 도착한 때에는 이미 명당 자리는 누군가들에 의해 자리가 잡혀버린 상태여서 우리는 급한 마음에, "시간을 정해놓고 두명씩 올라가서 자리를 맡고, 한사람은 전망대 바로 아래층에서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시간을 넉넉하게 잡기 위해 30분마다 한사람씩 바꾸기로 했으니, 건장한 남자 셋이서 햄버거를 하나씩 먹기 위해 한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썼다는 것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여하튼 그렇게 스릴 넘치게(?) 저녁까지 해결하고, 불꽃놀이가 시작할 때 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매우 지루했다. 정말 지루했다. 사정없이 지루했다.
벌써 사람들은 잔뜩 몰려와 있었고...
꼬맹이들도 지쳐서 주저앉아 있고...
늘 큐트 미소를 날려주던 흐믈도 왠지 지친 표정이지 않은가.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본 불꽃놀이는 정말 최고였다. 말 그대로 '오사카의 밤하늘을 수놓은 2만발의 불꽃들' 이었다. 그 느낌을 나의 짧은 언어 실력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게 안타까울 뿐이니 불꽃놀이 사진 몇 장을 공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련다.
우리끼리 불꽃놀이가 끝나고서도 "멋있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다가, 학교 기숙사측을 통해 명당자리를 확보하고 있던 상인이형을 만나자 완전부러움 그 자체였다. 고층빌딩 전망대에서, 바로 눈앞에서 (혹은 좀 더 위에서) 터지는 불꽃들을 바라보는 것도 색달랐지만, 몇몇 불꽃들은 아래에서 보는게 더 멋있을 법한 연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인이형이 자릿세로 5,000엔을 냈다는 말에 살짝 놀랐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는 상인이형 말에 다음번에 기회가 있다면 그것도 괜찮겠는걸, 이라고 생각해버렸다.
여하튼 멋있었다, 그 말이다.
여담. 맛차
일본에 도착한 첫날, 흐믈이 우리에게 먹으라고 준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맛차 아이스크림! 나와 숀은 그 깔끔한 맛에 홀딱 반해버렸다.
맛차는 녹차를 갈아 가루로 만든 고급 녹차란다.
여하튼 그맛에 홀딱 반해버린 나와 숀은, 흐믈을 졸라 매일 맛차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하루종일 돌아다니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에 들러 (그것도 바로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선 팔지 않아서 멀리 있는 데까지 가서는) 맛차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와서는 라면야참을 먹은 후 맛차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했던 것이다.
한국에 들어가면 이거 못 먹을텐데, 잔뜩 사가지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라며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고민했던 나와 숀이었으니...
일본에 갈 일이 있는 분들은 한번 드셔보시길.
그리고 일본의 스타벅스에 있는 맛차 프라푸치노도 맛이 일품이다.
매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맛차에 홀딱 반해서 와버렸다.
여행을 갔으면 돌아다녀주는게 인지상정. 뭐, 그런거다. 교토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분위기로 (과서 일본의 천년수도였던 걸 자랑이라도 하듯) 이름난 유적지가 많아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것이 심심하지 않다.
지난번에 왔을 땐 청수사-은각사-헤이안진구-교토역의 코스를 밟았었는데, 이번에는 금각사-청수사-교토타워-교토역의 코스를 밟았다. 왜 그랬냐 하면, 그냥 발길 닿는대로, 시간 맞는대로...
각 명소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잠시 미뤄두고...
교토를 돌아다니면서 아직도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이 대단하구나, 싶었다.
유명 관광지라는 특성 때문이겠지만, 전통과 새것의 절묘한 조화, 그것이 어색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은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 아닌가.
기모노 여인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이렇게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뭐 관광지에서 일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행사 때문일수도 있겠지만,
당장 한복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려면 뭔가 쪽팔림을 감수해야 하는 한국에서의 나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다음에 적을 오사카에서의 불꽃 놀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모노를 입고 오는 걸 보고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한복 많이 입고 다니면 좋을텐데. 일상 생활에 좀 불편하긴 하지...?
그리고 이렇게 예쁜 거리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우리나라 인사동도 전통적이고 예쁜 거리가 많다고 하는데, 아직 가보질 못해서 아쉽네.
여하튼 이런 것들 참 좋아보인다.
비록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는 상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그러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들이 얼마나 대단해.
덕분에 숀은 여자친구에게 보내줄 하트 모양의 배경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금각사 앞 세남자
금각사는 은각사와는 달리 그나마 좀 볼게 있었다. (웃음)
만들다 말았다는 은각사와는 달리 절(?)이 확실히 금칠이 되어 있어, "아, 그래서 금각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금각사에는 (보통 절에 늘쌍 그렇듯) 동전을 던져 들어가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곳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10엔부터 100엔까지의 동전을 던지던데,
난 왠지 돈이 아까워(-_-;) 100원짜리를 던져봤다.
역시나 아깝게 들어가지 않더군.
(혹시 여기 신이 100원짜리라고 쳐내버린거?)
그냥 가려는데 숀도 던져보겠다고 하더니 멋지게 (원 바운드로) 동전을 골인시켰다!
그리고 숀이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말해주는데, "피디 여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 그랬단다.
근데 이런거, 보통 소원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이뤄진다고 그러지 않나? -_-;
청수사에서 폼잡기
청수사는 전에도 왔던 곳이어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너무 늦게 갔다는 건데... 입장은 오후 6시까지 가능하고, 구경은 6시 30분까지 가능했는데,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6시 조금 전에 들어갔다.
그래서 (경비 아저씨에게) 쫓기듯 구경했는데...
바로 이곳에서 (그 유명한) 핃이쓰마의 결투신이 촬영되었다.
노을 지는 풍경이 멋져서 최종신까지 찍으려 했지만 어서 나가라는 경비 아저씨의 등쌀에 눈물을 머금고 그냥 나와야 했다.
끝날 시간이니 빨리 물 받아 먹고 나가라고 물살도 거셌다.
교토 타워
교토 타워는 그 명성(?)에 비해 상당히 볼거리도 없이 입장료만 비싼 곳이었다.
차라리 남산 타워나 오카사의 Sky Building이 백만배쯤 더 좋다.
교토역에서 폼잡기
교토역은 역사를 꾸민 그 노력에 늘 감탄하게 되는 곳이다.
낮에는 그냥 "건물이 괜찮네." 정도의 느낌인데, 밤에 보는 풍경은 정말 색다르다.
교토역에 온 건, 교토 타워를 보고 하루종일 돌아다녀 지친 몸도 쉬고, 저녁도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지난번에 왔을 때 갔던 식당에서 마주친 완전 내스타일의 종업원이 아직 있을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 목적은 순전히 숀과 흐믈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그 종업원이 보이진 않았고.
음식은 이번에도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키로 해결했다.
난 오코노미야키보다는 야끼소바가 더 입맛에 맞았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파는 야끼소바보다 컵라면처럼 파는 인스턴트 야끼소바가 훨씬 맛있었다.
흐믈도 그렇다고 하니까, 딱히 내가 이상해서 그런 건 아닌 듯 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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