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한다. 재미있어야 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 김정운 지음/쌤앤파커스 의무와 책임만 있고 재미는 잃어버린, 이 시대 남자들을 위한 심리에세이.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니? 일견 부부관계에 대한 책 혹은 무모한 남자들의 로망에 대한 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의 행복’에 대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로망에 대해서,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행동해보지 못한 남자들의 심리적 ‘여백’을 통렬하게 채워준다. |
거참, 알다가도 모를 일 중의 하나는, IT 기업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일하는 팀의 평균 연령은 30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덕분에 대부분 결혼하시고 자녀까지 두신 분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한결같이(?) 결혼은 무덤이란다. 내가 보기엔 참 가족들과 알콩달콩 재밌게 사시고들 있는 것 같은데도 그렇단다. 왜일까, 한참 궁금해 하다가 이 책의 광고를 봤다.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 문화심리학서라고 하길래, 왠지 내가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잔뜩 기대하고 책을 열었는데, 아뿔싸. 이 책은 결혼, 부부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남자들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것이, 참 묘하게 가슴을 쿡쿡 찌른다. 아, 난 참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구나.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정말 말 그대로 '행복'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아니, 그건 너무 거창하고. 최소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거리들이 재미나게 풀어진다.
조금 거창하게 책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올바르게 깨달아야 한다. 먼 미래에 황혼 이혼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혹은 당장 룸싸롱 같은 곳에서 싸구려 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스스로를 올바르게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나 지금 내가 억지로 월급을 받기 위해 아웅다웅거리고 있는 일들에게서 얻을 수 없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것을 통해서 나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위치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나를 유지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불필요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아, 정말 쓰다보니 거창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많은 글들의 대부분은, 그래서 '재미'에 대한 내용이 많다. 이 '재미'가, 비단 코미디 프로를 보면서 낄낄 거리거나, 별점 높은 천만 관객 영화나 베스트셀러를 읽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에서부터 리추얼ritual을 찾아야 한단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이나, 창문을 활짝 열어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슴 깊숙히 들키기는 따위의 사소하고 습관적인 행동이지만,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으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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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나이가 들수록 이런 종류의 사소하지만 즐거운 리추얼들이 우리의 삶을 구원해준다. ... 내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즐거운 느낌이 반복되는 나만의 니추얼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내가 아침밥을 해주지 않는다.> p.24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왜인지 나는 나의 생활을 돌이켜보게 되었다. 비단 나만 그런 것은 아닐게다. 아침에 일아서 잠들기까지. 씻고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잠들고, 주말에도 늦잠자는 것 외에는 특별히 이렇다 할 것도 없이 지나가 버리는 날들. 일본에서 돌아오고 난 후, 아! 도대체 난 왜 이렇게 재미없게 사는 거지!라고 울부짖었던(물론 속으로) 이유가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물론 그럴 수 있다면야 더 좋겠지만.) 소소한 나의 일상 속에서 습관적인 것들 사이에 숨어 있는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정말 내가 재미있어하는, 무언가 나에게 의미를 줄 수 있는 소소한 나만의 즐거움. 나만의 리추얼.
이 소소한 자기 반성 이외에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들은 스스로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꽤 많은 심리적인 부분들에서 삐뚤어져 있거나 억압되어 있다는 것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사회적인 분위기라고나 할까, 유교적인 사회라는 미명하에 우리는 얼마나 재미없는 삶을 살도록 강요받았는가 알게되면, 괜시리 억울한 기분까지 들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날 불행하게 만든 건 다 네놈들 탓이렸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책의 부제라고 할까, 태그 라인이라고 할까.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 서술된 내용들은 주로 남자들의 이야기다. 억압받고 삐뚤어진 이 시대 대한민국의 슬픈 남자들의 이야기. 그래도 이 책은 여자들도 읽어봐야 한다. 그래야 조금은 남자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해하고 동정해줄 수 있을 테니까.
꽤 딱딱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저자는 스스로의 경험담, 생활을 (심지어 친구들의 이름을 실명으로!) 예로 들어가면서 재미있게 풀어준다. 그래, 재미있게 살자. 그래야 행복하지. 참, 덤으로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고 제목이 되어 있지만, 저자는 덧붙인다. '가끔...'이라고.



















댓글
2009/10/26 10:18
난 "결혼은 무덤이다"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
2009/10/27 10:13
아, 물론 모든 분들이 다 그렇게 얘기하신다는 건 아니구요-
2009/10/27 14:46
오늘 회사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나이스 타이밍?? 스포일러? ㅋㅋㅋ
2009/10/28 01:02
재밌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