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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강철중: 공공의 적 1-1
감독: 강우석
출연: 설경구, 정재영
제작사: (주)KnJ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25분
개봉일: 2008.06.19

공공의 적의 미학은 집중이었다. <공공의 적>(강우석 감독, 2002)의 가장 큰 매력은 사회, 아니 인간계에서 추방되어야 할 나쁜놈(조규환)과 그런 놈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잡아 넣으려는 착한놈(강철중)의 끈질긴 추격이었다. 나쁜놈이 번듯하게 잘 살고, 착한놈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뜯어고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리만족이었다. 나쁜놈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단지 어린이들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교훈적인 동화가 아님을 느끼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그런 일은 정말 동화일 뿐이어서 영화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강철중(설경구 분)은 나쁜놈을 잡을 때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제 한 목숨을 다 바친다. 그런 경찰과 사회와 정의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때문에 <공공의 적>은 나쁜놈과 착한놈의 대결에 집중한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조규환(이성재 분)과 강철중의 대결. 잡느냐 잡히느냐. 나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살고 있는 조규환을 잡으러 가면서 강철중이 "나는 공고를 나와서 배운 것이 없지만, 부모님을 죽여선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고 울부짓는 모습은, 그래서 더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그럼 <공공의 적 2>(강우석 감독, 2005)는 어땠을까? <공공의 적>과는 다른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 탓이었는지 막나가는 형사에서, 막나가는 검사가 된 강철중의 검사복은 다소 어색했지만 나름대로의 적절한 분배와 집중이 이루어졌었다. 정경유착이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옮겨졌으나 그곳에 나쁜놈 - 한상우(정준호 분) - 이 분명히 있었다. 보좌관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등 주변 인물들이 <공공의 적>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는 했어도, 사건의 핵심 인물이 있었고, 그렇기에 강철중이 한상우를 잡아넣으려 물불 안가리는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럼, 검사에서 다시 형사로 돌아온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은 어떨까? 그곳에 분명 '나쁜 놈'은 있다. 그런데 '나쁜 놈'이 아니라 나쁜 놈'들'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관계자들이 속해 있던 거성 그룹의 회장, 이원술(정재영 분)을 강철중이 잡으러 갈 때, 마음 한구석에선 '걔만?'이라는 의구심이 자꾸 고개를 든다. <공공의 적>에서처럼 절박한 심정도 없다. "체포하지 말고 그냥 죽여버립시다!"라고 외치는 강철중의 모습은 오바스럽기까지하다. 이원술은 분명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이고, 고등학생들을 데려다 교육시키고 방패를 삼는 나쁜놈이다. 따지고 보면 조규환이나 한상우보다도 나쁜 놈이다. 그런데도 이원술을 잡으러 갈 때, 왜 적어도 <공공의 적>때 만큼의 응원을 강철중에게 보낼 수 없었던 걸까?

집중의 실패다. 이원술은 극 중에서 딱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태산 그룹의 회장과 담판지으러 갈 때, 혹은 신입 사원(?)들 교육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정도다. 분명 그 모든 사건들의 뒤에는 이원술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박실장이 더 나쁜놈 같다. 현장을 관리하고 사건을 수습하는 곳에는 늘 박실장이 있었고, 그에게서 냉혈한의 냄새가 났으며, 사건이 터졌다. 관객들은 원술이 나올 때보다 박실장이 나올 때 더 긴장한다. 게다가 원술이 박실장에게 이렇다 할 지령을 내리는 모습조차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술은 인간미까지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 강철중은 자신의 딸, 미미의 학교에 일일교사로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경찰보다 깡패가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반의 대부분이었다. '영화에서 깡패가 더 멋있게 나오잖아요!'라며 강철중을 쏘아보고 대드는 남자아이. 미미와 같은 9살, 초등학교 2학년들의 생각이다. 예전에 EBS에서 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아이들이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장면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세 그룹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른 상황들을 보여준 후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애정과 관심, 무관심, 그리고 폭력.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자기가 본 상황을 그대로 되풀이한다는 것이 발견된다. 애정과 관심을 본 아이들은 똑같이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 폭력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TV, 영화, 게임, 온갖 미디어에서 폭력을 미화하는 사회를 감독은 꼬집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화에서 원술은 '나쁜 놈. 하지만 인간미가 있는'사람으로 미화시키고 있었다. 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이 집중의 실패는 다른 무리수가 없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원술과 박실장 정도로만 분산되었더라면, '박실장의 뒤엔 이원술이 있으니까'정도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강철중이 막가파라고는 해도 경찰이다. 적어도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고 난 후에야 강철중은 그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만만치가 않다. 조직폭력단의 매력에 한껏 심취되어 있는 철없는 녀석들은 그저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죽이려 했다고만 한다. 아무리 강철중이라해도 이래서야 원술을 잡아넣을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증거를 내려주고자 감독은 구성을 살짝 뒤틀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곳에서 (아니, 그러지 않는게 훨씬 나았을 곳에서) 불쑥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옛 캐릭터와 대립시킨다. 더군다나 시리즈물이라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공공의 적> 캐릭터들을 무리하게 끌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네들의 얼굴이 반갑기는 해도 자꾸만 구성은 산만해진다.

사회의 부조리를 희화화 했다는 것이 헛웃음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전세금 5천만원을 대출할 수도 없는 강철중. 그 앞을 지나가는, 이제는 맘 잡고 착하게 살고 있다는 산수(이문식 분). 월 3천정도는 번다는 산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기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강철중의 모습은 극의 마지막까지 희화화되어 연출된다. '조금 나쁜 놈'은 잘 살아도 된다는 건 <공공의 적>의 기본 모티브에 위배되는 모습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어찌 마음껏 웃을 수 있겠는가.

장진과 강우석은 언제가 한 번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게 우연히 이번 <강철중>이었고, 결론적으로 이 둘의 만남은 실패다. 우리가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원하는 것은 일종의 하드코어다. 나쁜놈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동화적인 하드코어. 그런데 그 나쁜놈은 대놓고 미워할 수 없는 장진식 캐릭터가되어버렸고, 사건도 장진식으로 진행된다. 안그래도 웃기 힘든 장면을 만들어 두었으면서 강우석 감독은 거기에 투캅스 식 유머까지 버무린다.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한마디. '지금 장난쳐?'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와 장진식 연출의 절묘한 조화는 <강철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공공의 적 시리즈는 강철중과 몇 몇 캐릭터들만 남겨두고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희석되어버렸다. 그나마 그라도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강우석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보니, 원래 공공의 적 작가들에게 시나리오를 맡기려 했는데, 그 분들이 그보다 더 나은 스토리를 쓰기 어려웠는지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장진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 오히려 다른 시리즈를 만들거나, 혹은 제작을 포기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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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23:48 2008/06/2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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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ruin a grad student's evening, 6/25/2008
대학원생의 저녁을 망치는 법:

- 이봐, 우리 한 잔 하러 갈건데. 너도 갈래?
- 멋지구만.

- 내가 가면 말야, 일 때문에 밤새 걱정하게 될거야.
- 이런, 일 해야 하는데.

- 그런다고 연구실에 남아있으면, 아무 일도 못해서 괴로워질테지!
- 제길, 같이 갈 걸.

단지 권해보기만 해보시라.

- 고맙구만!
- 넌 좀 도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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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8 01:15 2008/06/28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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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1 Process Explained, 6/23/2008
F-1 학생 비자 받기

1.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공부하는 꿈을 갖는다!
- 사실 미대륙이지...

2. 그 기회라는게 얼마나 비싼지 알게 된다.
- 수업료가 얼마라고?

3. 교수에게 메일을 써 본다. 쓸데없는 짓이지만.
- 다른 외국 학생으로부터 새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삭제)

4. 정규 영어 시험을 받는다. (수년동안 American Pop Culture를 들은게 드디어 효과를 본다!)
- "소는 가축이다."

5. 뭔가 불안한 우편 시스템에 당신의 미래를 맡긴다.

6. 통과!
- 난 내 나라를 사랑해! 하지만 빨리 나가고 싶구나!

7.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미국 대사관에 줄을 선다.

8. 들어가서, 다른 줄을 선다.

9. 면접을 본다.
- 당신 박사 과정에서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 그게...

10. 좀 더 기다린다.

11. 비자를 받는다!
- 난 이제 가치있는 인간이 된 거야!

12. 친척들에게 인사를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친척들)
- 놀러 올거지?
- 돈만 있으면.

13. 눈 스캔, 지문 등록, 그리고 까칠한 질문들을 통과한다.
- 그래서, 박사 과정에서 뭘 공부한다고요?
- 그게...
- 당신 테러리스트지?

14. 대학이 후미진 곳에 있는 걸 발견한다.
- 여, 왔구려!
- 미국에 온 걸 환영해요!

15. 문화에 익숙해지고, 세금을 내고, 친구를 사귄다.

16. 고국에서 직장을 잡기엔 너무 과한 경력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 너 지금 하는게 뭐라고?

17.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 난 누구? "집"이란 뭐지?

18. 당신이 집이라 일컫는 곳이 당신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다.
- 내가 다시 들어갈 수 없다니, 무슨 소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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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6 23:20 2008/06/26 23:20

불여우FireFox 2.0 버전을 쓸 때 종종 걸렸던 문제는, Gmail에서 간혹 죽어버린다는 점이었다. 자바스크립트 처리량이 과도했던 걸까? 아니면 자바스크립트에 뭔가 오류가 있던 갈까? 여하튼 Gmail에 로그인하고 난 후에 받은편지함Inbox과 스팸Spam 사이를 오고 갈 때면 종종 불여우가 죽어버려서 매우 불편해했었다.

불여우 3.0로 업데이트 하고 난 후에 제일 먼저 체크해 본 것도 이 문제였는데, 불여우가 아예 죽어버리지는 않지만 심하게 버벅거리고, '작업 중Still Working...' 메시지를 심심찮게 보여주고 있다. 아예 죽어버리지는 않으니, 이제는 그 탭tab만 닫아버렸다가 다시 접속하면 되니까 그나마 나아졌다.

그런데 그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살포시 고개를 들었는데, 새 탭을 열었을 때 주소창에 아무리 주소를 입력하고 엔터를 치고 마우스로 클릭을 해도 접속을 못한다는 점이다.

새 탭을 열어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중

새 탭을 열어 접속을 시도하고 있는 중, 하지만 불여우는 감감 무소식.

죽어버리는 것도 아니고, 아예 반응이 없다. 불여우를 껐다가 다시 켜면 또 잘 접속이 된다. 그야말로 가아끔씩 불여우가 키보드 이벤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게 아닌지.

아... 이건 언제 해결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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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23:15 2008/06/25 23:15
학원 키노 2 - 6점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대원씨아이(단행본)
―이것은 인간 키노와 말하는 휴대전화줄 에르메스의 학원 이야기. - 제2화

자, 그러니까 <학원 키노> 시리즈는 어차피 본편 <키노의 여행> 시리즈의 공식 동인지랄까, 팬에 대한 서비스임을 가장한 작가의 오타쿠성과 막장성, 그리고 (아마도) 마감에 대한 압박 스트레스의 해방구하고나 할까, 그런 느낌인 것이다. '자, 키노, 그동안 쿨한 척 하면서 나에게 스트레스를 줬겠다, 어디 한번 망가져보시지! 작가를 힘들게 한 벌이다!' ...뭐 물론, 시구사와만이 아는 진실이겠지만.

띠지에 보면, '<학원 키노>는 당신에게 <키노의 여행>이 준 이미지 붕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써있다. 그걸 보고는 '아아, 어련하겠어. 1권에서 어련히 알아서 당했을려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후에 띠지의 뒤쪽 아래에 조그맣게 써 있는 또 다른 경고 문구를 발견했다.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릅니다만, 사모예드 가면의 바보 같은 언동에 대해 호의를 가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1권 읽을 때보다 훨씬 사모예드 가면 보면서 변태스럽다고 생각한게 좀 덜하지 않았었나? 이 학교 학생들이 마물이 나오는 것에 적응한 것처럼... 나도...? 아아아아아.

시구사와... 제발 <키노의 여행>을 써줘...

하지만, 과연... 이제 본편 <키노의 여행>을 맨정신으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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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5 00:12 2008/06/25 00:12
지식 e 세트 - 전2권 - 10점
EBS 지식채널ⓔ 엮음/북하우스
<지식e>가 출간 1년 만에 10만부를 넘었다. ‘구분하기/밀어내기/기억하기/돌아보기’로 구성된 시즌1에 이어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키워드로 한 시즌2까지, 10만 명의 독자가 이 책을 통해 EBS <지식채널ⓔ>를 다시 만났다.
10만부 세트는 시즌 1, 2권과 더불어 독자의 지식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노트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 개개인의 지식이 이 노트에 담겨 세상을 보는 창이 되기를 바란다.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바꾸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장면. 다큐멘터리도 아닌 것이, 쇼프로도 아닌 것이, 그동안 텔레지번을 통해 보지 못했던 감각적인 화면 사이로 흘러다니는 텍스트, 그리고 귀를 자극하는 배경 음악.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내 나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그 후 '아...'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되었다. EBS의 '지식채널e'와의 첫 만남이었다.

지식, 숫자, 통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골머리를 썩는다. 작년 실업률이 몇 %이고, 지난 몇 년간 몇 건의 전쟁이 일어났으며, 한미FTA로 인해 피해를 받는 농민의 수는... 지식과 숫자. 그것은 일말의 감정도 없는 메마른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라 생각했었다. 학교에 다닐 때 그런 지식과 숫자들은 입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어야 할 총탄이었고,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부조리하고 힘든 인생을 너무도 간략하게 압축해주는 뉴스의 헤드라인이 되었다.

단지, 그 뿐인가?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흔히 듣는 관용어이다. 지식과 숫자와 같은 것들은 차가운 이성으로 대변되곤 한다. 숫자는 무미건조하고, 지식은 암기해야 하는 또 하나의 짐. 차가운 이성 속에 그것들을 담고, 한번 제대로 꺼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새로운 지식을 입력하도록 강요받는 지식과 정보 과다의 세상. 거스를 수 없는 세계의 패러다임.

정말?

그 지식들을 꺼내어 한 번 곱씹어 보는 데에는, 하루에 5분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담배와 커피 한 잔에 상사 뒷담화를 까는, 연예인의 새로운 화보를 클릭하며 히히덕거리는, 버스, 혹은 지하철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그 짧은 5분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지.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게만 그껴지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하나로 엮는데 걸리는, 단 5분의 시간.

그리고.

그 짧은 5분의 사색이 활자로 넘어왔다. 이야기마다 아주 약간, 조금 더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활자 속에는, 우리가 살면서 구분할 것division, 밀어낼 것exclusion, 기억할 것memory, 돌아봐야 하는 것reflection과 기쁨喜, 분노怒, 슬픔哀, 즐거움樂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가장 차가운 숫자 한 줄에, 가장 뜨거운 눈물과 웃음이 나온다.

문득, 가슴이 하는 말이 들린다.

머리속에 있는, 차갑기만 한, 가슴을 뜨겁게 하지 못하는 지식은 죽어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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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23:48 2008/06/23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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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juana! 6/20/2008
- TIJUANA로 가야겠어!
- 뭐??

- TIJUANA말야! 멕시코로 건너가서, 거기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는거야. 그리고 합법적으로 다음주에 열리는 학회에 참가하는거지!

- 그렇게까지 해야돼?
- 꼭 가고 싶다구! 게다가...

- 오래 걸리기야 하겠어?
- 3~4달 걸린다구요?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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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12:51 2008/06/22 12:51
로보트태권 브이 세트 - 전5권 - 10점
양우석 지음, 김태건 그림/문학세계사
로보트태권 브이 세트. 어린 시절 우리의 영웅이었던 <로보트태권V>가 30년 만에 부활한다. SF 블록버스터로 탄생할 실사영화 <로보트태권V>의 원작 <브이>는 미디어다음에 연재 당시 월 평균 조회수 2,100만 건으로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태권브이가 바다에 수장된 지 30년 50대의 중년 샐러리맨이 된 김훈과 세계적인 과학자가 된 철이, 영희와 메리, 깡통로봇이 다시 만났다. 그리고 영원히 사라진 줄 알았던 카프 박사까지 저승에서 돌아왔다.

지구를 향해 소행성이 돌진한다. 곧 지구와 충돌해 아시아가 세계 지도에서 사라지게 될 긴박한 상황. 그런데 소행성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왠 로봇 한 대가 소행성의 진입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30여년 전에 사라졌던 태권 브이! 그리고 조종석에 앉아 있는... 응? 왠 배불뚝이 중년 남자?

<브이>는 일종의 대체역사물로, 로보트 태권 브이가 실존했다는 가정하에 현재(2000년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붉은 제국'을 통해 세계에 복수를 하려 했던 카프 박사를 물리치고 돌아온 태권 브이는 일약 영웅이 되지만, 그 후 한국의 불안정한 정세에 휩쓸리게 된다. 12.12 쿠테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겪으며 정부의 부조리에 치를 떤 훈은 스스로 태권 브이를 수장시키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자했고, 그 과정에서 메리는 파괴되고, 철이는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반신불구가 된다. 그 후 30여년이 지나, 훈과 영희는 그저 보통의 중년 부부가 되어 나름대로의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는 와중에, 철이가 로보트 태권 브이를 복원시키고, 다시 눈을 뜬 메리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겠다며 붉은 제국의 재건을 꾀한다.

<브이>의 탄생은 어릴 적 영웅의 귀환이라는 큰 의미가 있어 그 자체로도 많은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선에서 그치지 않고 보다 현실과 가깝게 접목시키고자 한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정부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되기를 강요받다가 사라져버린 영웅, 그 안에서 나온 희생자들. 이들의 슬픔과 분노는 다시 사회를 겨냥했고, 영웅의 귀환을 꿈꿨다. 하지만 정말 슬픈 것은 <브이>에서 다시 보게 되는 80년대의 암울하고 불안했던 정세 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역사에서 오는 허탈감이다. 단지 바뀐 것은 그 수단 뿐이었다. 과거의 정부가 무력 진압, 언론 통제를 통해 시민들을 통제하고 영웅을 사라져버리게 만든 반면, 현재의 정부와 거대 세력은 사건을 조작하고 언론을 이용해 시민들을 선동해 또다시 영웅을 제거하려 한다.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누누이 배워왔지만 거대 세력의 이권을 위해 다시 반복되고야 마는 슬픈 역사. '과거는 이미 반복되고 있어...'라며 보여준 메리의 슬픈 눈빛은 곧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기에, 우리의 세계와 <브이>의 세계는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과연 역사는 반복될까? 아니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사족
작년에 운이 좋게도 태권 브이 2007년 디지털 복원판의 언론 시사회에 간 적이 있었다.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로보트 태권 브이 가면을 손에 쥐고, 추억 속에 아련하게 자리잡았던 영웅의 모습을 감격에 겨워 감상했었다. '63빌딩에서 나온다던' 영웅의 모습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자료를 찾아보니,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2009년에는 실사판 태권 브이가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브이>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감독은 <세븐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이라고 하니, 상당히 기대해볼만하다.

다만, 이 자료들을 보면 강조되는 것이 '200억원 규모의' 대작이라는 것인데, 아, 왠지 불안이 엄습한다. <원더풀 데이즈> 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고나 할까. 규모가 크지 않아도 좋으니, 부디 좋은 작품만 만들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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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1 12:26 2008/06/21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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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a, pt. 4 6/18/2008
- 암튼 학회는 갈 수 있는거야?
- 아니. 지금은 해외로 나가면 안돼!

- 그러니까, 갈 수는 있어. 하지만 그러면 비자가 만료되서 다시 들어올 수가 없어.

- 그러면 다시 비자를 받아야되는데, 그건 여기 들어와서 할 수가 없지! 젠장, 꼼짝도 못하게 생겼어!

- "우리에게 너희의 피로와 가난과 완전한 혼란을 달라..."
- 아, 정말 미쳐버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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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9 23:02 2008/06/19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