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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 - 8점
최갑수 지음/상상공방(동양문고)
시인이자 여행 작가 최갑수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집. 2000년에 낸 시집 서문에서 '나는 부랑자이거나 방랑자이어야 했다'라고 고백한 최갑수는, 그로부터 몇 년 후 정말로 세상 곳곳을 떠도는 여행자가 됐다. 지난해 펴낸 첫 번째 여행 에세이집이 주로 국내의 기록이라면, 이번 책은 여행 작가로 본격적인 명성을 쌓은 그가 머무르고 스친 낯선 이방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처음에 책 표지를 스윽 지나가면서 봤을 때에는, 또 누군가가 적당히 감성적인 사진에 적당히 감성적인 글을 적어서 적당히 편집해서 여행에세이라고 묶어서 출간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지나쳐버리기엔 뭔가가 아쉬웠다. 한 번 무슨 내용이 있는지나 볼까, 라고 책을 펼쳐들었다. 스르륵, 손을 넘어가는 책장 속에는 으례 그렇듯 여행 사진과 글들이 지나갔다. 왠지 맘에 들기 시작한다. 사진과 글들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 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아,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서서히 차올랐다. 첫 번째 글타래를 읽는다. 점점 더 마음에 들다가, 아래 문구를 읽는 순간 책을 집어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너머'로 내 인생을 보내기로 했어. 준비는 간단해.
청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새로 샀어. 단단한 배낭도 장만했어. 그게 끝이야. 나는 모든 준비를 마쳤어. 내일 떠나. 물론 나는 다시 돌아올 거야.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이 궁금해.

저녁에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속에 들어가 반신욕을 즐긴다. (나의 거주지가 아닌 곳에 있어 몇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다.) 그리고 이 책을 펼쳐든다. 책상에 몸을 파묻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전공 서적도, 바닥에 배를 깔고 낄낄거리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만화책도, 하다못해 카페에 가서 화이트모카라도 한 잔 시켜놓고 읽어야 할 것 같은 에세이도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 몸을 편안하게 한 상태에서 작가의 눈과 마음을 따라 사진과 글을 하나씩 읽고, 느끼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편안한 느낌을 주는 책은 도대체 얼마만인지! 황경신의 글은 외로움만이 너무 많이 묻어 있어 계속 읽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유성용의 글에선 왠지 오래된 여행자의 피로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최갑수의 글과 사진에서는 뭐랄까, 그 사이의 절묘한 조화가 느껴진다. 여행자로서의 적당한 외로움과 적당한 피로함과 적당한 어울림. 내가 여행자가 되고 싶어 바래왔던 바로 그 조화로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는 딱 이정도가 적당해. 라고 느낀다. 여유롭다. 그 여유가 책의 곳곳에 묻어 있어 읽고 있는 나조차도 여유로워진다. 흔한 여행기 속에서 어디를 갔더니 어디가 좋고... 하는 식의 글들은 뭐랄까, '이 도시라면 이곳을 꼭 가봐야하지!'라거나,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런 말을 해봐!' 혹은 '이 나라에서는 이 음식을 먹어봐야 하지!'라는 식의 은근한 압박감을 심어주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게 없다. 그저 나는 그 곳에 갔을 뿐이고, 그리고 그 곳을 느꼈을 뿐이고. '여유' 말고는 별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이런 책과 글들에 끌리는 건 아직도 내가 여유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p.s 고백하건데, 지금 나의 wish list에 있는 또 다른 여행 에세이가 역시 최갑수님의 작품이다. 전혀 몰랐었던 작가의 두 작품이 끌리다니. 이건 그저 우연이 아닐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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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1 15:51 2009/01/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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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피디의 생각  삭제

    Tracked from jackleg83's me2DAY 2009/07/20 01:07

    참. 새로 읽기 시작한 책. 몇 안되게 기억하는 작가 중의 한 명. 전에 읽었던 <구름 그림자와 함께 시속 3km>가 맘에 들어서 바로 주문했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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