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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1 /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2 - 10점
프랭크 밀러 외 지음, 김지선 옮김/세미콜론

1986년 2월부터 6월까지 4호에 걸쳐 ‘4부작 미니 시리즈’로 기획된 <다크 나이트 리턴즈> 는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중요한 작품이자 팬들의 필독서다. 배트맨의 진면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한국의 배트맨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가장 읽고 싶은 배트맨 만화로 손꼽혀왔다.

그랬다. 사실 참으로 궁금했다.<다크 나이트 리턴즈>라. 왜 '리턴즈returns'가 붙지? 진짜 배트맨 팬들이 들으면 화를 펄펄 낼 생각이었던게다. 이 시리즈로 인해 퇴색되던 배트맨의 매력이 다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의 시리즈들이 나오는 원동력이 되었을 정도로 일대 획을 그린 작품을 놓고 제목에 갸우뚱거리고 있었으니. 그래도 어쩌겠나, 배트맨 시리즈가 시작되었을 때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고, 어릴 때에는 인터넷이고 뭐고 없었을 뿐더러, 나는 부모님 몰래 만화를 봐야 하는 말 못할 슬픈 고민을 가지고 있는 어린 소년이었을 뿐인걸.

<다크 나이트 리턴즈(이하 DKR)>의 시작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배트맨이 은퇴를 하다니! 돈 많은 아저씨가 은퇴하고 나서 무기력에 휩싸여 어떻게 죽는게 가장 바람직한 모습인가 따위를 고뇌하고 있는 브루스 웨인이라니! 어디 상상이나 했겠나? 사실 슈퍼히어로물이라는 게 영웅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 않음을, 혹은 시간이 흘러도 아주 조금만 흐르거나, 한창 활동할 전성기의 모습을 그리는 게 당연하지 않느냔 말이다. 그런데 다 늙어 체력이 골골거리는 브루스 웨인이라니. 이거 신선하다고 해야 하나, 충격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 헷갈리기는 하네.

사실 생각해보면 배트맨은 생각처럼 '슈퍼'히어로는 아니지 않나. 슈퍼맨처럼 외계인(막상 이렇게 쓰자니 슈퍼맨에게 조금 미안해지기도 하네. 하지만 클라크, 자네 엄밀히 족보 따지면 외계인 맞아.)도 아니고, 스파이더맨처럼 거미한테 물린 적도 없고, 심지어 저 막장 히어로인 핸콕처럼 신과 비슷한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고 X-MEN들처럼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돈이 써도 써도 모자랄 정도로 -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 정도로 많은 한 보통 남자가, 수많은 지식과 탐정술, 엄청난 노력으로 얻어 낸 체력과 무술, 그리고 돈과 기술로 무장한 각종 장비들을 들쳐 엎고 다니는 것일 뿐이다. 다른 히어로들과는 달리 배트맨은 늙고, 병들고, 언젠가 죽게 마련이다. 우리처럼. (다른 히어로들도 그럴 거라고 100번 생각하면 한 번쯤 설득당하겠지만 왠지 그럴거라는 느낌이 잘 안 든다. 나만 그런가?)

그래서인지 <DKR>에서 나오는 배트맨은 이제까지 영화에서 봐 온 그런 히어로의 모습이 아니었다. 좀 더 인간적이었다. 슈퍼히어로들이 시리즈에서 보통 겪는 고난 - 악당이 나타나 세계를 정복하려 드는 -과 달리, 배트맨의 고난은 그보다 훨씬 원초적이었다. 그의 존재는 정의를 기저로 삼고 있지만 법과 도덕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그것은 더욱 강한 적들의 등장이라는 모순점을 늘 끌어안고 있다. 배트맨을,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자경단원들에 대한 합법성 여부가 언론에서 끊이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영화 <다크나이트>를 떠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란 얘기다. 기본적인 설정이랄까 세계관이랄까, 그런 것들은 <DKR>과 <다크나이트>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프랭크 밀러Frank Miller와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이 그리고자 했던 배트맨의 양면성은 동일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배트맨에게 빠져든 매력이기에, 나는 일단 두 사람 모두에게 엄지 손가락을 우뚝 세워준다.

그런데 사실, 거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놀란 감독이 조금 얄미워지기 시작했다. <DKR>의 브루스 웨인은 이러니 저러니해도 사람이기에 언젠가 해야 할 은퇴를 한 경우이지만, <다크나이트>는 그렇지 않잖은가. 아, 괜히 배트맨에게 주지 않아도 되는 시련을 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캐릭터를 향한 엉뚱한 팬fan심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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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피디
    2008/11/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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