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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요즘 내 주변에서는 뭔가가 계속 망가지고 있다.
하나 둘, 망가지기 시작한 것들은 손 쓸 도리 없을 정도가 되어서, 결국 사망 선고를 받게 되어버렸다.

지난 주에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제일 먼저 망가진 것은 중학교 동창이 선물로 사 준, 6년 된 알람 시계였다.
초침이 움직이지 않길래 배터리가 다 된 줄 알았는데, 건전지를 갈아도 소용이 없다.

조용히 그냥 그 자리에 멈춰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차마 버릴 수가 없어 십수장의 사진을 찍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좋든 싫든 6년 동안 아침에 눈을 뜨면 거의 제일 처음에 보아 왔던 녀석이다. 갑자기 이게 없어지거나 바뀌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알람 시계가 고장난 다음엔 OPT 카드가 이상했다. 잘 쓰던 것이 갑자기 무슨 타임 싱크가 맞지 않다면서 에러 메시지만 뿜는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은행에 가서 새로 등록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화기까지 망가졌다. 대박이다.
처음엔 버튼이 안 눌리길래 서비스센터에 가서 기판 연결 부분 정도만 손보면 될 줄 알았는데, 잘 보니 현재 시각이 1월 1일 00시 00분이란다. 서비스 지역을 이탈했다니, 이거 뭐냐.

서비스 센터에서는 습기가 차서 연결 부분이 부식된데다가, 그게 메인보드에까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아, 전에 떨어뜨려서 케이스 바깥쪽이 약간 벌어져 있는 채로 다녔는데, 아마 그래서 그런가보다.
수리비만 20만원은 넘게 들거란다.

생각해보니 두어달 전에는 컴퓨터가 망가져서 노트북을 새로 구입했다.

자꾸만 뭔가가 망가진다.
책상 위에 있는 가습기와 스탠드 마저도 왠지 불안하다. 모니터와 외장 하드에도 눈이 간다.

생각해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겨우 그 정도들 뿐인데도, 그것들이 자꾸 망가진다.
나처럼.

스누피 시계

정말이지,
낯설고쓸쓸하고외롭고지겨운일상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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