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월.E
원제: Wall-E
감독: 앤드류 스탠튼
출연: 제프 갈린, 밴 버트
제작사: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배급사: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주)
상영시간: 104분
개봉일: 2008.08.06

애니메이션의 초반, 액시엄Axiom호를 타고 지구가 정화되기를 기다리며 5년 동안의 약속된 안락함을 보장받은 사람들의 모습은 평화롭다. 어지간한 일은 로봇이 다 알아서 해주고 전자동 의자가 이동까지 해주니 일어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저 말 그대로 느긋하게 5년 동안 주어진 안락함을 누리다 지구로 돌아오면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그랬다. <파피용>이 생각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액시엄호. 애초에 계획이었던 5년 동안의 여행은 무슨 일인지 700년이나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점차 안락함에 물들어갔다.

유토피아 속의 디스토피아. 바로 옆을 스쳐지나가는 사람과도 직접 대화하지 않고 화상 채팅을 하고,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라는 건 전혀 없는 세계. 그들이 단지 뚱뚱해졌다는 것만이 비극은 아니다. '사이버 데이트는 이제 지겨워.'라면서도 절대로 그것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비극이다. 바로 앞에 수영장이 있고, 눈을 돌리면 수많가지 빛을 내뿜는 별들의 장관이 펼쳐지는데, 사람들의 눈은 오직 모니터에만 고정되어 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슬픈 유토피아.

'사람들'이 그렇게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에서, 로봇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사랑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반지가 들어있는 상자를, 큐브와 한물 간 뮤지컬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의 쓰레기 처리 로봇, 월.E. 처음 그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몰라도, 700년 동안이나 맡은 일을 꾸준히 해오면서 그는 보다 인간적으로 진화했다. 입도, 코도, 귀도 없고, 심지어 숏다리이기까지 한 이 로봇이 사랑스러울 수 있었던 건 사랑을 꿈꾸고 생명을 소중히 하는 인간적인 모습 때문이다.

월.E가 지구를 구한 방법은 전혀 예상 밖이다. 700년 동안이나 치워도 줄어들지 않는 쓰레기 마천루를 월.E 혼자서 모두 정화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월.E는 그가 사랑하는 생명체 탐사 로봇, 이브에게 느끼는 사랑을 남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써 한 줄기 남아 있는 인간미를 꽃피우게 했다. 하나의 보잘것 없는 식물만으로 전 인류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천만에! 월.E가 그토록 그 식물을 소중히 여겼던 건 (물론 월.E가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브를 향한 그의 사랑이었고, 이브가 원하는 일을 (비록 미리 주어진 지령directive에 불과했지만) 돕고 싶었던 바램 때문이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월.E와 이브가 한 일은 단순히 액시엄호의 사람들에게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을만한 환경이 조금이나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들이 지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말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게 만들고, 서로를 느끼고, 사랑하고, 기계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사람다운 삶을,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되찾게 해주었다. 월~E~, 이~브~ 라면서 프로토콜의 한계마저도 뛰어넘어 사랑을 속삭이는 이 두 로봇을 보라. 어찌 사랑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는가.

모

아, 근데 솔직히 난 이 모M.O가 제일 좋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8/08/26 00:11 2008/08/26 00:11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www.jayzlife.com/tt/trackback/3459

댓글을 달아주세요:: 네티켓은 기본, 스팸은 사절

  1. 2008/08/26 08:30
    MO 짱 귀여워 -_-)b
    웬지 다크나이트랑 월E 보고 나니 올해 영화 다 본 느낌이야 -_-
    • 피디
      2008/08/26 09:29
      댓글 주소 수정/삭제
      생각해보면 모가 극강 캐릭터야... ㅋㅋㅋ
      아 근데, 저렇게 까칠한 캐릭터가 왜 이렇게 좋냐...- -;
[로그인][오픈아이디란?]

◀ PREV : [1] : ... [89] : [90]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 [3035] : NEXT ▶

www.flickr.com
jackleg's photos More of jackleg's photos

카테고리

전체 (3035)
Notice (23)
Introduction (47)
Writing (1086)
Translation (590)
Through Another ... (255)
Hobby (19)
Notes (621)
Column (closed) (91)
Scrap (261)
Closed (40)

달력

«   2008/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