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중만 남았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

출연: 설경구, 정재영
제작사: (주)KnJ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25분
개봉일: 2008.06.19
공공의 적의 미학은 집중이었다. <공공의 적>(강우석 감독, 2002)의 가장 큰 매력은 사회, 아니 인간계에서 추방되어야 할 나쁜놈(조규환)과 그런 놈을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잡아 넣으려는 착한놈(강철중)의 끈질긴 추격이었다. 나쁜놈이 번듯하게 잘 살고, 착한놈이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뜯어고치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대리만족이었다. 나쁜놈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단지 어린이들에게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교훈적인 동화가 아님을 느끼고 싶은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다. 어쩌면, 그런 일은 정말 동화일 뿐이어서 영화에서나마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강철중(설경구 분)은 나쁜놈을 잡을 때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제 한 목숨을 다 바친다. 그런 경찰과 사회와 정의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때문에 <공공의 적>은 나쁜놈과 착한놈의 대결에 집중한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해도 과언이 아닌 조규환(이성재 분)과 강철중의 대결. 잡느냐 잡히느냐. 나쁜 짓을 하고도 뻔뻔하게 살고 있는 조규환을 잡으러 가면서 강철중이 "나는 공고를 나와서 배운 것이 없지만, 부모님을 죽여선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고 울부짓는 모습은, 그래서 더 마음속 깊이 남아있다.
그럼 <공공의 적 2>(강우석 감독, 2005)는 어땠을까? <공공의 적>과는 다른 사회의 부조리를 파헤치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 탓이었는지 막나가는 형사에서, 막나가는 검사가 된 강철중의 검사복은 다소 어색했지만 나름대로의 적절한 분배와 집중이 이루어졌었다. 정경유착이라는 거대한 스케일로 옮겨졌으나 그곳에 나쁜놈 - 한상우(정준호 분) - 이 분명히 있었다. 보좌관을 비롯하여 국회의원 등 주변 인물들이 <공공의 적>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는 했어도, 사건의 핵심 인물이 있었고, 그렇기에 강철중이 한상우를 잡아넣으려 물불 안가리는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럼, 검사에서 다시 형사로 돌아온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은 어떨까? 그곳에 분명 '나쁜 놈'은 있다. 그런데 '나쁜 놈'이 아니라 나쁜 놈'들'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관계자들이 속해 있던 거성 그룹의 회장, 이원술(정재영 분)을 강철중이 잡으러 갈 때, 마음 한구석에선 '걔만?'이라는 의구심이 자꾸 고개를 든다. <공공의 적>에서처럼 절박한 심정도 없다. "체포하지 말고 그냥 죽여버립시다!"라고 외치는 강철중의 모습은 오바스럽기까지하다. 이원술은 분명 조직폭력단의 우두머리이고, 고등학생들을 데려다 교육시키고 방패를 삼는 나쁜놈이다. 따지고 보면 조규환이나 한상우보다도 나쁜 놈이다. 그런데도 이원술을 잡으러 갈 때, 왜 적어도 <공공의 적>때 만큼의 응원을 강철중에게 보낼 수 없었던 걸까?
집중의 실패다. 이원술은 극 중에서 딱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태산 그룹의 회장과 담판지으러 갈 때, 혹은 신입 사원(?)들 교육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정도다. 분명 그 모든 사건들의 뒤에는 이원술이 있었겠지만, 오히려 박실장이 더 나쁜놈 같다. 현장을 관리하고 사건을 수습하는 곳에는 늘 박실장이 있었고, 그에게서 냉혈한의 냄새가 났으며, 사건이 터졌다. 관객들은 원술이 나올 때보다 박실장이 나올 때 더 긴장한다. 게다가 원술이 박실장에게 이렇다 할 지령을 내리는 모습조차 딱히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원술은 인간미까지 보여준다.
영화의 초반, 강철중은 자신의 딸, 미미의 학교에 일일교사로 갔다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경찰보다 깡패가 더 멋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반의 대부분이었다. '영화에서 깡패가 더 멋있게 나오잖아요!'라며 강철중을 쏘아보고 대드는 남자아이. 미미와 같은 9살, 초등학교 2학년들의 생각이다. 예전에 EBS에서 한 다큐멘터리 프로에서 아이들이 TV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장면을 받아들이는 모습에 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세 그룹의 아이들에게 동일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른 상황들을 보여준 후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본 것이다. 애정과 관심, 무관심, 그리고 폭력.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자기가 본 상황을 그대로 되풀이한다는 것이 발견된다. 애정과 관심을 본 아이들은 똑같이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폭력적인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은 그 폭력을 따라하는 것이다. 어른들은 TV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면서 그것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지만, 아이들은 그러한 구분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었다. TV, 영화, 게임, 온갖 미디어에서 폭력을 미화하는 사회를 감독은 꼬집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영화에서 원술은 '나쁜 놈. 하지만 인간미가 있는'사람으로 미화시키고 있었다. 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실 이 집중의 실패는 다른 무리수가 없었다면 그래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원술과 박실장 정도로만 분산되었더라면, '박실장의 뒤엔 이원술이 있으니까'정도로 이해가 될 수 있다. 아무리 강철중이 막가파라고는 해도 경찰이다. 적어도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고 난 후에야 강철중은 그 분노를 폭발시킨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만만치가 않다. 조직폭력단의 매력에 한껏 심취되어 있는 철없는 녀석들은 그저 자신이 사람을 죽이고, 죽이려 했다고만 한다. 아무리 강철중이라해도 이래서야 원술을 잡아넣을 수가 없다. 그런 그에게 증거를 내려주고자 감독은 구성을 살짝 뒤틀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곳에서 (아니, 그러지 않는게 훨씬 나았을 곳에서) 불쑥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옛 캐릭터와 대립시킨다. 더군다나 시리즈물이라는 압박감 때문이었는지 <공공의 적> 캐릭터들을 무리하게 끌고 들어오는 바람에 그네들의 얼굴이 반갑기는 해도 자꾸만 구성은 산만해진다.
사회의 부조리를 희화화 했다는 것이 헛웃음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전세금 5천만원을 대출할 수도 없는 강철중. 그 앞을 지나가는, 이제는 맘 잡고 착하게 살고 있다는 산수(이문식 분). 월 3천정도는 번다는 산수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기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강철중의 모습은 극의 마지막까지 희화화되어 연출된다. '조금 나쁜 놈'은 잘 살아도 된다는 건 <공공의 적>의 기본 모티브에 위배되는 모습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며 어찌 마음껏 웃을 수 있겠는가.
장진과 강우석은 언제가 한 번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게 우연히 이번 <강철중>이었고, 결론적으로 이 둘의 만남은 실패다. 우리가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원하는 것은 일종의 하드코어다. 나쁜놈은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동화적인 하드코어. 그런데 그 나쁜놈은 대놓고 미워할 수 없는 장진식 캐릭터가되어버렸고, 사건도 장진식으로 진행된다. 안그래도 웃기 힘든 장면을 만들어 두었으면서 강우석 감독은 거기에 투캅스 식 유머까지 버무린다.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떠오르는 한마디. '지금 장난쳐?'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보여주었던 장르와 장진식 연출의 절묘한 조화는 <강철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결국 공공의 적 시리즈는 강철중과 몇 몇 캐릭터들만 남겨두고 모든 것이 사라지거나 희석되어버렸다. 그나마 그라도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강우석 감독의 인터뷰를 살펴보니, 원래 공공의 적 작가들에게 시나리오를 맡기려 했는데, 그 분들이 그보다 더 나은 스토리를 쓰기 어려웠는지 거절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장진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그 때 오히려 다른 시리즈를 만들거나, 혹은 제작을 포기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댓글
2008/07/01 21:24
움.. 혹평이네.. ^^;
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웃으며 재밌게 봤는데.. ^^;
걸프전때 태어난 애들이 고등학생이라는거에 조금 충격받았지만 -_-; (이제 늙은거야 ;ㅁ
2008/07/01 23:21
클클.
장진이 극본을 썼다길래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이겠지 뭐-
별로 심각하게 쓸려던 건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좀 그렇곤... ㅡ.ㅡ;;;
@아직 우린 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