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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인터넷 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이 있을까? 물론 그 충분조건을 모두 알고 있다면 내가 사업해서 크게 한 판 벌이겠지만. 하지만 나의 짧은 지식으로 필요조건 하나를 꼽아보자면, 그건 서비스의 정체성Identity이다. 서비스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의 정체성. 보통 크게 성공한 서비스들을 보면 그런 티가 팍팍 난다. 동영상 하면 YouTube, 사진 하면 Flickr, 인터넷 경매 하면 eBay, 검색 하면 Google 하듯. 특히 Google은 '검색하다'는 뜻으로 쓰일 정도가 되었으니 말 다했지. 한국도 비슷하지. 다음은 카페와 메일 서비스로, 네이버는 지식검색으로, 저 유명한 디씨인사이드는 디지털 카메라로.

오늘 싸이월드의 메인 화면을 보고 깜짝놀랐다. 좋은 의미가 아닌 나쁜 의미로. 세상에, 처음엔 네이버나 다음에 잘못 들어온 줄 알았다!

개편된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

개편된 싸이월드 메인 페이지

싸이월드는 종종 미국의 MySpace에 비교될 정도로 막강한 인맥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SNS다. 그런데 지금 이 메인 화면을 보면,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싸이월드하면 미니홈피, 미니홈피하면 싸이월드였거늘. 심지어 "싸이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기까지 했던 싸이월드가 개편된 메인 화면에선 미니홈피 서비스가 잘 눈에 띄지도 않는다! 미니홈피 서비스는 흡사 다른 포탈 서비스들에서 제공되는 블로그 서비스같은 하위 서비스로 내려가 버린 듯한 느낌이다. 이건 뭐,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 딱 그 격이다.

싸이월드가 왜 싸이월드였는데? 싸이월드의 '싸이'는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말에서 따온 말이다. 그만큼 싸이월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러니까 인맥 관계Social Network를 중요시하는 서비스였다. 싸이월드의 폭발적인 성장은 미니홈피와 미니홈피를 통한 인맥 형성, 일명 일촌파도타기 덕분이었다1. 그런데 이제와서 미니홈피더러 잠시 저 쪽에 가 있으란다. 이거 말이 됩니까?

물론 싸이월드 측에서도 이런 결정을 쉽게 내리긴 힘들었을 터였다. 한국형 SNS라 일컬어졌던 미니홈피 서비스의 성장이 주춤해지고 블로그가 뜨기 시작하자 '페이퍼'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내 놓았지만 별 호응이 없었고, 뒤이어 내놓은 '홈2'서비스도 잠시간 이슈가 되었을 뿐이었다. 정체와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 뭔가 엄청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터였다. 변화, 그거 좋지.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들어 엎어버리면 잘 사용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내가 여기 왜 들어온거지? 특히나 사용자의 경험User Experience이 중요시되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정체성을 갈아 엎을 정도의 개편이라니, 아, 나 솔직히 이 개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엠파스 흡수하고, 엠파스 검색 결과에 싸이월드 검색 결과도 노출시켰던 정책에도 별 반응이 없으니, PV가 더 높은 싸이월드를 엠파스처럼 만들어버리려고 한 걸까?

얼마 전에, 4월에 열린 'Search Day 2008' 컨퍼런스에서 SK커뮤니케이션즈의 발표 자료를 봤었다. 현 검색 시장을 극복하고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기 위한, 어쩌면 틈새 시장으로 공략했을 소셜 검색Social Search, 특히 사람 검색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 자료를 볼 때만 하더라도, 싸이월드가 뭔가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구나. 자기들이 뭘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네. 라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데 개편된 메인 화면은 이모양이고, 사람 검색은 저 아래 엉성한 UI로 자리잡고 있다. 사람들이 저거 얼마나 클릭해볼까?

혹시나 해서 로그인하면 그래도 좀 예전처럼 본래의 정체성에 충실한 화면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로그인하고 난 후의 화면은 더 가관이다. 도움말에 보면, 댓글의 댓글 알림이 추가되었다며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그렇게 그 글에서처럼 그 기능만 따로 똑 떨어뜨린 화면 말고 전체 화면을 모두 보면 하다하다 안되니 거기에다 메뉴를 넣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바뀐 메인 화면과 전혀 융합되지 못하고 서로 따로따로 놀고 있는 메뉴들을 보고 있자니 왜 싸이가 이지경이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아, 싸이월드. 난 싸이월드가 본래의 정체성에 스스로 좀 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글루스에서 뜬금없이 옥션 서비스 한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나. 난 별로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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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물론 실질적인 주수입원은 도토리였지만.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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