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메뉴 관리자 글쓰기

notice

category

전체 (3138)
Notice (24)
Introduction (47)
Writing (1086)
Translation (599)
Through Another ... (260)
Hobby (19)
Notes (628)
Column (closed) (91)
Scrap (260)
Closed (40)
Remote Blogging (82)
Private Section (2)
툴바 보기/감추기
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초속 5센티미터>는 그토록 고대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국내 최초 개봉작품이었다. 그토록 신감독의 미려한 영상을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상 극장으로 고고씽하지 못하고, 대신 초회한정판이라는 DVD를 움켜쥐고 그나마 '신카이 마코토 컬렉션'을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만 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은 모두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별'이라고 단정지어 얘기하기는 어려운 미묘한 감정의 변화. 사랑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하여금 변해가는 과정. <별의 목소리>에서도 그랬고,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도 비슷한 주제였다. 심지어 처녀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도 핵심 주제는 '그녀'의 이별 극복기라고나 할까. 대신 (처녀작이고 단편작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를 제외하면) 작품이 거듭될수록 이별의 모습이 점차 현실적이 되어간다는 점이다.

<별의 목소리>에서 그들은 빛의 속도로도 도달할 수 없는 거리로 떨어져 있어야 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한 명이 불치의 병 비슷한 것이 걸려 있었고. 점차 이별과 감정의 변화의 이유가 사실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하더니, 이번 <초속 5센티미터>에서는 완전히 현실 세계를 그려내었다. 단적으로, 그들 사이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처럼 현실 세계를 그려내면서 마음의 변화를 극단적으로 사실적으로 표현한 것이 다름아닌 제목 그 자체였다. 다카키와 아카리가 서로의 마음에 다가가는, 카나에가 다카키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느끼는, 다카키와 아카리가 서서히 서로를 잊어가는 속도를 필요 이상으로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내버린 것이다. 벚꽃이 낙화하는 속도라는 '초속 5센티미터'의 속도란 도대체 얼마만큼의 속도인 것인지. 그 속도가 너무 느림에 다가가는 과정이, 다가갈 수 없음을 깨닫는 과정이, 또 잊어가는 과정에 상처가 남는 것일게다. 마치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 스쳐 지나가는 풍경보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바라보는 풍경이 더 마음에 남는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감독은 주인공들의 독백을 통한 감정 전달에 충실했다. 부담스러우리만치 화려하고 아름다운 화면과 주인공의 독백이 겹쳐지면, 이건 1인칭시점의 소설 이상의 느낌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실사가 아님에도 실사와 같은 느낌을 받는 풍경들은 그 곳에 가 본 적이 없음에도 마치 그 곳을 아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에다가, 정말 그런 아름다움을 직접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는 환상마저 가지게 한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에는, 신감독이 굉장히 냉정한 사람이 아닐까 상상하게 된다. 이별마저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해 버리는 걸 보면. 사랑이 이만큼 아름답지? 그럼 이별도 그만큼 아름다운 거야.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어. 그게 사람들이 사는 모습들인걸. 피할 수 없으니 그저 받아들이라고.

이번엔 이전 작품들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주제가가 좋았다. 보통은 신감독의 화려한 영상에 압도되어 다른 것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 편이었는데, 마지막에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라는 곡이 흘러나오면서 스쳐지나가는 다카키와 아카리의 모습들은, 곡의 가사와 함께 보는 이의 마음을 사정없이 멍들게 한다. 그곳에 네가 있지 않겠지만, 네가 있을까 기대하게 되는 걸. 한 번만 더 내게 기회가 있다면...

마지막 장면에서 기차가 양 옆으로 스쳐지나갈 때, 나도 모르게 소름이 조금 돋았다.

  초속 5센티미터 (초회한정판)  신카이 마코토 감독/태원엔터테인먼트
초속 5센티미터
감독: 신카이 마코토
목소리 출연: 미즈하시 켄지, 콘도 요시미, 하나무라 사토미
제작사: 코믹스 웨이브 필름
상영시간: 63분
개봉일: 2007.06.21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 http://www.jayzlife.com/tt/trackback/3130

트랙백

댓글

  1. 다혜
    2007/11/24 18:30
    댓글수정, 삭제  댓글달기

    나 이거 보고.....울었어요 ㅠ_ㅠ 힝....

    • 피디
      2007/11/26 01:05
      댓글수정, 삭제

      나도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눈물이 좀 맺히더라.
      아... 살짝 쪽팔려... ^^;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