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es/Book 2003/11/16 03:51
1984년
'고전 SF'의 신격으로 추앙받고 있는 '1984년'을 꽤나 기대를 하고 읽었습니다.
요즘의 SF에 익숙해져 있는지, 현란한 배경을 기대했었던 듯 하네요.
하긴, 이 소설이 쓰여진 배경(1948년작)을 지나치게 무시한 결과라고나 할까요.(웃음)
하지만 그러한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이 소설은 다분히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는 유라시아, 이스트 아시아, 오세아니아의 3개로 나뉘어졌고, 오세아니아는 강력한 당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오세아니아에서, 기록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합니다.)입니다.
'당의 말은 언제나 진실'이라는 것을 진실화 하기 위해, 당의 말에 위배되는 모든 기록들을 조작하는 것이 윈스턴의 일입니다.
부부간의 성관계조차도 엄격하게 규제되는 사회에서, 윈스턴은 당에 거부감을 느끼고, 줄리아와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곧 사상경찰에게 적발되어, 끔찍한 고문을 당하게 되죠.
이 소설에서 과학 기술이라는건 당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도구의 의미를 가집니다.
윈스턴이 사상경찰에게 잡히기 전까지 나오는 특이할만한 과학기술 이라고는, 지금의 텔레비전+CCTV 역할을 하는 '텔레스크린'이나, 말을 글로 옮겨주는 '구술기록기'정도입니다.
이 사회의 과학기술은, 윈스턴이 사상경찰에게 잡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세뇌당하는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하죠.
알 수 없는 약물과, 고문기. 그리고 사람의 기억을 (거의)백지화 시키는 기계 등...
하지만 이곳에서도, 고문관인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세뇌시키기 위한, 그들의 사회관을 설명해주기 바쁩니다.
사실, 좀 뛰어난 과학기술이 나오긴 해도,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닌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관심을 끈 부분은, 당이 언어를 통해 당에 반하는 사고를 할 수 없도록 사람들을 교육시키고자 만든 '신어'입니다.
'신어'는 현재 사용되는 영어를 변형시켜 만든, 말 그대로 '새로운' 언어인데, 뜻이 '직접적'이며, 당의 정신에 반하는 단어들, 혹은 그 뜻을 삭제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 '신어'를 사용하면 당에 반하는 사상을 나타낼 언어조차 없기 때문에, 그러한 생각을 아예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저는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신어'를 주장하는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은 사용하는 언어에 사고가 한정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일제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일어를 사용하도록 강요한 것보다, 지금 영어 열풍이 더 심각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일제시대에는 우리가 일어를 쓰는 것을 거부했지만, 지금은 어릴때부터 배워야 잘한다며 영어 조기 교육은 물론이고, 조기 유학까지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건 제쳐두고, 가장 큰 차이점 하나만 살펴보죠. '존댓말.'
영어엔 존댓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에 대한 공경'이 바탕이 되는 유교사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뭐, 물론. '영어 배워서, 미국 나가서 살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유교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유교사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근원과 단절되는 것을 자초하겠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우리것을 지키자'는, 고리타분한 보수주의자의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적어도 지킬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인에게는 미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또 미국인에게는 한국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유한 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수많은 입양아들이, 결국 부모님을 찾아, '회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버리면, 우리는 그저, 어설프게 흉내만 낸 '미국인'이 되는 수 밖에 없죠.
그런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도 미국 사회에서도 환영받을 수 없게 되는 것 아닐까요?
네... 뭐 저의 말이 영어 못하는 녀석의 어줍잖은 변명. 정도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웃음)
하지만 저도, 영어 공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 하지 말자는 이갸기는 아니잖아요?
영어라는건 이미, 적어도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서, 또 사회 생활을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조건이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말하려는건, 그 언어 속에 담긴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는 것이었지요.
...그나저나, 1984년 리뷰가, 영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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