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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1번가의 기적

기적, 1.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2. 신(神)에 의하여 행해졌다고 믿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
출처: 표준대국어사전, 국립국어원

어머니와 함께 살기, 아프신 아버지 병원에 모시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할아버지에게 토마토 사드리기. 우리는 이런 것들을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것들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고 생활이다. 누군가에게 일상인 일이 그들에게는 기적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1번가에 모여 있었다.

그들은 소박했다. 그들이 바라는 건 오직 등을 대고 누울 수 있는 따뜻한 방 한평 뿐이었다.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그 방 한평을 빼앗기 위해 깡패들이 동원되는 이 멋진 사회.

'홀리데이'(양윤호 감독, 2005)에서 울렸던 "서울은 아름다워야 합니다."라는 말이 공허하게만 들려온다. '그 골목이 품고있는 것들'(김기찬, 황인숙) 중 가장 아름다웠던 아이들의 미소는 지금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인가. 이 아이들의 미소와 네모 반듯한 고층건물들의 아름다움을, 감히 비교할 수 있는가.

그네들에게 세상은 못내 힘들다. 사람들의 친절 뒤에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음흉함이 숨어 있고,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이 거지새끼라고 놀린다. (자기 귀한 자식이 어디서 맞고 들어오면, 당장 그 집으로 쫓아가서는 '없는 집 자식새끼가 어쩌고' 따지는 부모가 있다면, 그 없는 집 자녀를 없는 집 자식새끼로 만든 건 당신 새끼임을 먼저 각인하라.) 악이 받친다. 아무도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우리가 이대로 살 수 있게 내버려 둔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토마토를 먹고 싶은 만큼 잔뜩 집으라고 윽박질러봐야 조그만 두 손에 집힐 만큼의 토마토 몇 개만 집는 아이들이다. 필제(임창정 분)는 그런 그네들을 보고 있는 것이 속상해 '잔뜩 집으란 말야!'라고 윽박지른다. 안다, 알고 있다. 그네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란 건 동정이 아니라 그들의 순수함에 비친 얼룩진 자신의 추한 모습의 부끄러움이다. 더러운 우리가, 아름다운 그네들을 내쫓는다. 아름다운 세상을 내치고, 더 얼룩진 세상으로 바꾸기 위하여.

영화의 마지막 5분이 불편하다면, 그건 영화를 제대로 본 것이다. 그들에게 그런 일은 기적이다. 영화에서 필름 한 컷 차이로 일어나는 그런 기적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결말은 부자연스럽고,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마음먹기에 달렸지."라는 틀에 박힌 말조차도.

1번가의 기적
감독: 윤제균
주연: 임창정, 하지원
제작사: (주)두사부필름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상영시간: 113분
개봉일: 2007.02.14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7/02/21 13:00 2007/02/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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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피디
    2007/03/0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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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페이지 단편소설의 리뷰 블로그에 올라갔습니다.
    http://1pagereview.tistory.com/entry/1번가의-기적

  2. 피디
    2007/04/19 03:49
    댓글수정, 삭제  댓글달기

    VoiLa 55호(2007년 4월), 영화 리뷰 섹션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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