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Fiction 2006/09/04 23:20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 (revised)
"왜 그런 거죠?"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되물었다. 자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그 눈빛. 사람들은 자신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할 말을 잃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그건 당연한 거니까.
"아니,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요?"
"아니, 그렇게 되묻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내 질문에 대답해요. 왜 그래야 하는 거죠?"
"그야, 당연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잖아요? 당신도 '대부분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거야, 특별한 예외 사항이…."
"예외라고요? 그럼 그 사람들은 당신이 말하는 '보통 사람'과 뭐가 다른 건가요? 혹시 어디가 아프기라고 한 거라고 말할 건가요? 그들은 사람이 아닙니까?"
"…."
내가 뭐라고 대답했어야 할까? 친구의 소개로 간단한 질문 몇 개에 대답만 하면 짭짤한 보상금을 준다는 피실험자 신청을 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간단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인터뷰에서 한번 잘못 던진 말 한마디로 이 지경이 돼서는, 대답 한번 잘못했다가는 동성애 혐오자로 낙인찍히게 생겼는데. 아니, 그보다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피실험자에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야?
"생각해봐요. 아주 우스운 일이라고요. 왜 꼭 이성을 사랑해야 하나요? 왜 사람들에게 종족 번식의 본능이 생긴 걸까요? 왜 사람들은 우주의 먼지 한 톨보다도 작은 존재인 지구를 점령하려고 하는 거죠?"
가면 갈수록 그의 질문은 본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과 존재에 대한 본질. 도대체 그걸 누가 안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걸 누가 알아요?"라며 대들 수도 없는 거 아닌가. 가슴만 답답해져온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있는 건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라고 하지 않았다. 이것만 잘 넘기면 오늘 저녁은 친구들과 거나하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건 주어진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에요. 주변 사람들을 봤더니 거의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더라. 그래, 그럼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해야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사고 실험을 하나 해볼까요? 만약 모든 남자들이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당신이 태어났다고 해도 그렇게 얘기할까요? 그건 불변의 진리입니까? 그들 속에 있는 당신은 당신이 정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요?"
"그런 세상이라면 동성을 좋아하는 게 당연하겠죠."
어이없는 생각이다. 남자는 남자를, 여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이라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시험관은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렇게 날 못살게 구는 거지? 이럴 거면 그냥 차라리….
"그래요, 상황에 따라 당신의 생각이 바뀌어버리는 거죠. 그런데도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보지 못하고 그냥 받아들여버리는군요."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 말투를 듣고 있자니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랐다. 나는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시험관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럼 시험관님은 남자를 좋아하시는 겁니까?"
- simulation terminated -
"결과는 어때?"
"통과야. 잘 만들어졌더군. 우리가 '당연하다.'라고 주입시킨 것들에 대해선 의문을 품지 않아."
"좋았어…. 불량률은 어느 정도야?"
"10% 정도. 이들은 우리가 계속 해대는 질문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더군. 어떻게 처리하지?"
"흠…. 뭐 어때. 10% 정도, 뭘 바꿀 정도의 힘은 없을 거야. 납기일도 가까워졌으니 일단 납품부터 하고, 나중에 A/S나 해주자고. 성전환수술 지식을 심어주거나, 그런 건 어때?"
- Human Generation Lab. -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되물었다. 자신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그 눈빛. 사람들은 자신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면 할 말을 잃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냐고? 그건 당연한 거니까.
"아니,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요?"
"아니, 그렇게 되묻는 건 의미가 없어요. 내 질문에 대답해요. 왜 그래야 하는 거죠?"
"그야, 당연한…."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잖아요? 당신도 '대부분의 남자가' 여자를 좋아한다고 얘기했잖아요. 그걸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거야, 특별한 예외 사항이…."
"예외라고요? 그럼 그 사람들은 당신이 말하는 '보통 사람'과 뭐가 다른 건가요? 혹시 어디가 아프기라고 한 거라고 말할 건가요? 그들은 사람이 아닙니까?"
"…."
내가 뭐라고 대답했어야 할까? 친구의 소개로 간단한 질문 몇 개에 대답만 하면 짭짤한 보상금을 준다는 피실험자 신청을 한 것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간단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인터뷰에서 한번 잘못 던진 말 한마디로 이 지경이 돼서는, 대답 한번 잘못했다가는 동성애 혐오자로 낙인찍히게 생겼는데. 아니, 그보다 아무리 돈을 준다고 해도 피실험자에게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야?
"생각해봐요. 아주 우스운 일이라고요. 왜 꼭 이성을 사랑해야 하나요? 왜 사람들에게 종족 번식의 본능이 생긴 걸까요? 왜 사람들은 우주의 먼지 한 톨보다도 작은 존재인 지구를 점령하려고 하는 거죠?"
가면 갈수록 그의 질문은 본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과 존재에 대한 본질. 도대체 그걸 누가 안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걸 누가 알아요?"라며 대들 수도 없는 거 아닌가. 가슴만 답답해져온다.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 있는 건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라고 하지 않았다. 이것만 잘 넘기면 오늘 저녁은 친구들과 거나하게 술이나 한잔하자고.
"당신이 지금 말하고 있는 건 주어진 현상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에요. 주변 사람들을 봤더니 거의 모든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더라. 그래, 그럼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해야 하는 거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 사고 실험을 하나 해볼까요? 만약 모든 남자들이 남자를 좋아하고, 여자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에서 당신이 태어났다고 해도 그렇게 얘기할까요? 그건 불변의 진리입니까? 그들 속에 있는 당신은 당신이 정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요?"
"그런 세상이라면 동성을 좋아하는 게 당연하겠죠."
어이없는 생각이다. 남자는 남자를, 여자는 여자를 좋아하는 세상이라고?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시험관은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렇게 날 못살게 구는 거지? 이럴 거면 그냥 차라리….
"그래요, 상황에 따라 당신의 생각이 바뀌어버리는 거죠. 그런데도 왜 그런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보지 못하고 그냥 받아들여버리는군요."
나를 무시하는 듯한 그 말투를 듣고 있자니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랐다. 나는 앉아있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시험관에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럼 시험관님은 남자를 좋아하시는 겁니까?"
- simulation terminated -
"결과는 어때?"
"통과야. 잘 만들어졌더군. 우리가 '당연하다.'라고 주입시킨 것들에 대해선 의문을 품지 않아."
"좋았어…. 불량률은 어느 정도야?"
"10% 정도. 이들은 우리가 계속 해대는 질문에 의문을 갖기 시작하더군. 어떻게 처리하지?"
"흠…. 뭐 어때. 10% 정도, 뭘 바꿀 정도의 힘은 없을 거야. 납기일도 가까워졌으니 일단 납품부터 하고, 나중에 A/S나 해주자고. 성전환수술 지식을 심어주거나, 그런 건 어때?"
- Human Generation Lab. -
예전에 썼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의문 第 1 章,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자를 좋아한다.'의 개정판.
크게 바뀐 건 없고, 그냥 소소한 전개와 어법, 맞춤법등을 손봤다.
쓰여진 글들이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보면 은근히 재미있는데,
한분은 이 글을 '미래상'으로 해석했다. 처음 생각했던 건 그건 아니지만, 그것도 일리 있겠다, 싶었다.
짧은 글 안에 모두 묘사할 수 없어 대충 건너 뛴 부분들 때문에 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 듯...
차라리 삽화를 넣었다면 그런게 좀 덜했겠지?





댓글
2006/09/07 14:33
삽화.. 넣어보고 싶은걸 (우훗)
2006/09/07 22:25
하하.
삽화 그려준다면 기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