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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군의 문화와 인터넷 이야기.
산타 아줌마 - 8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이선희 옮김/바움
크리스마스를 20일 앞둔 어느 날, 빨간 오두막집에서 정기 산타클로스 회의가 열렸다. 바로 산타클로스 협회의 차기 회장과 미국 지부 산타클로스의 후임자를 뽑기 위해서다. 각국을 대표하는 열두 명의 산타클로스는 미국 지부의 산타클로스 후보가 여자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찬반 격론을 벌인다.

우리는 직업에 대해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선입견은 직업에 있어서의 성性 정체성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특정 직업군의 성비가 우리의 생각에 크게 반하지 않기도 하지만, "여성 최초의..."라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은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직업이 남성적, 혹은 여성적이라는 선입견은 기천년 동안 이어져 왔던 인류의 역사에서 기인했을 것이다. 처음 인류가 역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에 따르는 역할의 분류가 현대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허나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볼 때, 이는 역할의 분류를 넘어서 모계/부계 사회로 나뉘며 사회적으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가르는 지표를 넘어서 사회적 차별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가진 캐릭터인 산타클로스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핀란드의 어느 작은 마을, 새로운 산타클로스 선출 과정에서 후보로 언급된 것은 다름아닌 여성, 제시카. 산타클로스들은 그동안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미지를 언급하며 여성이 산타클로스가 될 수는 없다고 반대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산타클로스 협회장이 던진다.

"왜 산타클로스는 남자가 아니면 안 되나?"
- p. 38

산타클로스의 시초인 성 니콜라스가 남자였기 때문에, 산타클로스는 부성父性의 상징이기 때문에 등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며, 심지어 산타클로스들이(!) 몸싸움도 불허하는 사태로 번지게 되자, 제시카는 조용히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도 부성은 매우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무시당해서는 안되지요. 그리고 산타클로스가 부성의 상징이라는 말에도 동의해요. 하지만 아이에게 부성을 안겨주는 사람은 아빠만이 아니잖아요? 그와 동시에 모성을 안겨주는 사람도 엄마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 앉아 있는 거에요."
- p. 52

남성이든 여성이든, 원시 시대와는 달라진 상황으로, 훨씬 더 직업과 스스로의 생활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가치로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은 때론 슬프기까지하다. 산타클로스가 되기 위한 제시카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여성적인' 직업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꿈꾸는 남성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들은 온전히 주변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을까?

제시카의 이야기를 듣고 아프리카 산타클로스 한 말, "결국 겉모습 따위는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거군요."는 결국 제시카의 산타클로스 승인 회의 결과를 넘어서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작가의 메시지다. 남성, 여성의 겉모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외면당하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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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01:24 2010/03/1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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